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권이 서민들을 위한 금고라는 설립 목적과는 달리 현재 5대은행도 저축은행도 아닌 애매한 위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부동산PF발 자산건전성 위기와 유동성 등이 상호금융 자체의 신뢰도로 연결돼 저원가성 수신규모도 작아질 위기에 놓였다. 이에 <IB토마토>는 각 조합의 현재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지주사 전환을 천명한 Sh수협은행이 아직까지 진전된 내용이 없는 가운데 지주 전환에 난관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Sh수협은행은 지난해 공적자금 상환을 마치면서 본격적으로 수익성을 확대하고 금융지주 전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는 자회사 인수와 하락하는 자산건전성 등 어려움이 산재해 있어 지주사 전환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수협은행)
조직 혁신으로 수익 목표 달성 순항
1962년 수협중앙회의 창립과 함께 출범한 수협은행은 지난해 7574억원을 예금보험공사에 상환하면서 공적자금 조기상환에 성공했다. 이후 포스트공적자금 시대로 들어서면서 협동조합 본연의 정체성 회복과 동시에 금융지주화를 선언했다. 지주사 전환 이후에는 금융감독원에 내부등급법을 신청할 계획이라는 구체적 로드맵도 제시했다.
특히 지난 1월 강신숙 수협은행장이 부임하면서 내부 혁신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 1월 금융지주화를 위한 행장 직속 애자일조직인 미래혁신추진실을 신설했다. 조달구조개선단, 인수·합병(M&A)추진단, 신사업추진단으로 구성돼 있는 조직은 수직적 구조를 탈피해 신속한 업무진행 방식을 채택했다.
조달구조개선단은 저비용성 예수금 확대와 거래처 다변화 등 조달비용 절감을 위한 업무를 담당한다. 영업점과의 협업을 통해 전사적 조달구조 개선의식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수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말 1.39%에서 지난 1분기 1.48%로 오른 뒤, 지난 5월 기준 1.71%로 0.32%p 상승했다. 특히 지난 5월 말 기준 수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544억원으로, 연초 목표로 했던 3000억원의 51%를 이미 달성했다.
금융지주화를 위한 첫발인 M&A를 추진하기 위한 조직인 M&A추진단은 비금융자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위한 포석을 놓기 위함이다. 캐피탈사 등을 중심으로 자문과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신사업추진단에서는 신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있다. 스타트업과의 협약을 맺고 지난달 19일부터 바다테마의 비금융서비스인 바다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금융서비스로 잠재고객을 확대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미뤄지는 금융지주화, 걸림돌에 일정 흔들
빠른 속도로 이뤄진 조직 혁신과 연초 포부와는 달리 금융지주 전환 첫 단계인 자회사 인수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지난 1월 열린 2023 수협은행 비전선포식에서 올해 상반기 내에 중소형 자산운용사나 캐피탈사를 인수하고 지주사 전환 후 대형 M&A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3월에는 수협중앙회로부터 자본금 2000억원을 수혈받았다. 모기업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비율을 개선하고 자회사 인수를 위한 총알을 마련한 것으로, 금융지주 전환 인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함이었다. 삼일 ·김앤장 등 컨설팅사와 공동으로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시장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협은행의 당초 계획보다는 시기가 미뤄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얼어붙은 M&A 시장 등이 인수 계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악화되는 자산건전성도 금융지주 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협은행의 올해 1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2%다. 1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평균고정이하여신비율이 0.23%임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도 0.11%p 올랐다.
고정이하여신 규모 자체가 커졌기 때문인데, 지난해 1740억원 규모였던 고정이하여신은 올해 1분기 3개월 만에 2166억원으로 426억원 증가했다. 산업군별로는 서비스 및 기타업종의 고정이하여신이 1259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동산 및 임대업의 고정이하여신이 41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속적인 커버드본드 총 담보유지 비율 하락도 자금조달에 영향을 끼쳐 자회사 인수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계약상 담보유지비율 이하로 총 담보유지비율이 하락할 경우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기준 수협의 총 담보유지비율은 발행 연도인 2020년 150.2%에서 점차 하락한 112.4%로, 계약상 담보유지비율인 105%에 근접하고 있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중소기업여신 확대로 외형을 성장시켰으나 부실자산이 증가해 자산건전성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면서 "금융지주 체제 전환에 따른 재무부담 등을 지켜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M&A추진단이 캐피탈사 등 자회사 인수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며, 사업구조 다변화를 위해 내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원회 인가를 위해서는 자회사 인수와 수협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시기는 확실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