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인수에 뛰어든 회사가 당초 예상보다 큰 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후화된 항공기가 핵심이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초기에 필요한 비용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면서 "인수전 초반에는 2조원으로 예상됐지만, 노후화된 항공기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라고 전했다.
출처/항공안전관리시스템
또한 아시아나항공은 1993년 제작된 항공기(B767-300)도 운행에 활용 중이다. 고객을 맞이하는 대한민국 여객기 중 가장 오래됐다. 타 항공사 중 제작 시기가 가장 빠른 여객기는 1997년 1월식(대항항공, A330-300)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중 1997년 이전에 제작된 비행기는 1994년에 제작된 B747-400, B747-400F 등 총 5대다.
20년을 넘긴 항공기는 고장이 잦다. 국토교통부가 2017~2018년 항공기 기령에 따른 고장 경향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경년 항공기에서 정비요인에 의한 지연, 결항 등 비정상 운항이 기령 20년 이하인 항공기보다 실제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정비요인으로 지연(30분 초과) 또는 결항된 건수는 기령 20년 이하는 항공기 1대당 3.2건인 반면, 기령 20년 초과는 1대당 15.7건으로 약 4.9배 많았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2017~2018년 항공기 1대당 정비요인으로 인한 회항 발생건수가 기령 20년 이하는 항공기 1대당 0.17건인 반면 기령 20년 초과 항공기는 대당 0.32건으로 약 1.9배 많았다.
아시아나항공의 B747. 출처/국토교통부
국토부는 특별히 B747 기종만 따로 떼어내 정비 요인을 분석했다. B747시리즈는 아시아나 항공의 경년 항공기 중 60%(20대 중 12대)를 차지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같은 B747 기종이더라도 정비요인으로 지연(15분 초과) 또는 결항된 건수가 경년 항공기의 경우, 1000편당 10.9건으로, 기령 20년 이하 항공기의 3.4건보다 약 3.2배 높았다"라고 설명했다. 올 1월 중 경년기인 아시아나항공 B747 화물기에서 회항 2회, 이륙 중단 1회, 장기 지연 1회 등 기체 결함에 의한 안전 장애가 한 달 만에 4차례나 발생했다.
그렇기에 업계에서는 인수 이후 초기에 비행기 교체가 필요하다고 IB업계에서는 입을 모았다. 기존의 리파이낸싱 비용에 더해 추가적인 금융리스 비용이 생길 것으로 IB업계에서는 예측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은 시설이 낡아, 바꿔야 할 비행기가 많다"면서 "게다가 최근에 투자가 전혀 없어, 인수 시 초기에 투자해야 할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기를 도입하는 방법에 대해서 그는 "리스일 가능성이 높은데, 기존의 금융 비용이 상당하다 보니 새 항공기를 가져오기 쉽지 않다"면서 "돈을 벌어서 이자만 갚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화재로 그을린 아시아나항공 A380 모습. 출처/뉴시스
국토부는 경년항공기 교체를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경년항공기를 관리하는 이유는 운항의 안전이다. 이 달 LA행 A380 여객기의 엔진 화재, 지난 4월 마닐라 행 B747 여객기의 기체 결함 등 항공기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경년항공기의 위험성에 관한 데이터를 발표한 점도 이 같은 배경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타 항공사보다 경년 항공기가 많기에 국토부 정책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안전성으로 시야를 넓힌다면 자회사인 에어서울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6월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안전성을 에어서울과 함께 국내 항공사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C등급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항공기 사고·준사고 발생률 ▲사고로 인한 사망자 등의 수 ▲안전관련 과징금 부과건수 및 부과액 ▲항공종사자 처분 건수 및 처분일수 ▲인사원칙, 징계절차 등 안전문화 점수 등을 기준으로 국토부는 안전성을 평가했다.
앞으로 경년항공기 관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년 항공기의 안전 관리 강화 필요성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항공사가 경년 항공기를 스스로 송출시키도록 독려해 왔으나 단순 권고사항에 불과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의 경영이나 대외 이미지에 영향을 줄 실효적 수단을 적극 강구해 경년 항공기의 퇴출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면서 경년 항공기 퇴출 전략을 밝혔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