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업무시설 용도변경 장기화, 개발계획 확정 못 해2500억 PF 만기 석 달 연장…빚 돌려막으며 버티기A·B부지 연 이자 330억대 추산, 시행사·현대건설 분담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현대건설(000720)이 시공을 맡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옛 LG전자 연구소 부지(A·B부지) 지식산업센터(지산) 개발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산 시장 침체로 업무시설 등으로 용도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새 개발계획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250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만기를 석 달 뒤로 미뤄 이자 부담도 계속 쌓이고 있다.
2500억 후순위 PF 만기 연장…현대건설 신용보강
2일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가산동 지식산업센터 B부지 시행사 코아셋디앤씨에 돈을 빌려준 특수목적법인(SPC)인 비엔케이썸제이십일차는 지난달 23일과 26일 각각 1750억원, 750억원 규모의 유동화단기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한 2500억원은 B부지 PF 가운데 후순위 대출(트랜치B) 전액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이들 금액은 각각 만기가 돌아온 기존 단기사채를 갚는 데, 시행사에 대한 추가 대출에 쓰였다.
새로 발행한 사채의 만기는 내년 1월 22일이다. 후순위 2500억원 전체가 석 달마다 빚을 돌려 막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사업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장기 자금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돈을 댄 건 현대건설 덕분이다. 시행사가 돈을 못 갚으면 현대건설이 부족분을 메우거나 빚을 떠안기로 약정돼 있다. 투자자는 사업이 아니라 현대건설의 신용을 보고 돈을 넣은 것이다.
지산 대신 업무시설 등 추진…용도변경 지연에 착공 차질
사업이 멈춰 선 이유는 용도변경 절차가 끝나지 않아서다. 당초 해당 A·B부지에는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지난 2023년 건축허가를 받았고, 2024년 10월에는 총 8700억원 규모의 본PF 전환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가산·구로 일대에 지산 공급이 쌓이며 미분양과 공실이 늘고 사업성에 경고등이 켜지자, 시행사는 지산을 접고 업무시설이나 데이터센터 등으로 개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지난해 착공해 올해 분양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두 일정 모두 지나간 것이다.
용도변경은 A·B부지에서 함께 추진되고 있다. 두 부지 모두 산업시설용지를 지원시설용지로 바꾸는 구조고도화 절차를 밟고 있으며, 지난해 말 이미 구조고도화 심의를 통과해 전환 방향은 확보했다. 지원시설용지가 되면 공장과 연구소 중심이던 땅에 업무시설, 오피스텔, 기숙사, 데이터센터까지 지을 수 있어 개발 선택지가 크게 넓어진다.
심의 통과는 첫 관문일 뿐이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의 협약 체결과 구체적인 사업계획 확정이 뒤따라야 한다. 1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최종 고시는 나오지 않았다.
절차가 길어지는 건 두 부지가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G밸리) 안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 도심 부지라면 서울시 지구단위계획만 바꾸면 되지만, 국가산단 안의 땅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용도를 바꿀 수 있다. 산업통상부가 구조고도화사업계획을 승인·고시한 뒤 서울시가 산업단지계획을 변경을 거쳐 산단 전체의 관리기본계획까지 고쳐야 한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산단공이 모두 얽혀 있어 어느 한 단계만 늦어져도 전체 일정이 밀리게 되는 것이다. 두 부지를 합치면 2만㎡에 가까운 땅의 용도가 한꺼번에 바뀌는 만큼 협의할 사항 또한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 역시 사업 지연을 인정했다. 현대건설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용도변경 관련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새로운 개발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그 사이 기존 PF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며 자금조달 구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부 입지총괄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구조고도화 사업 선정과 용도변경은 별개 절차"라며 "해당 사업의 구체적인 신청 여부와 진행 단계를 확인해야 지연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 이자 330억대 추산…시행사·현대건설 금융비용 분담
용도변경이 늦어지는 동안 금융부담도 쌓이고 있다. A·B부지의 PF 약정액은 모두 8700억원이다. A부지(인창개발) 4500억원, B부지(코아셋디앤씨) 4200억원이다. 두 시행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제로 빌려 쓴 돈(실행잔액)은 A부지 3540억원, B부지 3300억원으로 모두 6840억원에 이른다.
감사보고서에 공시된 금리(연 2.85~6.80%)를 적용해 단순 계산하면 연간 이자 부담은 330억원대로 추산된다. 부지별로 보면 A부지가 약 195억~199억원, B부지가 약 136억~149억원이다.
두 회사는 특수관계자 채권 또한 쌓이고 있다. 코아셋디앤씨의 특수관계자 대여금은 지난해 말 59억원으로 1년 새 약 3억 8000만원 늘었고, 이 가운데 50억원은 주주 등에 대한 대여금이다. 인창개발은 대여금이 1548억원에서 1327억원으로 줄었지만 이자 성격의 미수수익이 220억원에서 287억원으로 67억원 늘었다. 인창개발은 이들 채권에 대해 651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문제는 시행사가 이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인창개발은 총부채가 총자산을 7118억원 넘어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코아셋디앤씨도 부분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 모두 감사보고서 주석에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시행사와 금융비용을 분담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분담 비율과 금액은 대주단과의 관계상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