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인 소시어스PE·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올해
엠앤씨솔루션(484870) 지분 매각에 착수한 가운데 향후 매각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이미 원금을 대부분 회수한 상황에서 이들은 매각가로 1조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어 앞서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반영된 멀티플을 이번 매각에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엠앤씨솔루션은 올해 예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35억원이다. 엠앤씨솔루션은 지난해 IPO 당시 EV/EBITDA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했는데, 유사회사인
LIG넥스원(079550)·
퍼스텍(010820) 등의 멀티플 평균 24배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약 9554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해당 멀티플을 적용하면 올해 예상 EBITDA를 반영한 엠앤씨솔루션의 기업가치는 1.5조원대에 달한다.
(사진=엠앤씨솔루션)
실적 고공행진 기업가치 1.5조원으로
최근 실적 호조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업계에선 향후 소시어스PE·웰투시인베스트먼트의 1조원대 매각가 달성을 점치고 있다. 현재 최대주주인 이들이 보유한 약 73.8%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은 오는 12월에 종료된다. 이에 맞춰 지난 5월부터 시장 반응을 타진하는 등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보유 지분에 대한 매각가 1조원대를 달성하기 위해선 최소 전체 기업가치가 1.4조원에 달해야 한다. 다만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한 단순 계산으로 1조원대 매각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불과 지난해 상장 전까지만 해도 고평가 논란을 겪었던 엠앤씨솔루션의 기업가치가 빠르게 상승한 이유로는 단연 실적 상승이 꼽힌다. 우선 지난해 엠앤씨솔루션은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올리며 몸집을 크게 불렸다. 2024년 매출액은 2828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48억원으로 60% 넘게 늘었다. 순이익 역시 270억원으로 71%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7% 상승한 751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은 95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같은 호실적의 배경에는 수출 확대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엠앤씨솔루션은 지상·해상·항공 등 다양한 분야 무기체계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데, 특히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에 들어가는 포탑 구동장치와 현수장치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2023년 회사의 수출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으며, 수주 잔고는 약 9570억 원에 달해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2021년 3451억원 수준이던 수주 잔고가 단기간에 3배 가까이 뛸 만큼 해외 주문이 급증한 것이다.
상장 효과도 기업가치 상승에 한몫했다. 엠앤씨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코스피에 입성 직후 주가가 공모가(6만5000원) 대비 부진했으나, 이후 빠른 실적 성장세로 반등에 성공했다. 현재 주가는 16만6900원(29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2.5배 이상 상승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는 현재 주가 기준만으로도 1조5278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예상 EBITDA(635억원)를 기준으로 딱 24배의 멀티플이 적용된 기업가치다.
성장성과 방산주 프리미엄 앞세워 고멀티플 도전
향후 엠앤씨솔루션의 기업가치에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기준은 방산주에 대한 시장 프리미엄을 얼마나 기대할 수 있느냐다. 상장 과정에서 24배 멀티플을 책정했을 당시 고평가 논란이 있었지만 실제로 실적이나 주가가 해당 가치에 상응한 만큼, 이번 매각 과정에서도 높은 멀티플을 적용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흐름만 두고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한국산 무기 수출 전망이 밝아지면서 국내 방산 업체 주가는 고평가 논란에도 고멀티플이 인정되는 분위기다.
다만 글로벌 방산 기업들의 멀티플은 비교적 보수적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등 주요 방산 대기업은 통상 EV/EBITDA 10~15배 안팎에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최근 방산 M&A 거래 평균치도 약 13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오브젝티브 캐피탈 파트너스가 발표한 방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이후 평균 거래 EV/EBITDA 멀티플은 약 13.4배 수준이다.
이처럼 통상적인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향후 성장성이나 기술력 등에 따라 멀티플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방산업체 에어로바이런먼트의 블루헤일로 인수의 경우, 높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36배(추정)에 달하는 높은 멀티플이 책정되기도 했다. 시장에선 블루헤일로의 드론 스웜, 자율 무인 시스템 등에 대한 특허와 첨단 기술력 등이 높은 멀티플의 근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전통 방산업체와 비교해 AI, 드론 스웜, 사이버·우주·전자전 등 차세대 방산기술 보유한 경우 높은 멀티플을 책정받는 사례는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시어스PE·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앞서 2021년 두산그룹으로부터 두산모트롤을 435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모트롤은 민수 부문과 방산 부문으로 분할했는데, 방산 부문이 엠앤씨솔루션이다. 두산밥캣에 민수 부문만 남은 모트롤을 2460억원에 매각해 투자 원금의 절반 이상을 이미 회수했으며, IPO 과정에서 벌어들인 구주 매출(780억원)과 인수 이후 누적 배당금(520억원)을 합치면 80% 이상을 회수한 상황이다. 이번 매각에 따라 추가적인 수익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멀티플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얼마나 높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수익률도 좌우될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유럽 각국이 국방예산을 증액하며 군비 현대화에 나서고 있고, 아시아·중동 등지에서도 ‘K-방산’에 대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어 전망은 밝다”면서도 “1조원대 몸값을 인정받으려면 높은 멀티플을 설득해야 하고, 최종 인수 주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