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변세영 기자] KB자산운용이 업계 1위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해 순이익으로 삼성자산운용을 넘어 2위에 오른 만큼, 향후 운용규모(AUM)를 1위로 키워 양적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다만 아직까지 KB자산운용 포트폴리오는 일임 규모가 크고, 운용사 핵심 역량으로 꼽히는 ETF 경쟁력도 다소 부족하다는 점에서 ‘탑티어’로의 도약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779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간 순이익 기준 2위 사업자 지위를 보유했던 삼성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739억원에 그치며 KB에 밀리고 말았다.
사진 = KB자산운용
변곡점을 맞은 KB자산운용은 최근 다시 한번 퀀텀점프를 시도하고 나섰다. 창립 34주년을 맞아 ‘2030년 업계 1위 자산운용사 도약’이라는 장기비전을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준은 회사의 덩치를 나타내는 ‘운용자산’ 규모다. 현재 운용자산 AUM(순자산총액)이 120조원 수준인 KB자산운용은 2030년 업계 1등에 오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지난달 31일 기준 KB자산운용 AUM(펀드+투자일임) 순자산 총액은 121조8504억원으로 삼성자산운용(292조9016억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164조6621억원)에 이어 국내 3위다. 업계 4위는 한화자산운용(105조8157억원)으로 KB를 맹추격하는 상황이다.
AUM 규모 2·3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을 비교하면 부문별 운용 내역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투자일임 부문에서는 KB자산운용 AUM이 69조5092억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42조8210억원보다 월등히 높다. 중요한 건 ‘펀드’다. 지난달 31일 기준 KB자산운용의 펀드 부문 순자산총액은 52조3411억원으로 같은 기간 미래에셋(121조8411억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산운용사에 ‘펀드운용’ 역량이 중요한 이유는 투자일임에 비해 소위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1분기 KB자산운용 수수료수익은 총 401억3185만원이었는데, 이중 일임수수료가 87억6544만원, 집합투자기구운용보수는 293억6540만원이었다. 반면 미래에셋의 경우 전체 수수료수익 879억9004만원 중 일임수수료는 82억6258만원에 그쳤지만 집합투자기구운용보수가 694억2953만원에 이르며 실적에서 앞서나갔다.
펀드 섹터 중 가장 핵심역량으로 꼽히는 부문은 단연 'ETF'다. ETF는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개별 주식처럼 상장돼 접근성이 쉽고 시장 변동성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을 보유한다. 최근 몇년 사이 주식형, 채권형, MMF(Money Market Fund) 등과 비교해 시장 규모가 월등히 커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는 2017년 35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5월 60조원을 넘더니 지난달 기준 72조원대까지 급격하게 성장했다.
KB자산운용은 한국·미국·유럽 시장대표지수 ETF에 세계 최저보수를 대입하고 유망섹터 ETF 보수를 업계 최저 인하하는 등 유인책을 내놓으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그 결과 2020년 말 ETF 순자산총액은 3조3769억원에서 지난달 31일 기준 5조6500억원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이 같은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느냐다. 지난해 말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은 약 74조원에 달했지만 지난달에는 72조원으로 줄어드는 등 다소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증시 불안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신규 자금 유입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KB금융지주는 KB자산운용의 지분 100%를 갖는다. (사진 = 변세영 기자)
그렇다고 경쟁사 파이를 뺏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례로 지난 2일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ETF 순자산 1위 상품인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순자산총액은 3조4756억원)의 보수율은 0.49%, 2위 TIGER 미국나스닥100(2조488억원)의 보수율은 0.07%에 그친다. KB자산운용은 순자산 1위 KBSTAR 200의 보수율은 0.02%, 5위 KBSTAR Fn수소경제테마가 0.45%를 수취한다. 레드오션 시장에서 ETF 유입규모를 늘리고 수익성을 잡기 위해서는 단순 지수추종 보다는 보수율이 높은 테마형 결합 상품이 필요한 배경이다. 다만 테마형 ETF의 경우 이미 시장지배력이 큰 종목 위주로 '굳히기' 추세가 이뤄지고 있어 고객을 유인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짙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벌써 ETF시장에 진입한 운용사들이 20여 개에 이른다. 그만큼 레드오션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후발 운용사들이 ETF 자산 규모를 계속해서 늘려가겠지만, 시장은 선점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점유율 차이는 미미할 것으로 본다"라면서 "폭발적인 큰 이벤트나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니면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계속해서 퇴직연금이나 이런 부분에서도 ETF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많은 상품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라면서 “KB자산운용 보수가 타사보다 저렴하고 합리적인 상품이 많아서 이런 것을 활용하면 파이가 조금 커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