[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우리은행이 동남아 3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사 도약을 위한 장기 계획을 세웠으나 당장 올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인지는 의문이다. 동남아 3국을 중심으로 한 도약을 다짐했으나 지난해 대비 글로벌 실적의 점유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3국의 경제성장 전망도 갈린 데다가 전쟁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성장 전망 여부가 더욱 흐려지는 상황이다.
동남아 3국, '세컨드 홈'
우리은행이 글로벌 금융사로의 도약을 위한 계획을 대대적으로 밝혔다. 우리은행은 현재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미국,유럽 등 24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이 중 법인은 11개국가에서 영업하고 있으며 사무소와 지점을 포함하면 466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특히 동남아시아 3국인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법인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동남아성장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글로벌 영업 계획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으로, 현재 동남아성장사업부에는 9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디지털 관련 인력 충원도 예정돼 있다.
우리은행이 동남아를 세컨드 홈으로 정한 이유는 성장률 때문이다. 동남아 3국 법인은 지난 3년간 연평균 당기순이익이 32%로, 글로벌 전체 순이익 중 3대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난 2019년 35%에서 지난해 말 43%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이 중점으로, 현지 진출 국내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4년 인수 당시 1400만달러(약 190억원)에서 지난해 5300만달러(약 721억원)로 증가했으며,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9.8%에 달했다.
윤석모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은 "우리은행이 당시 적절한 매물을 만나 인수함으로써 현재의 우리소다라은행이 있을 수 있었다"라면서 "현지기업과 국내 지상사(지사 및 상사)와의 비중을 50대50으로 맞췄으며 기업과 개인의 균형을 맞추는 등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 우리소다라의 성공 전략이다"라고 전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성장방안으로 리테일 및 기업금융을 확대하고 네트워크 최적화, 디지털 강화와 포트폴리오 확대를 꼽았다. 국내 기업금융을 강조한 데 이어 글로벌 기업금융에도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기업투자금융(CIB) 지점을 통해 우량 기업금융(IB)딜을 선별적으로 취급하고, 국외영업점 자금조달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지상사와 현지기업, IB 등 국가 별 주요 고객군에 영업력을 집중한다.
지난해 수준 유지 미지수
특히 우리은행은 동남아를 중심에 두고 오는 2030년까지 은행 전체 손익 중 글로벌 비중을 2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의 변화를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2019년 당기순이익은 1조7908억원, 2020년은 1조3094억원, 2021년은 2조1523억원, 2022년은 2조5474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글로벌 당기순이익은 2019년 2525억원, 2020년 1573억원, 2021년 3335억원, 지난해 4655억원으로 글로벌 순익은 전체 순익 대비 2019년 14%, 2020년 11.3%, 2021년 15.5%, 지난해 18.3%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4779억원으로, 이 중 글로벌 당기순이익은 1402억원, 전체의 9.5% 수준이다.
3분기 우리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4383억원으로, 3분기 글로벌 실적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의 18.3%를 따라잡으려면 3분기 기준 4554억원의 글로벌 당기순이익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상반기 기준 글로벌 당기순이익과는 3152억원 차이가 나 급격한 글로벌 실적 성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비 실적 추이가 좋지 않은 가운데 동남아 3국인 인니, 베트남, 캄보디아의 경제 성장 전망도 갈렸다. 베트남 통계청은 지난 상반기 베트남의 성장률을 3.72%로 발표했는데, 이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로 인한 2020년을 제외한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빠르지 않고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한 달러화의 통화 긴축이 이어져 베트남 경제도 급격하게 반등해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다만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는 베트남과는 달리 긍정적인 경제전망을 보였다. 캄보디아 중앙은행은 캄보디아의 경제 회복세가 이어져 2023년 경제성장률을 6% 내외로 전망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개발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5.5%, 내년 경제성장률은 6.0%로 내다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물가상승 둔화 속에서 생산과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7월 인도네시아의 소매판매는 지난해 대비 6.3% 증가했으며,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의 지속적인 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투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윤석모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은 "우리은행 글로벌 네트워크 장점은 선진국과 개도국에 조화롭게 진출해 있는 것이다"라면서 "특히 동남아 3국의 공통점은 경제성장률과 정치 및 사회적 부분이 안정적이고 우리은행이 해당 지역에 20년 이상 진출해 경험을 쌓은 지역이기 때문에 자본투자를 통한 집중 육성이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