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수도권 지식산업센터(이하 지산)의 공실 문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같은 공급과잉 지역에서도 준공 시기와 사업장에 따라 입주 상황이 엇갈린다. 이미 준공된 지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 입주가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최근 준공된 일부 사업장은 높은 분양률에도 빈 사무실과 상가가 여전히 눈에 띈다. 공시상 분양률이 90%를 웃도는 사업장 또한 실제 입주가 이에 미치지 못하거나 시행사 보유 물량의 판매가 이어져 분양 실적만으로 지식산업센터의 실제 수요를 판단하기 어렵다.
자리 잡은 GL메트로시티…테라타워 DMC는 상가 공실
18일 <IB토마토>가 고양 향동과 남양주 별내 일대 지식산업센터를 취재한 결과, 같은 지역에서도 준공 시기와 사업장에 따라 입주 상황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고양 향동과 남양주 별내·다산 일대는 부동산 호황기에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집중됐던 대표 지역이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용지가 대규모로 공급됐고, 서울과 가깝고 주변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선다는 점을 앞세워 지식산업센터 개발도 잇따랐다. 하지만 공급 속도만큼 실제 입주할 기업이 늘지 않으면서 준공 이후 공실 문제가 불거졌고,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공급과잉을 보여주는 대표 지역으로도 꼽혀왔다.
실제 현장에서는 준공 시기에 따라 분위기가 달랐다. 일찍 준공된 지식산업센터는 사무실에 입주한 기업이 상당수였다. 상가 역시 영업 중인 곳이 많았다. 반면 2023~2024년 준공된 일부 지식산업센터에서는 빈 사무실과 상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분양률이 90%를 넘는 사업장에서도 빈 호실이 적지 않아, 높은 분양률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 확인됐다.
향동에서는 2023년 입주를 시작한 'GL메트로시티 향동'가 사무실에 입주한 기업이 상당수 확인되는 등 자리를 잡은 모습이었다. 디앤씨덕은이 사업을 추진하고 한화 건설 부문이 시공한 이 사업장은 경기도 고양시 향동지구 지원 5블록에 연면적 19만 4432㎡, 지하 4층~지상 14층 규모로 조성됐다. 지산과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됐으며, 총 분양예정금액은 5411억원이다.
공시상 분양 성적 또한 양호하다. 시행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분양 계약액은 5120억 7962만원으로 전체 분양 예정 금액의 94.63%를 차지했다. 미계약 잔액은 290억 6229만원으로 전체의 5.37% 수준이다. 분양 미수금과 분양 선수금 역시 없다. 매출로 인식한 계약분 가운데 아직 받지 못한 분양 대금이 공시상 잡혀 있지 않다는 의미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GL메트로시티 향동은 2023년 준공된 사업장으로, 준공 당시 공사비 회수와 관련한 별도의 이슈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테라타워DMC (사진=IB토마토)
같은 향동에 들어선 '현대 테라타워 DMC'는 분위기가 달랐다. 나래엔터프라이즈가 시행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이 사업은 2024년 준공됐지만, 현장을 찾았을 당시 1층 상업시설은 영업 중인 점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빈 호실이 두드러졌다. GL메트로시티 향동이 실제 기업 입주가 상당 부분 이뤄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시행사 감사보고서에서도 아직 회수되지 않은 분양 대금이 남아 있다. 나래엔터프라이즈의 고양 향동지구 관련 분양미수금은 지난 2024년 말 265억 5657만원에서 지난해 말 198억 5628만원으로 약 67억원 줄었다. 분양 대금 회수가 진행되고 있지만 준공 이후에도 약 199억원이 분양 미수금으로 남아 있다. 지난 2024년 441억 9785만원이었던 향동지구 분양 수익은 지난해에는 발생하지 않았고 분양 선수금도 없었다.
