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회장이 돈 버는 법…비트맥스에 코인 팔고 수백억 '현금화'
코인 양도 후 비트맥스 주가 상승…법인은 평가이익
초록뱀그룹 계열 오션인더블유 CB 발행으로 자금조달
원영식 회장도 CB 투자 대박…법인 가상화폐 보유 논란
공개 2025-06-3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6일 1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비트맥스(377030) 주가가 최근 몇 달간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상장사 중 비트코인 보유량 1위 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시장 일각에선 주가 상승만큼이나 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투자자들 사이에선 법인의 가상화폐 보유와 관련해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었다는 평가와 장기적 기업 가치 상승이라는 관점에서 여전히 의문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병진 플레이크 회장은 비트맥스에 총 7차례에 걸쳐 비트코인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비트맥스가 양수한 비트코인 총 수량은 287.7884개로, 양수가액은 약 418억4000만원이다. 이더리움 수량은 총 500개로, 양수가액은 약 132억9000만원이다.
 
비트맥스 주가 상승에 김 회장·법인 모두 '쏠쏠'
 
비트맥스는 2025년 3월10일 비트코인 50개, 이더리움 268개를 양수한 것을 시작으로 3월24일 비트코인 38개, 이더리움 232개, 4월10일 비트코인 37개, 5월19일 비트코인 28.1109개, 5월23일 비트코인 29.2256개, 5월30일 비트코인 35.6321개, 6월13일 비트코인 20.7605개, 6월24일 비트코인 49.0604개를 확보했다. 
 
비트맥스가 대규모 비트코인을 확보함에 따라 주가도 급등했다. 비트맥스 주가는 두 달 전만 해도 1000원대를 맴돌았지만, 비트코인이 지난 4월 말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면서 회사 주가도 7000원대까지 치솟았다. 비트맥스 주가는 26일 종가 기준 7120원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4일 주가 급등을 이유로 비트맥스를 투자경고종목에 지정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비트맥스와 대규모 가상화폐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것은 법인이 직접 가상화폐 취득이 불가능하자 김 회장이 개인으로 매수해 이를 양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해외 주요 국가들과는 달리 법인의 가상화폐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왔다. 구체적인 법령은 없지만, 정부가 법인의 가상화폐 거래를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은행에서 관행적으로 법인 명의로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실명계좌 개설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한해왔다.
 
김 회장은 이처럼 관련 제도가 미비한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었다. 개인이 보유한 가상화폐를 법인에 양도하는 것까지 제한하지 않았다는 점을 파악해 비트맥스와 양수도 거래를 체결한 것이다. 비트맥스는 올해 2월 김 회장이 인수한 회사로, 상호명을 기존 메타버스에서 비트맥스로 변경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자산이 양도한 것만으로 개인은 551억원대 현금을, 회사는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을 본 셈으로, 두 차례에 걸쳐 수익을 극대화했다.
 
 
 
'작전설 단골' 원영식 회장, 비트맥스 CB 투자로 '잭팟'
 
비트맥스가 김 회장으로부터 가상화폐를 양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오션인더블유(052300)에 대한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오션인더블유는 100% 자회사인 유에스씨(USC)와 함께 비트맥스의 2회차, 3회차, 4회차 CB에 각각 80억원, 82억원, 54억원을 투자했다. 전환가액은 2회차 1323원, 3회차 1442원, 4회차 2456원이다. 최근 주가를 고려하면 216억원을 투자해 700억원대의 수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오션인더블유의 최근 시가총액이 약 63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CB 투자만으로 회사 시총을 뛰어넘는 잭팟을 터뜨린 셈이다.
 
오션인더블유는 공격적인 메자닌 투자로 알려진 초록뱀그룹의 원영식 회장 일가가 소유한 기업이다. 원 회장의 구속 기소 이후 모든 계열사에서 메자닌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초부터 다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오션인더블유는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을 통해 '단순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상장회사 CB 취득 등을 추진 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도록 한다'는 정관을 삭제한 뒤 #앱트뉴로사이언스(옛 지오릿에너지)·비트맥스·엑스큐어(070300)가 발행한 CB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비트맥스는 추가적인 CB 발행을 통해 가상화폐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비트맥스는 최근 '그린루미너스 1호 투자조합'을 대상으로 하는 500억원 규모 5회차 CB 발행을 예고했다. 전환가액은 4289원으로 납입 예정일은 다음 달 14일이다. 해당 투자조합은 원 회장과 투자 활동을 이어온 인물들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 가상화폐 보유 논쟁 '여전'…장기적 기업 가치 '의문'
 
가상화폐라는 테마를 노린 것이 잭팟으로 이어졌지만, 리스크도 있다. 테마주 특성상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 시 타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비트코인을 활용한 자산운용 전략은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산 배분 전략이나, 투자 전략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금융당국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원칙적으로 금지해온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시장 일각에선 가상화폐 특성상 법인의 장기적 기업 가치와 시세조종 관련한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김병진·원영식 회장의 과거 사례를 비추어 보아 이번 비트맥스 주가 급등의 경우, 시세조종에 대한 의혹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원 회장 일가는 2021~2022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관련주 CB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한 뒤, 호재성 정보를 흘려 주가를 띄우고 차익을 실현했다는 의심을 받아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원 회장은 주가조작 의혹으로 2023년 7월 구속 기소되었으며, 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현재 재판 진행 중이다. 앞서 오션인더블유를 비롯해 초록뱀그룹이 앞으로 CB를 비롯한 무분별한 메자닌 투자를 전 계열사에서 금지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며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관련 법 규제가 없어 이 부분을 노렸을 것”이라면서도 “주가 변동성과 이벤트는 확실했지만, 장기적 기업 가치와 관련해선 의문이 남는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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