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완성차 업황 악화로
만도(204320)의 AA급 신용등급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만도의 신용등급은 결산실적이 나오는 내년 초에 하향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만도는 실적 회복을 위해 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펼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원 만도 회장은 지난 7월 임직원 이메일로 발표한 담화문에서 “완성차 업황의 급격한 악화에서 비롯되는 경영위기 때문에 투자금융업계에서는 신용등급 하향을 고려하는 등 만도의 미래에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만도는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 일부를 충족하고 있는 상태다. 만도는 지난 2014년 9월 한라홀딩스에서 인적분할된 이후 ‘AA-/안정적’ 신용등급을 줄곧 유지해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만도의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로 ▲EBIT마진 4% 미만 ▲순차입금의존도 30% 초과 ▲해당 요인 지속 등을 제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EBITDA/매출액 8% 미만 ▲총차입금/EBITDA 3배 초과 ▲계열 지원부담 가시화 등을 제시했다.
만도의 연결기준 EBIT/매출액(영업마진율)은 최근 3년간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해왔다. 올해 2분기 EBIT/매출액은 2.9%로 지난해 말보다 0.6%포인트 추가 하락했다.
만도 연결기준 EBIT/매출액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만도는 올해 6월 말 기준 약 42조원의 수주잔고를 지니고 있어 당장 매출이 급감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업황 부진의 탈출구로 자율주행 등 기술 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도는 전방 산업인 완성차 산업 업황에 맞서기 위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주력해왔다. 지난 2017년 인도 방갈로, 201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R&D센터를 설립하고 자율주행 알고리즘 등의 연구에 집중해왔다.
현재 중국, 미국, 독일, 인도 등에 R&D 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율주행형 브레이크(IDB),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관련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만도 중국 R&D 센터 전경. 사진/한라그룹
이 영향으로 만도의 지난 2014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52%였지만, 지난해 5.56%까지 승했다. 올해 2분기 연구개발비 비중은 5.32%로, 지출액은 약 1532억원이다.
미래경제적효익을 판단하기 어려운 단계의 연구는 무형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계상해 매출원가와 판관비에 포함한다. 매출에서 원가와 판관비를 차감한 금액이 영업이익이므로, 연구비 지출이 커지면 영업이익은 자연히 감소한다.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감소됐지만, 투자비용은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소요됐다. 업종 특성상, 자동차 신제품 출시에 대응해 관련 설비 등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도의 지난 4년(2015~2018) 평균 자본적지출(CAPEX)은 3430억원이었다. 지난해 CAPEX는 2979억원이었고,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누적 CAPEX는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한 1075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맞물림은 차입금 증가로 이어졌다. 만도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조5764억원으로 지난 2018년 말 대비 1911억원 늘어났다.
차입금 증가로 만도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순차입금의존도는 전년 동기 대비 4.7%포인트 늘어난 30%를 기록했다. 총차입금/EBITDA도 3.1배를 기록하면서 하향 트리거를 충족했다.
만도 연결기준 총차입금 및 순차입금의존도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만도의 신용등급 하락 검토는 올해 사업보고서가 나오는 내년 4월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분기 중에는 운전자금 등의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신용등급 변동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면서 "결산 시기에도 하향 트리거를 충족할 경우, 등급 하향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실적이 중요한 이유다. 만도의 올해 반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을 연 환산하면 5조7574억원이다. EBIT마진 4%를 유지하려면 영업이익이 2303억원은 창출돼야 하는데, 현재 영업이익은 절반에 못 미치는 839억원을 기록 중이다.
순차입금의존도는 30%로 트리거 턱걸이에 있어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단기차입금 등이 상환되고, 투자 진척에 따라 유형자산 등이 늘어나 자산총계가 증가하면 차입금의존도는 감소할 수 있다.
다만, 업황 회복이 기대보다 더뎌서 매출채권과 현금성자산 등이 줄어들고 차입금도 늘어나면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만도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채권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직전연도 말 대비 5.2% 감소한 1조7288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고부가가치 ADAS제품 매출 확대와 구조조정 등으로 수익성 저하 폭은 크지 않은 수준일 것"이라며 “사업역량 확보에 수반되는 일정 수준의 설비투자 및 R&D 지출 부담과 약 1000억원의 합의금 지급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차입금 축소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거래처 다변화 등에 따른 매출 증가와 ADAS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를 기반으로 중기적으로 4% 내외의 EBIT마진을 보일 것”이라며 "우수한 이익 창출력에 기반해 차입금 커버리지는 우수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만도는 신용등급 방어 등을 위해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다. 지난 7월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가 임원 18명을 줄였고,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받고 있다.
중국 실적 회복도 주목 대상이다. 만도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중국법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6% 감소한 598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당기손익은 손실로 전환, 마이너스(-) 109억원을 기록했다.
문용권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ADAS 성장세와 고객 다변화 효과가 중국 부진을 상쇄시키고 있다"라며 "중국 실적도 올해 4분기부터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