다만 분양 미수금과 현장의 공실을 직접 같은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분양 미수금은 이미 분양 수익으로 인식했지만 아직 받지 못한 대금을 뜻하며, 1층 공실은 분양받은 호실에 실제 사업자나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은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준공 이후 시행사 장부에 상당한 분양 미수금이 남아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도 일부 상업시설의 공실이 확인됐다는 점은 분양 이후 대금 회수와 실제 입주가 모두 마무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강DIMC 테라타워 (사진=IB토마토)
기업 입주 늘어난 다산…미분양 관련 금융 부담은 남아
남양주도 사업장별 상황은 엇갈렸다. 2022년 준공된 '한강 DIMC 테라타워'는 현장 취재 결과 사무실과 공장 시설을 중심으로 기업 입주가 상당 부분 이뤄져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1층 상업시설에서는 일부 빈 점포가 확인되는 등 업무시설과 상가의 입주 상황에는 차이가 있었다. 지산 본체의 기업 입주가 자리를 잡더라도 배후 수요로 삼는 상업시설까지 함께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재무적으로도 미분양 물량과 관련한 부담이 일부 남아 있다. 안강개발 공시에 따르면 다산지금지구 DIMC 테라타워 미분양 물건과 관련해 안강건설을 차주로 한 차입금 가운데 230억원에 대해 안강개발이 물상보증을 제공한다. 물상보증은 다른 회사가 빌린 돈에 대해 보유 자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입주 상황이 비교적 안정됐더라도 준공 과정에서 발생한 미분양 물량과 관련한 금융 관계는 시행사 재무제표에 남아 있는 셈이다. 준공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 입주는 상당 부분 채워졌지만, 초기 미분양의 흔적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분양률 94%인데 사무실은 '텅텅'…시행사 보유분도 판매
남양주 별내에서는 공시상 높은 분양률과 실제 현장의 모습 사이에 차이가 나타났다. 테라개발이 시행하고 현대건설이 시공한 '현대 그리너리캠퍼스 별가람역'은 남양주시 별내동 865번지에 지산과 근린생활시설 690호실 규모로 조성돼 2024년 2월 준공됐다. 공시상 총 분양 예정 금액은 2598억 7482만원이며 이 가운데 2449억 4486만원이 분양 수익으로 인식돼 분양률은 94.25%다.
분양 수익은 최근 늘어나지 않았다. 2024년에는 186억 7426만원의 분양 수익을 추가로 인식하면서 누적 분양 수익이 2449억원까지 증가했지만, 작년에는 신규 분양 수익이 없었다. 분양 예정 금액과 누적 분양 수익의 차이는 149억 2999만원으로, 공시상 전체 예정 분양 금액의 5.75%가 아직 분양 수익으로 인식되지 않은 상태다. 분양 원가 역시 작에는 추가로 인식되지 않고 누적 1647억 8121만원에 머물렀다.
현대 그리너리캠퍼스 (사진=IB토마토)
최근에는 '시행사 보유분'을 내세운 분양도 이어지고 있다. 시행사 보유분은 말 그대로 시행사 측이 보유하고 있는 호실을 판매한다는 의미지만, 이것만으로 해당 물량을 모두 최초 미분양으로 보기는 어렵다. 애초 계약되지 않고 남은 물량일 수도 있지만 기존 계약의 해지나 잔금 미납 등으로 다시 확보한 호실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 또한 있다.
현장 상황은 94.25%라는 분양률과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였다. 본지가 직접 둘러본 결과 건물 내부에는 불이 꺼진 사무실과 빈 호실이 곳곳에 이어졌고, 입주기업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공시상 전체 물량의 94% 이상이 분양됐지만 실제 공간을 사용하는 기업 수요와는 차이가 나타난 셈이다. 분양 계약이 이뤄졌더라도 분양받은 사람이 직접 입주하지 않거나 임차기업을 구하지 못하면 호실은 그대로 비어 있을 수 있다.
해당 단지는 준공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시행사 보유분에 대한 판매도 이어지고 있다. 높은 분양률이 곧 실제 입주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분양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현재 입주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만 공사비 회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금액이나 진행 상황은 회수가 완료되기 전까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 그리너리캠퍼스 (사진=IB토마토)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지식산업센터 수요가 줄면서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 호실이 남아 있는 사업장이 있다"며 "시공사나 시행사에서도 남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분양 촉진에 나서는 한편, 최근에는 미분양 호실을 단순히 분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대차 구조를 활용해 입주를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사 보유분 물량을 분양하는 현황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식산업센터 가격 상승 기대가 낮아지고 임대수익도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 목적으로 계약했던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계약 이후 잔금을 치르지 못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해당 물량이 다시 시행사 보유분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남은 물량의 분양을 다시 추진하거나 임대차를 통해 입주 수요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