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세아제강지주(003030)가 올해 1분기 중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양산에 돌입하면서 사업다각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에너지용 강관 수출에 매출이 집중된 강관 업계가 지난해 대거 영업이익이 축소되는 등 시련을 겪는 가운데 업계에서 가장 먼저 사업다각화를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이미 세아제강지주는 해상풍력 자회사 세아윈드를 통해 양산 전 2조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하는 등 사업 다각화 효과도 빠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사진=세아제강지주)
편중된 포트폴리오에 강관업계 ‘시름’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아제강지주는 지난해 매출 3조6912억원, 영업이익 2251억원을 기록해 직전연도 보다 매출(3조9133억원)은 5.7%, 영업이익(5909억원)은 61.9%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원인은 주력 사업인 석유 시추 및 송유용 강관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세아제강지주 등 국내 강관업계는 미국 석유 시추 및 송유관용 강관 판매를 주요 매출원으로 삼는데 지난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 증가로 석유 개발 프로젝트들이 보류되는 등 강관 수요가 줄어드는 요인이 발생했다. 이에 강관 가격이 하락했고,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세아제강지주 산하 강관 자회사인 세아제강의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1조2629억원으로 전년 3분기(1조4235억원)보다 줄었고, 현지 생산 법인인 세아스틸아메리카의 매출액도 같은 시기 1조4131억원에서 1조1232억원으로 축소됐다.
실적 감소는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에너지용 강관에 집중된 매출 구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강관업체들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직전연도 대비 적게는 50%, 많게는 90%까지 하락했다. 강관 수요 하락이 지난해 내내 이뤄졌기 때문에 강관업체들의 영업이익 하락은 지난해 4분기에도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의 사업 전망도 다소 불확실하다. 석유 시추 확대를 통해 저유가를 노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역설적으로 시추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높을 경우 시추 동기가 높아지기 때문에 강관 수요도 동반 상승한다. 그러나 시추가 활성화되어 석유 생산량이 늘면 저유가 국면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시추 수익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채굴 수요도 줄어들고, 강관 수요도 감소한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저유가 정책 성과에 따라 국내 강관 업계가 다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강관 업계가 미국의 화석연료 확대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그 수혜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업계 내에서도 향후 미국의 강관 수요에 대해 예단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상풍력 사업다각화 본격화…양산 임박
이에 세아제강지주는 에너지 사업에 집중된 매출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해상풍력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업계에 따르면 해상풍력 시장 진출 확대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으로 전해진다. 에너지용 강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국제 유가의 변동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아제강지주는 지난 2021년 영국 현지에 해상풍력용 하부 구조물 생산 법인 세아윈드를 설립했다. 세아제강지주는 그룹 차원에서 세아윈드에 대한 출자를 대폭 늘리며 세아윈드를 준비해 왔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300억원대에 불과했던 세아윈드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1조4180억원에 달한다.
세아윈드는 오는 3월부터 첫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보통 사업 초기 생산량이 적고 초기 비용이 적기 때문에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세아윈드는 사업 초기 적자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공장 완공 이전에 이미 2조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한 까닭에 매출과 수익인식 시기도 빠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아윈드는 올해 하반기부터 선수주분에 대한 매출을 인식할 것으로 보인다.
해상풍력 사업은 에너지용 강관에 집중된 세아제강지주의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익성 측면에서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해상풍력용 하부구조물은 에너지용 강관에 비해 크기가 큰 까닭에 제작 과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경쟁 강도가 낮아 수익성 측면에서 에너지용 강관에 비해 우수하다.
아울러 수요 측면에서도 점진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에 공사비 문제로 해상풍력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긴 했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여전히 세계 각국의 과제이기 때문에 해상풍력 발전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동안 해상풍력 발전을 가로막던 전력 생산 비용 문제도 해소되는 모습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해상풍력의 발전단가는 1kWh(킬로와트시)당 105원으로 화석연료(140억원)보다 낮다.
세아그룹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세아윈드의 실제 매출 발생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지만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