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금융의 빈자리)②기체·엔진 묶인 담보…해외 자금 유치에 걸림돌
국내 저당제도, 기체·장착 엔진을 하나로 담보 설정
국제 기준과 다른 권리 체계…거래비용·불확실성 부담
별도 규정 마련 과제…법 개정·이해관계 조율에 시간
공개 2026-11-04 07:0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30일 19:2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항공기 금융의 취약한 기반은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제약하는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금융 인프라 부족으로 국내 항공사들이 해외 경쟁사보다 높은 비용을 들여 항공기를 확보하면서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체계적인 금융지원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행까지는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 <IB토마토>는 항공기 금융 인프라의 현주소를 짚고,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개선 과제와 실현 가능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국내 항공기 금융 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케이프타운 협약(이하 항공기 의정서) 가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의정서 가입 시 항공기 임대 회사 등 채권자 권리 보호 조치를 국제 기준에 맞출 수 있고, 이에 따른 불확실성 절감으로 해외 항공 금융 자금 유치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정서 가입 과정에서 국내 제도 및 법률관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문제 때문에 의정서 가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한국공항공사)
 
기체·엔진 묶은 국내 담보제도…국제 기준과 차이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법제도상 항공기 기체와 엔진에 관한 권리 규정은 국제 협약과 다른 체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기체와 기체에 장착된 엔진, 부품을 묶어 하나의 담보물로 간주하는 반면, 항공기 의정서는 기체와 엔진을 별도 담보물로 간주한다.
 
기체와 엔진을 하나의 담보물로 보는 이유는 항공기 담보권에 관한 규정상 자동차등특정동산저당법의 규정을 따르기 때문이다. 자동차 저당법상 자동차에서 엔진만 따로 떼어내어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다.
 
국내와 국제 기준 사이의 차이로 인해 국내 항공금융 시장은 성장이 제한되고 있다. 항공기 임대차 산업이 발달한 국가 등 해외 자본 유입이 어려운데다 기준 차이로 인해 항공기 임대차 거래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가령 금융기관이 국내 항공사에 대해 엔진 구매 자금을 대출해 주고 해당 엔진만 담보로 확보한 경우, 엔진이 별도로 보관되어 있을 때와 장착돼 있을 때 법적 지위가 다르기 때문에 엔진 상태에 따라 담보권 행사 가능 여부를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은 국내의 자생적인 항공금융 성장에 불확실성 요소가 된다. 국제 민간 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국가마다 담보권, 소유권 및 항공기 임대차 관련 법체계가 달라 발생하는 권리 보호의 불확실성이 항공 자산에 대한 금융 공급을 제약한다.
 
국제 기준이 국내에도 적용될 경우, 항공기 임대업체가 자산 회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 과정에서 드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재 항공기 의정서에는 아일랜드, 미국, 중국, 싱가포르, UAE 등 항공기 리스 산업이 발달한 국가들이 가입돼 있다. 항공금융이 발달한 국가들과 기준이 맞춰질 경우 항공기 임대차 시장의 확장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기준 맞추려면 제도 손질…제도 변경 쉽지 않아
 
업계 안팎에서는 항공금융 육성을 위한 항공기 의정서 가입이 쉽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가입에 앞서 국내 법규정 개정 등 절차적, 시간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의정서 가입 등 국제 기준이 항공기 임대차 시장에 도입되려면 우선 자동차저당법에 속한 항공기를 별도 규정으로 규율하는 것이 첫 과제로 꼽힌다. 다만, 규정 변경에 대한 절차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게 법조계의 평가다.
 
국내 담보 관련 규정과 국제 담보 체계와의 관계에 대해 사전 검토하고, 담보 등록과 권리 행사에 관한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동안 항공기 자산 관련 담보권 행사가 자동차와 동일시되어 왔는데, 새로운 제도 도입 과정에서 금융권과 항공업계 등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의정서 가입 시 항공기 도입에 필요한 금융비용을 낮출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항공기수출신용협약에 따르면 국제 항공기 의정서 가입 등 요건을 충족한 국가의 항공사는 항공기 구매·임대차 거래에서 보증·보험 관련 최저 프리미엄 요율을 10% 할인받을 수 있다. 이는 항공기 판매자나 임대업자가 향후 항공기 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구매자가 내는 보험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항공기 담보 관련 규정을 국제 기준에 맞추려면 국내법 개정, 관련 규정 신설 등이 이뤄져야 할 뿐 아니라 관련 민법 조항까지 손질해야 할 수 있다"라며 "이러한 제도 변경은 장기간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특별한 실익이 있을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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