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품, 매출 늘고 폐기손실 10년래 최대…'밀어내기' 조사 촉각
매출 6.5% 늘어 2864억원…재고자산은 제자리
폐기손실 14억원으로 3.5배 급증…과거 제재 이력
공개 2026-09-17 07:4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15일 17:5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베지밀 판매사 정식품이 대리점 '밀어내기'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는 가운데 지난해 재고자산 폐기손실이 14억원으로 3.5배 급증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재고자산이 줄지 않은 데다 폐기손실마저 최근 10년 새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실제 판매량보다 많은 제품이 유통망에 공급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정식품은 원재료 원산지 표시 변경에 따른 폐기라며 밀어내기 의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정식품 베지밀 제품. (사진=정식품)
 
매출 6.5% 늘었지만 재고자산은 제자리…폐기 손실은 3.5배
 
공정위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충북 청주 정식품 본사 등에 조사관을 보내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확인했다. 정식품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전국 대리점에 구매 의사가 없는 제품까지 강제로 매입하도록 했는지가 해당 조사의 핵심이다. 대리점법은 공급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이 구매할 의사가 없는 상품을 사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밀어내기' 의혹 받는 상황에서 회사 재고 관련 지표 또한 주목할 만한 흐름이 나타난다. 매출은 늘었지만 재고는 줄지 않았고, 재고자산 폐기 손실은 2024년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정식품의 최근 5개년 간 매출액(연결 기준)은 △2021년 2530억원 △2022년 2578억원 △2023년 2693억원 △2024년 2690억원 △2025년 2864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보다 6.46%(174억원) 늘어 최근 5년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반면 재고자산은 매출 증가에도 큰 폭으로 줄지 않았다. 지난해 정식품의 재고자산은 263억원으로 전년 264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해당 자산은 △2021년 214억원에서 △2022년 278억원으로 늘어난 뒤 △2023년 258억원 △2024년 264억원 등 250억원 안팎의 수준을 이어갔다.
  
재고자산 규모는 일정했지만, 재고자산 폐기 손실 변화는 컸다. 회사 재고자산 폐기 손실은 2015~2024년까지 2~8억원 사이를 오가다가 지난해 14억원으로 불어났다. 최근 10년간 최대치다. 2024년과 비교하면 3.5배 수준이다.
 
폐기 손실은 유통기한 경과나 품질 저하, 판매 가능성이 낮아진 재고를 폐기하면서 발생한다. 식품업체의 경우 명절·판촉·신제품 출시 등으로 일시적인 폐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제품 생산·물류 과정의 품질 문제나 회계상 재고 평가 조정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매출이 증가하는 동안 재고자산이 줄지 않고 폐기 손실까지 급증한 점은 실제 소비자 판매량과 제품 출고량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2014년 과징금에도 또 '밀어내기' 의혹…제재 실효성 도마 
 
이번 수치는 공정위가 들여다보는 의혹과 연결해 볼 필요가 있다. 본사가 대리점의 실제 판매량보다 많은 제품을 출고하면 회계상 매출은 먼저 늘어날 수 있어서다.
 
반면 대리점에서 판매되지 않은 제품은 장기간 재고로 남거나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매출 성장은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폐기 손실과 반품 부담, 대리점의 재고 부담이 함께 커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식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원재료 원산지 표시 변경 등으로 인해 제품 재고가 증가했다"며 "대리점의 초과 물량 공급 관련 건과는 관계가 없는 내용이며, 항목별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 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014년에도 정식품은 공정위로부터 대리점에 신제품과 판매 부진 제품 등을 강제로 구하게 한 사실이 적발됐다. 당시 공정위는 대리점별 할당량을 정하고 주문량이 부족하면 주문 내역을 수정해 물량을 출고한 행위 등을 문제 삼았다.
 
회사는 공정위에 시정명령과 2억3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과징금은 2014년 정식품의 현금자산 158억원에 비교하면 약 1.5% 수준으로 미미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과거 제재에도 불구하고 다시 밀어내기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과징금 액수 등 당시 제재가 재발 방지로 충분히 이어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고 말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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