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안에 채권 금리 치솟아…조달 공백 우려
금리 인하 기대 사라지자 회사채 금리 일제히 상승
낮아진 금리 인하 기대감…발행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내년 채권 조달 일정 조정 불가피, WBGI 편입 '관건'
공개 2025-11-26 09:23:16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6일 09:2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시장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채권 발행금리가 치솟고 있다. 최근 한미 금융당국은 상반기까지 이어오던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전면 수정하기 시작했다. 이는 하반기 나타난 각종 지표에서 그간 우려되던 경기침체 우려가 개선된 한편, 물가 상승 우려는 한층 커진 결과다. 한편 시장 수급 상황에서도 채권 공급 대비 수요의 하락이 이어지면서 채권 발행 금리의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를 비롯한 우량 기업마저 금리 ‘할인’이 아닌 ‘가산’으로 발행금리가 결정되며 시장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업계는 내년 1~2월 조달 시즌이 평년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며 조달 공백을 경계하고 있다.
 
채권 금리 오름세, 회사채 시장에도 영향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4일 3년물 AA- 회사채 금리는 3.308%로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13일 기록한 3.365%보단 소폭 내린 수치지만 연중으로는 여전히 3.3%를 넘는 최고 수준이다. 이 외 회사채 금리의 바로미터가 되는 3년물 국고채 금리도 2.904%, 하이일드 등급인 BBB- 등급 회사채 금리도 9.189%를 기록했다.
 
 
실제 최근 채권 발행금리는 지난 10월 이후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진행된 회사채 발행에서도 그간 이어진 금리 할인이 아닌 금리 가산으로 발행 조건이 확정되는 경우가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SK그룹의 지주사 SK(003600)는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 발행 조건을 확정했다. 이번 발행에서 SK는 총 2500억 원 모집에 9200억원의 주문을 받아 최종적으로 3900억원으로 발행 규모 증액을 결정했다. 3년물 +2bp, 5년물 +3bp의 금리 가산이 적용됐다. SK는 연초 세 차례 발행에서 모두 금리 할인을 이뤄냈으나, 4분기 들어 시장 금리 상승세가 강해지면서 할인 없이 금리 상향으로 조건이 확정됐다.
 
금리 인하 기대 사라져…올해 '동결 유력' 
 
현재 채권 발행시장 금리 오름세 이유는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기조 완화 영향이 크다. 앞서 작년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한국은행은 총 네 번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완만한 한편, 경기 침체 위험이 가중되었다는 판단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조는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 활황과 더불어 변화를 맞았다. 2400선을 오가는 증시는 올해 10월 4200선을 돌파했다. 경기침체 우려에서도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2%를 기록해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으로 1% 이상 성장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은행이 주시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0% 상승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15일 주택 담보 대출 제한 강화와 투기 과열지구 지정 등의 내용을 담은 10·15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에도 10월 셋째 주 0.50%에서 넷째 주 0.23%, 11월 첫째 주 0.19%, 둘째 주 0.17% 등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보였다.
 
이와 더불어 환율 문제도 금리 인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 환율은 달러당 거래일보다 1.5원 오른 1477.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9일 기록한 1484.1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의 이 같은 움직임은 역시 한미 금리 차이에서 오는 자금 쏠림 현상이 주된 이유로 거론된다. 미국은 지난 1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한국(2.50%)과 미국(4.00%)의 금리 차이는 여전히 1.50%p 차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 증가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한편 기업들의 미국 직접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현재의 환율 환경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827억7000만달러 흑자였지만, 같은 기간 직접투자는 206억달러 적자, 증권투자는 603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즉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에 준한 수준의 달러가 금융 계정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적어도 올해까지는 금리 동결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금리 정책의 방향성이 선명해지고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하기 전까지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박상현 아이엠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의 위험자산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자금의 원화자산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12월 FOMC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 결과가 나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살아가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에 놓인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조달 지연 가능성…WBGI 편입 '변수'
 
통상적으로 매년 1월과 2월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일정이 시작되는 시기다. 하지만 최근 금리 변동성 증대와 더불어 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자금 조달 일정이 지연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에도 12.3 사태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3월과 4월로 미뤄진 바 있다. 
 
실제 올해 하반기 예정된 채권 발행에선 금리 문제로 인한 발행 지연이 있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이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인 후순위채 발행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본래 흥국생명은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해 이 중 800억원은 지난 2022년 발행한 후순위채 콜옵션 차환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채권 발행금리 상승에 따라 한국은행과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 결정 이후로 발행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채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입장에선 계속해서 채권 발행을 늦출수는 없다”라며 “이에 한해 두세번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의 경우 연초와 추후 조달 규모 금액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 계획을 추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도 채권 시장에 돌아오는 변수가 시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내년 4월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BGI)에 정식 편입을 공언했다. 정식 편입이 완료된다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외국계 자금이 추가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불확실성 증대로 채권 발행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내년도 4월 WBGI 편입 이후 국채 가격 안정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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