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스쿨에 270억원 투자해 전년 현금자산 절반 넘어향후 2년간 100억원 추가 투자하며 교육 성과 가시화산재 감소 효과는 불분명해 현장 시스템 개선 필요
배달의민족이 업계 1위로 올라서는 동안 매출과 함께 라이더들의 산업재해도 늘었다. 안전 투자를 확대했지만 무료배달과 프로모션, 라이더 비용 등 성장에 뒤따르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우버의 인수로 지배구조까지 바뀌면서 성장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IB토마토>는 배민의 외형 성장 이면에서 산재와 비용이 늘어난 배경을 살펴본다. 성장의 대가로 무엇을 지불했는지, 새 주인을 맞은 배민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과 투자 부담은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우아한청년들이 270억원을 들여 안전교육장을 키웠고, 교육생들의 재해율은 2년 새 60% 가까이 떨어졌다. 회사는 향후 2년간 안전에 100억원을 더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숫자만 보면 상당한 성과가 나타난 듯하다.
그러나 산재 승인 건수는 여전히 많다. 교육받은 라이더의 안전운전 능력 향상은 전체의 사고 감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시간당 배달량과 묶음 배달, 후속 콜 수신 등 배달 업무 자체 특성이 사고 위험과 연관된다고 분석한다. 결국 교육장 안의 안전을 넘어 현장의 위험 관리가 과제로 남는다.
하남라이더스쿨. (사진=우아한청년들)
안전교육 전폭 투자…실제 사고도 줄었나
17일 우아한청년들에 따르면 2018년부터 시작된 안전교육은 2021년 남양주 교육장으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하남에 새로운 배민라이더스쿨이 문을 열었다. 배민라이더스쿨에서는 이론교육보다 실제 배달 환경을 반영한 실습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재현하고 이륜차 운전 기술을 교육한다.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누적 교육 수료생은 2만9000여명에 달한다. 실습 교육 비중은 기존 41%에서 71%로 확대됐다. 올해는 실제 사고 데이터를 활용한 VR 시뮬레이터도 도입했다.
교육장 건립에는 270억원이 투입됐다. 건립 전년도인 2024년 우아한청년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480억원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건립 연도인 2025년 현금 및 현금성 자산(127억원)은 전년 대비 약 73.5%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2024년 0.85%에서 2025년 0.72%로 낮아졌고, 유동비율은 113.86%에서 111.31%로 소폭 하락했다.
그럼에도 우아한청년들은 향후 2년간 라이더 안전을 위해 100억원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회성 시설 투자를 넘어 안전관리를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교육 측면에서는 구적인 성과가 나온다. 우아한청년들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의 공동연구에서는 배민라이더스쿨 교육 이후 수료생의 안전운전 능력이 12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강생 가운데 다시 교육받은 라이더의 비율 또한 74.9%다. 배민 커넥트 라이더 재해율은 2023년 2.38%에서 2025년 0.96%로 떨어졌다. 단순 수치로는 약 60% 감소했다.
이 같은 지표는 교육의 성과와 사고 감소를 동일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우아한청년들의 산재 승인 건수는 2019년 163건에서 2022년 1837건까지 증가했다. 2023년에는 1695건으로 줄었지만, 국내 기업 중 가장 많다. 2024년에도 1~8월에만 1368건이 승인됐다.
안전운전 능력 향상과 실제 사고 감소는 별개의 문제다. 교육 만족도나 재수강률 역시 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줄 수 있지만, 사고 예방 효과를 직접 증명하지는 않는다. 교육 이수 여부에 따른 사고율이나 교육 전후 사고율을 배달 건수와 운행 시간 등을 고려해 비교해야 교육의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교육장 밖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나
문제는 라이더가 교육장을 나선 뒤다. 학계에서는 배달 플랫폼의 사고 위험을 개인의 운전기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문병두 울산대학교 연구자가 2023년 발표한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이륜차 사고특성에 기반한 안전정책 개선에 관한 연구'는 2020~2021년 음식배달 중 발생한 이륜차 사고자료와 배달 플랫폼 노동자 462명의 설문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시간당 배달건수처럼 업무량이 늘어나는 요인과 운행 중 후속 콜 수신, 묶음 배달 등이 사고와 관련된 위험요인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묶음 배달 등 고위험 요인을 제한하고 플랫폼의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와 서울대학교 연구진의 2023년 연구에서도 △소득변동성 △업무 통제 방식 △실시간 온라인 감시 △배달방식 변화 등이 산재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업무 통제와 위험환경을 상시 점검하고 △장비 수리 △건강검진 △안전교육 등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감안하면 라이더 안전을 교육 문제로만 접근하기는 어렵다. 교육장에서 신호 준수와 안전거리 확보를 배웠더라도 실제 배달 과정에서 시간과 업무량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 이를 그대로 실행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배민라이더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건당 비용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배달수가 곧 수입인데, 현장에서 교육받은 대로만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며 "불편하긴 하겠으나 차라리 사고 시 페널티를 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아한청년들은 프로모션과 미션에 강제성이 없으며, 라이더 안전을 위해 안전교육뿐 아니라 위험성 평가와 안전경영위원회 운영 등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희·오상호·이준희·박민수 공동연구진은 2024년 사회법학회 '앱이용 이륜차 배달종사자의 산재발생 원인 및 예방에 관한 연구'에서 '이륜차 배달 라이더의 사고 발생률을 줄이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의 원인을 지목하기보다 사업자의 지원 확대와 배달종사자의 안전의식 개선, 사회 전반의 교통안전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