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들이 식품산업 경쟁 포화로 바이오 사업으로 수익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아미노산 소재나 전분·당 등 식품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을 다른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가공되지 않은 1차 식품에 바이오 기술을 가미해 기능성소재와 식물종자, 첨가물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그린바이오' 사업, 옥수수·콩·목재류 등 재생가능한 식물자원을 원료로 화학제품이나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화이트바이오, 신약개발·진단시약·줄기세포에 적용하는 레드바이오 등으로 외형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IB토마토>는 식품기업의 바이오사업 현주소를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바이오사업 진출 3년 차에 접어든
오리온홀딩스(001800)가 중국 현지에 대장암 진단키트 생산시설에 이어 올해 결핵백신공장 준공에 나서는 등 신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임상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는 데다 향후 투자금액 등 구체적인 청사진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오리온 측은 대장암 체외 진단키트는 상용화까지 2년, 결핵백신은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오리온)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 2020년 이후 약 3년간 총 441억원을 바이오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초기 바이오 사업 영역으로 발병률이 높은 ‘암 중증질환’을 조기 발견하는 진단 분야와 결핵 등 백신 분야를 선정하고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바이오사업 진출 3년 차…올해 내 백신공장 준공 완료
현재 오리온은 중국 현지에 대장암 진단키트 연구·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백신공장의 경우 지닝시 고신구에 위치한 바이오 산업단지 내에 착공을 시작한 상황으로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앞서 2021년 3월 오리온그룹은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와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과기개발유한공사’을 설립한 바 있다. 오리온은 중국 내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통해 2021년 5월 국내 암 체외진단 전문기업 ‘
지노믹트리(228760)’와 대장암 체외진단 기술도입 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통해 지노믹트리는 산동루캉오리온바이오기술개발유한회사로부터 대장암 체외진단용 기술 사용에 대한 선급금과 사업진행에 따른 마일스톤·매출 발생에 따라 총 60억원을 지급받게 된다. 같은해 7월28일에는 지노미트릭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운영자금 50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오리온홀딩스와 사업적 협력관계 강화·공동의 경영목적 달성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위해 진행됐다.
지노믹트리는 지난해 1월부터 대장암 조기진단제품의 사용목적 확장을 위한 한국식약처 제조허가용 대규모 다기관(15개 기관) 전향적 확증임상시험(2358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2월 오리온홀딩스는 글로벌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큐라티스는 지난달 3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공시, 예비심사까지 통과한 상태다. 이번 상장을 통해 모집된 자금 227억원 가운데 194억원은 한국·동남아시아에서 성인과 청소년용 결핵백신 QTP101의 임상 2b·3상 진행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된다. 이는 루캉오리온과 중국 내 연구, 개발, 생산, 판매 등을 위해 공동개발키로 한 백신이다.
이번 백신공장 착공 외에도 오리온은 하이센바이오와 합작투자 계약으로 지난해 말 설립한 합작회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에 향후 사업 진행 경과에 따라 자본금 165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165억원 가운데 오리온의 투자비용은 99억원으로, 합작회사를 통해 하이센스바이오가 보유한 시린이, 충치, 치주질환 등 치과질환 전문치료제 기술을 도입하고, 추후 구강청결제, 치약 등 의약외품뿐만 아니라 식품 소재 영역까지 진출할 방침이다.
오리온홀딩스는 산둥루캉하오리요우에 242억원, 지노믹트리 50억원, 큐라티스 50억원, 오리온바이오로직스 99억원를 비롯 현재까지 바이오사업에만 총 441억원을 투자했다. 향후 투자계획 등 청사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결핵백신 상용화 예정 시기인 향후 10여년간 투자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투자 비용과 계획 등에 대해서는 오리온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변수가 많은 바이오사업 특성상 구체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치과질환 전문치료제는 타 신약 대비 임상기간이 짧아 조기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세 가지 영역의 제품 개발과 함께 임상·인허가 등 초기사업을 착실히 수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휴자산 매각으로 자금여력 보강…재무건전성 양호
현재 오리온홀딩스의 재무상태는 긍정적이다. 올해 1분기 총차입금은 136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 1758억원보다 줄었다. 오리온홀딩스의 차입금은 바이오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2020년 3091억원에서 2021년 3255억원으로 1년간 5.31% 증가한 후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이 1758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줄어든 차입금 부담과 높은 수익성 등을 고려 시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도 낮은 편이다. 부채비율은 20.93%,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278.12%로 우수한 수준이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2021년 이후 국제 곡물가격 급등을 비롯한 원·부재료와 운임비 상승에도 중국과 러시아 시장 판매가 인상, 제품 포트폴리오 라인업 확대에 따른 판매량 증가 등으로 이익창출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오리온홀딩스의 지난해 말 매출은 2조9346억원으로 전년(2조4150억원) 대비 21.52% 증가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도 3156억원에서 3998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3%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12.68%로 나타났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올 1분기 5543억원으로 지난해 말 6307억원 대비 12.11% 감소한 수준이지만, 2021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오리온홀딩스의 현금성자산은 2020년 3867억원 규모에서 2021년 5687억원으로 증가한 바 있다.
김응관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오리온홀딩스는 배당수익을 상회하는 배당지급과 오리온제주용암수 출자, 산둥루캉바이오의약 설립 등 투자자금 소요가 확대됐으나 최근 유휴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여력을 보강했다"라며 "오리온의 견고한 실적흐름을 감안할 때 경상수입 기반은 매우 안정적이다"라고 분석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