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돈 못 받고, 택지 비용 뭉텅이 지출…공사미수금·분양미수금 급증용지선급금 3535억원 빠져나가…'벌때 입찰' 논란 등 관련 비용 추정계열사 실적 부진 영향도 있어…"후분양 조건 현장 영향으로 분석"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지난해 호반건설 현금창출능력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399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9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공사미수금과 분양미수금이 크게 늘었고, 낙찰받은 택지에 대한 취득대금이 크게 늘면서 전반적인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9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399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활동 관련 자산 및 부채 변동으로 4676억원이 실제 현금으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전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계정을 기록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호반건설은 지난해 받을 돈은 받지 못하고, 낙찰받은 택지에 대한 지급 비용 금액이 많아지면서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사미수금이 1388억원 증가했고, 분양미수금도 1729억원 증가하면서 실제 현금이 들어오지 못했다. 여기에 용지선급금이 3535억원 증가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2020년 626억원에 불과했던 용지선급금 증가액이 지난해 5배 이상 늘어났다.
용지선급금은 토지 소유권을 이전 받기 전에 지급하는 취득대금(계약금, 중도금 등)을 말하며 향후 최종 잔금을 치른 후 소유권 이전등기 후 재고자산 용지로 대체해 표시된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벌때 입찰’ 논란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호반·대방·중흥·우미·제일건설 등 5개 건설사는 계열사를 동원한 ‘벌때 입찰’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택지 분양 물량 178 필지 중 37%에 해당하는 67필지를 낙찰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호반이 18개 필지를 낙찰받으며 1위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는 호반그룹 오너 2세인 김대헌 기획총괄이사를 다음달 7일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정무위는 김 사장에게 LH 공공택지 ‘벌때 입찰’과 관련해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등을 질의할 예정이다.
여기에 투자활동현금흐름으로 수 천억원이 빠져나가 현금 및 현금성자산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해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284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재무활동현금흐름으로 837억원이 유입됐음에도, 전체 현금증감은 마이너스 1641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전년보다 39.4% 줄어든 2526억원을 기록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영업활동현금흐름 악화에 대해 “분양조건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종속법인 스카이리빙에서 현재 공사진행중인 동탄7차, 평택고덕3차 2곳이 모두 후분양조건 현장”이라며 “착공 후 공정률 60% 이상일 때 분양이 가능해 지난해까지는 공사비 및 토지비 등 지출만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호반건설은 종속 계열사의 사업 부진으로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별도 기준 호반건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플러스 1148억원을 기록했다. 실제 몇몇 계열사는 1년만에 실적 하락 등으로 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20년 부채 970억원을 기록했던 스카이리빙은 지난해 부채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나면서 2206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98.0%에서 222.7%로 급증했다. 아울러 꾸준히 당기순적자를 기록하는 계열사도 많은 상황이다.
2020년 118억원 당기순적자를 기록한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도 215억원의 당기순적자를 기록하며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밖에 플랜에이치벤처스, 양재피에프브이, 리솜리조트 등도 지난해 당기순적자를 기록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