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소액주주 반대 격화…'SK온' 상장 제동 걸리나
5% 지분 모아 의견 전달 예정…주주명부 열람까지 요청
DB하이텍·풍산 등 IPO 철회…"IPO가 SK이노 가치 훼손 아냐" 의견도
공개 2022-11-11 07:00:00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9일 17:5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자회사 SK온 상장을 앞 둔 SK이노베이션(096770)(SK이노)이 소액주주 반대라는 벽에 부딪혔다. 앞서 DB하이텍(000990), 풍산(103140) 등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상장하려던 기업들이 소액주주 반대에 부딪쳐 상장을 철회한 사례가 많아 SK이노가 소액주주 반대를 넘어 SK온 상장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SK이노베이션)
 
9일 SK이노 소액주주 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 SK온의 기업공개(IPO)를 반대하며 사측에 △SK온 프리IPO 즉각 철회 △SK온 재합병 및 인적분할 추진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들은 배터리의 성장성을 보고 일찍이 투자했는데 모기업이 자회사 지분율을 높게 유지하려는 정책 때문에 주주가치가 훼손됐다고 주장한다. 올해 초 LG화학(051910)이 2차전지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을 물적분할 후 상장한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소액주주들은 1일 기준 0.05%(총 4만8530주)의 SK이노 지분을 모았다. 8일 현재 지분을 약 0.1%로 늘린 상태다. 향후 5%의 지분을 모아 소액주주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또 국민연금에 공동행동 내용증명, 한국거래소에 중복상장 심사기준 재정비를 요청하는 내용증명 등을 발송할 계획이다.
 
<IB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회사 측은 주주명부 열람이 실제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중이다. 소액주주들이 주주명부를 전달받게 될 경우 DB하이텍 사례와 같이 주주명부 열람을 통해 지분을 10% 이상 확보해 소송 진행 등 사측에 분할상장을 막기 위한 활동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액주주 연대는 “자회사 투자금이 필요하면 인적분할하면 되는데 굳이 물적분할, 프리IPO를 한다고 해서 오너 일가의 지분 욕심이 의심된다”라며 “회사는 ESG 경영을 한다고 홍보하지만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대주주의 배만 불리는 경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 1일 사측에 SK온의 프리IPO 철회와 재합병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사진=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 연대)
 
특히 한국거래소는 잇따른 소액주주들의 의사표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PO 증권신고서를 검토해 통과시켜주는 기관인 만큼 여론의 화살이 쏠릴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DB하이텍과 풍산 등도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소액주주 반대가 심해지면서 여론의 부담을 느끼면서 IPO를 자진 철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거래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문제 소지가 있는 것은 다 통과시켜주지 않겠다는 분위기”라며 “SK온도 소액주주들이 들고 일어선 만큼 IPO 자체가 어렵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물론 SK이노도 할 말은 있다. 우선 상장을 이유로 유인된 고급인력들의 유출 우려다. 구직자 입장에서 보면 후발주자인 SK온이 경쟁사인 LG엔솔이나 삼성SDI(006400) 보다 여건이 좋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게 된다. 당장 기용할 인력이 아쉬운 SK온이 ‘상장 카드’를 버리기 힘든 이유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배터리 사업에 투자하느라 약해진 SK이노의 재무체력에 있다. 자회사 지분 매각(SK루브리컨츠 40%, 1조1000억원)과 2차전지 소재 회사 상장(SK아이이테크놀로지, 2조원), 심지어 본사인 서린사옥(1조원)까지 매각해 수조원의 자금을 투자했는데도 2030년까지 20조원가량이 더 필요하다.
 
SK이노는 3분기 기준 총차입금 23조원에 부채비율이 183%다. 부채비율로만 따지면 위험수준인 200%를 목전에 뒀다.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선점하려면 적기에 공장 증설을 해야 하는데 회사 재무체력이 지나치게 약해진 셈이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이미 투자 부담으로 인한 SK이노 재무적 안정성을 우려한 바 있다.
 
 
 
이 때문에 IB업계 일각에서는 소액주주들의 걱정이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증권사 연구원은 “LG화학과 SK이노는 경우가 너무 다르다. 수주가 늘어난다고 수익성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LG엔솔은 (물적분할 당시에도) 매출이 높았지만 SK온은 적자를 지속해 오히려 SK이노의 가치가 저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SK온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SK이노에 부담이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SK온을 상장하면 SK이노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SK이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소액주주 연대 공문을) 살펴보고 있다.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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