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셀리버리(268600)의 주가가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전환사채(CB) 투자자의 첫 번째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행사됐다. 풋옵션 기일이 도래하자마자 행사된 것이다. 회사가 지금까지 발행한 3개의 CB는 모두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도까지 내려왔지만, 시가와 비교하면 40% 이상의 괴리율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셀리버리 본사가 위치한 상암 중소기업DMC타워.
해당 CB는 지속된 주가 하락으로 5차례의 리픽싱을 겪었다. 발행 당시 주당 전환가액은 10만4000원이었으나, 지난해 2월 100% 무상증자가 진행됨에 따라 5만2000원으로 조정됐다. 이후 1년간 이어진 주가 하락 속에 4차례의 리픽싱이 이뤄졌으며 5만2000원이었던 전환가액은 올해 초 한도치인 3만9000원까지 하락했다.
셀리버리는 지난달 주가 부양을 위해 다시 100%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CB의 전환가액도 1만9500원으로 조정됐다. CB는 리픽싱 한도를 채웠으나, 여전히 전환가액이 주가보다 비싼 상황이다. 23일 기준 회사의 주가는 1만3500원으로 전환가액과 42.9%의 괴리율을 나타내고 있다.
주가가 어느 정도 회복되지 않으면 비용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전환청구 효력이 시작되며 보통주로 전환된 123억원어치 물량과 지난달 조대웅 대표의 콜옵션 행사금액 약 57억원을 제외하면 CB에 남은 잔액은 50억원이다. 50억원의 상환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CB가 표면금리가 보장된 상품인 데다 만기수익률과 조기상환수익률 약정이자도 붙어 있어 회사는 이자 비용까지 책임져야 한다.
셀리버리는 상반기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 11억원을 포함해 586억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화 가능한 금융자산을 감안하면 상환금, 이자 비용이 크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회사는 1회차 CB 외에도 지난해 2월 무상증자 이후 발행했던 2·3회차 CB까지 갖고 있다. 발행 규모는 각각 155억원, 195억원으로 내년 9월, 10월부터 풋옵션 효력이 시작된다. 이들 CB의 전환가액 또한 리픽싱 한도까지 떨어져 있다. 시가와의 괴리율은 각각 75.3%, 63.7%에 달한다. 회사 입장에선 350억원의 상환 부담까지 더해지지 않기 위해선 1년 안에 주가 상승 모멘텀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셀리버리는 플랫폼 기술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을 기반으로 한 6종의 신약후보물질과 연구용 시약을 개발하고 있다. 매출 유형은 기술이전(L/O)과 연구용시약 제품매출로 나뉜다.
눈에 띄는 기술이전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개발(R&D) 비용 투자가 지속 늘어난 탓에 회사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지난 2019~2021년 평균 매출액은 연결 기준 67억원인 데 반해 평균 R&D 비용은 152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은 2019년 –146억원, 2020년 –176억원, 2021년 –28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 폭이 약 200억원 커진 가운데 투자로 인한 현금 지출도 450억원가량 늘어나며 –2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주가 상승이나 실적 상승 등으로 이어질 만한 모멘텀이 머지않아 마련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셀리버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콜옵션 행사분을 제외하고 1회차 CB에 남아있는 잔액 50억원은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라며 “주식은 섣불리 예상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회사에서 준비해오던 것들이 결실을 보기까지 머지않았기 때문에 성과가 가시화되면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B 투자자들도 풋옵션이 아닌 전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셀리버리는 지난달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iCP-NI'에 대한 임상1상을 유럽의약품청(EMA)에 신청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임상 신청을 준비 중이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