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수년째 바이오 사업부문 성과가 나오고 않고 있는
메디프론(065650)이 최대주주인
티사이언티픽(057680)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주요 수입원인 IT 사업 매출로도 비용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최대주주의 힘을 빌려 열악한 자금력을 보완하려는 모양새다. 티사이언티픽은 지난해 1월 바이오사업 진출을 위해 메디프론의 주식을 인수했다.
메디프론의 연구실. (사진=메디프론)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디프론은 지난 23일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3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3자 배정 대상자는 NH투자증권 주식회사 외 13곳으로 배정주식수는 866만6661주, 전환우선주다.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전환우선주는 발행일에서 1년이 지난 2023년 7월1일부터 우선주의 존속기간 전일(2027년 6월30일)까지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해당 기간 전환청구되지 않은 우선주는 당시의 전환비율에 따라 보통주로 자동 전환된다.
유상증자 보고서를 통해 매수청구권(풋옵션)에 관한 사항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환우선주 인수인은 우선주 납입일 이후 2년이 되는 2024년 6월30일부터 2027년 3월30일까지 보유 중인 우선주에 대해 티사이언티픽에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티사이언티픽은 해당 풋옵션 청구에 따라 인수인이 보유한 우선주를 매수해야 한다. 전날 티사이언티픽은 메디프론에 대해 13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5.86%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채무보증기간은 메디프론 유상증자 풋옵션 행사 가능 기간과 동일하다.
이와 별개로 티사이언티픽은 메디프론의 5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같은 날 메디프론은 티사이언티픽을 제3자 배정 대상자로 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333만3333주가 발행될 예정이며 신주 발행가액은 1500원, 상장예정일은 10월24일이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전량 1년간 보호예수 될 예정이다.
메디프론은 1997년 설립돼 2003년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2010년에는 다국적 제약사 로슈에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MDR-066’ 관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앞서 2008년에는 또 다른 후보물질 ‘MDR-1339’에 대한 임상을 대웅제약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2005년에는 독일 그루넨탈과 비마약성 강력진통제 물질 ‘MDR-6013’을 공급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메디프론의 영업실적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바이오사업 부문에서 이렇다 할 기술이전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2012년 이후 당기순이익이 줄곧 적자 상태다. 지속된 적자 기조에 작년에는 관리종목 위기를 겪기도 했다. 당시 메디프론은 가정간편식(HMR) 기업인 ‘에스제이코레’ 인수에 따른 이익 발생으로 흑자전환에 성공, 관리종목 우려를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만 흑자전환했을 뿐 당기순이익은 여전히 –68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된 상황이었다. 영업이익 또한 올해 1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주요 재무지표를 살펴보면 현금성자산은 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6% 감소했고, 단기성차입금이 28% 늘어나며 150억원이었던 순현금(현금성자산-총차입금)은 44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은 작년보단 적자폭이 감소해 –17억원을 나타냈다. 통상 FCF가 마이너스(-)면 영업활동현금흐름 부진으로 외부자금 조달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티사이언티픽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주력 사업인 바이오신약 연구개발(R&D)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장시간 소요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메디프론이 로슈, 그루넨탈 등과 기술이전 계약을 통한 라이센스 대금은 제품화 단계별로 나뉘어 회사에 유입된다. 해당 물질이 최종적으로 상업화될 경우 매출 5~6%를 매년 로열티로 받게 된다. 하지만 로슈에 공급된 치매치료제 물질은 아직까지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고, 그루넨탈에 공급한 진통제 물질도 요원한 상황이다. 현재는 천식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메디프론의 파이프라인 현황. (사진=메디프론)
메디프론의 신약 개발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은 만큼 티사이언티픽의 입장에서도 상황이 여유롭지만은 않다. 기존 메디프론의 모회사는 이앤코퍼레이션(구 브레인콘텐츠)이었다. 2020년 2월 메디프론을 인수했던 이앤코퍼레이션은 인수 이후 사업다각화를 꾀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메디프론이 진행한 제3자 배정 대상 유상증자에 티사이언티픽이 참여하며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티사이언티픽은 메디프론의 유상증자에서 150억원을 납입해 10.81%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티사이언티픽과 이앤코퍼레이션은 메디프론의 주식을 451만2635주(10.35%), 352만3179주(8.08%)씩 각각 보유하고 있다.
티사이언티픽은 메디프론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경영참여 목적을 밝힌 바 있다. 단순 투자 목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 티사이언티픽이 메디프론과 함께 바이오신약 개발 협업을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었다.
티사이언티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메디프론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채무보증을 결정한 것은 지분율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메디프론의 신약개발 성과 관련해선 엄연히 타법인인 만큼 전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메디프론에 자금조달과 재무개선 계획에 대해 문의했지만 답변 받지 못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