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승윤 기자]
삼양사(145990)가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으며 신용도에 경고등이 켜졌다. 화학사업 부진과 원당가격 급등에 실적이 나빠지는 가운데 흡수합병한 크리켐과의 시너지 효과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삼양그룹 본사. 사진/삼양사
삼양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연결 기준 4분기 영업이익이 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 영업이익이 줄어든 배경에는 주력 사업 중 하나인 화학 부문의 부진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올해 실적에 있어 식품보다 화학 사업의 영향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삼양사는 지난 1월 합성수지 및 기타 플라스틱물질 제조사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 크리켐을 흡수합병했다. 기존의 종속회사를 흡수해 경영효율화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화학 부문의 실적을 높인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양사는 합병 보고서에서 “양사가 보유한 사업역량을 상호 활용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효율성을 증대시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명시했다.
삼양사 연간 실적.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하지만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한 크리켐이 매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제대로 된 영업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켐 지난 2017년 별도 기준 영업손실로 4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다음 해에는 9억5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102.1% 적자 폭이 확대됐다. 당기순손실도 2018년 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16.2% 적자 규모가 커졌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합병을 통한 효과가 바로 나타지는 않겠지만, 크리켐과 함께 화학사업과 관련된 노하우 공유와 연구 개발을 진행해 빠르게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삼양사의 또 하나의 주력사업인 식품 부문도 우려를 자아낸다. 원당 가격 상승과 제분 판매 가격 하락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삼양사의 이익률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삼양사의 세전이익률은 2016년 6.8%를 기록한 이후 2017년에는 절반인 3.4%로 떨어졌다. 이후 2018년은 3.8%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삼양사 연간 세전이익률. 사진/한국기업평가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삼양사의 수익성 회복이 더딘 것을 우려해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동은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삼양사는 중단기적으로 식품부문의 곡물가격 변동과 경쟁 심화, 화학 부문의 중국 증설에 따른 영향 지속으로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재무안정성 수준도 저하될 수 있다”라며 “이에 수익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홀딩스 연결 기준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마진 8% 미만'을 신용 등급 하향 변동 요인에 추가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삼양사가 단기간 내 추가된 하향 트리거를 충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외부요인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다면 제시된 8%를 하회할 가능성도 아예 배재할 수는 없다"라며, "이에 중단기적으로 식품과 화학 부문의 수익성 측면을 집중 모니터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삼양사는 신용도 하락 위험을 다양한 전략을 통해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올해 각 사업별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고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 가치 사업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전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일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승윤 기자 hljysy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