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상장 13→5곳 급감…미합병 청산 23→25곳 증가상장 스팩 30% 합병 시한 임박…5곳은 관리종목 지정미합병 쌓여도 신규 공급…주관사 발굴·검증 책임 부각
올해 신규 스팩 공급이 이어지는 가운데 합병상장은 줄고 합병 없이 퇴출되는 스팩은 늘고 있다. 기업의 증시 입성을 돕는 스팩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증권사의 기업 발굴과 합병 주선 역량을 살펴보고 경영진 경력과 합병 추진 경과, 철회 사유 등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는지 들여다본다. 아울러 조달금액과 지분 희석 부담, 심사 기간 등을 바탕으로 기업이 스팩 합병을 선택하거나 포기하는 배경을 분석하고 제도 개선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에서 합병 부진으로 청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합병상장 실적은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현재 상장된 스팩 70곳 중 21곳은 향후 1년 안에 합병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미합병 물량이 쌓이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신규 스팩 공급은 이어지면서 합병 대상 발굴과 상장 이후 기업가치 검증에 대한 주관사의 책임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비상장기업' 찾아 삼만리…스팩 청산 급증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팩 상장사 수는 최근 3년간 감소 추세에 있다. 지난 2024년 30곳에서 지난해 25곳, 올해 11월 기준 15곳으로 줄었다. 2년 만에 스팩 상장사가 절반이나 자취를 감췄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설립된 기업인수목적 상장회사다. 공모를 통해 증시에 상장한 후 합병 대상을 찾는다. 36개월 내에 비상장기업과 합병해야 하며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된다.
스팩은 그간 IPO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증권사들의 경우 공모 경험을 축적하고 주관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IPO 시장 자체가 축소된 동시에 거래소 심사도 까다로워지면서 스팩 시장도 위축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면서 소형 상장기업의 상장 유지 부담도 커졌다.
신규 상장 스팩 수 자체가 줄어든 건 아니다. 신규 상장 스팩은 지난해 11곳에서 올해 13곳으로 증가했으며 상장 주선 증권사 역시 같은 기간 9곳에서 10곳으로 늘었다. 다만 성과는 좋지 못했다. 합병상장에 성공한 스팩은 같은 기간 13곳에서 5곳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합병상장 기업들도 대부분 엔비알모션이나
지에프아이(493330), 보원케미칼 등 제조업에 한정됐다.
상장폐지된 스팩 상장사는 지난해 35곳에서 올해 30곳으로 일부 줄었다. 그러나 상장폐지 사유를 살펴보면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예비심사 미제출 등의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고 청산된 스팩은 23곳에서 25곳으로 늘었다. 상장폐지 스팩 중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5.7%에서 83.3%로 상승했다. 스팩 상장폐지 총수가 줄었다고 해도 스팩 시장 상황이 좋아졌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상장폐지된 스팩별로 주선 증권사를 집계하면
유안타증권(003470)이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유안타제11·12·14·15호스팩이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해산됐다. 현재 남아 있는 스팩은
유안타제16호스팩(474490)과
유안타제17호스팩(493790)이다. 다만 그중 16호스팩은 합병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해 지난달 26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관리종목 지정일로부터 한 달 내에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할 수 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스팩 시장 전반적으로 어려워졌고 상장폐지 요건 강화 등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의 상장 승인이 힘들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라면서 "발행사들도 스팩 합병보다는 일반 직상장 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은 스팩들의 합병 계획은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라면서 "스팩 시장 환경이 예전보다 녹록지 않은 부분이 있다. 다만 국가적 추진 과제인 ABCDEF(AI·바이오·컬처·방산·에너지·팩토리) 산업 관련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년 이내 소멸되는 스팩 적체…상장 후 주가 급락도 문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되고 기업 상장 전에 엑시트 자체가 어려워지는 등 전반적인 상황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서 "시장 전체가 활성화되어야 스팩 시장 정상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다수의 스팩을 상장시켜 온 하나증권과 유안타증권 등은 올해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신규 스팩 상장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미합병 스팩이 증시에 적체된 가운데서도 신규 스팩 공급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이엠스팩1호가 이달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데 이어 카카오페이증권도 내년 1~2월 첫 스팩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주관사 입장에서 스팩 상장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실적 확보 수단이다. 특히 주식자본시장(ECM) 주관 실적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는 신규 스팩 상장으로 실적을 보완하고, 보유 지분의 가치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합병이 부진해 대기 물량이 쌓이는 상황에서 신규 공급을 늘리는 만큼 상장 이후 합병 대상 발굴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관사의 책임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스팩 상장 배경에 대해 <IB토마토>에 "스타트업 투자를 많이 해 오면서 초기 투자부터 프리IPO까지 증권사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서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작은 기업이라도 상장시키기 위해서 지난해 투자매매업 인가 취득 이후 스팩 상장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주관사가 어렵사리 비상장기업을 찾아 합병을 성사시키더라도 주가 변동폭이 커진 점은 또 다른 문제로 남는다. 올해 합병에 성공한 스팩 5건의 주가 변동을 분석해 보니 대부분 상장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종목별로 상장 시점부터 적게는 39.3%에서 80.8%까지 떨어졌다. 합병 성사 여부뿐 아니라 합병 기업의 가치와 상장 이후 주가 흐름까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 국내 스팩 시장 투자 백서를 발표하면서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비정상적인 거래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첫날 과도한 주가 급락을 방지하고 제도 도입 후 16년이 경과한 스팩 제도가 IPO의 통로로서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