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 등기이사 상여 120배 급증…보수위 없는 '성과 잔치'
유병화 책임 등 '붉은사막' 흥행에 개발 인력 성과급 지급
개발과 관련 없는 이동원 COO·김경만 CBO 지급 '의구심'
RSU 지급 당시 보수위원회 없이 수혜자가 직접 표결 논란
공개 2026-09-10 07:2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08일 17:3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용현 기자] 펄어비스(263750)의 등기이사 상여금이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지급액의 120배로 뛰었다. 신작 '붉은사막' 흥행에 따른 성과급이라지만 정작 이 거액의 보상을 결정한 이사회에는 이를 독립적으로 심의할 보수위원회조차 없었다. 여기에 수억원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부여하는 안건에서는 그 수혜 당사자인 등기이사 본인이 직접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회사가 성과급을 얼마나 지급했느냐 못지않게, 거액의 등기이사 보상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고 견제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펄어비스, '붉은사막 인핸스드'. (사진=펄어비스)
 
붉은사막 흥행에 실적 반등…6명 현금 상여만 74억원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올해 상반기 연결 영업수익은 5211억원, 영업이익은 279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22억원의 8.7배에 달하는 규모다. 당기순이익은 2575억원으로 지난해 84억원 순손실에서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실적 반등의 핵심은 지난 3월20일 출시된 신작 붉은사막이다. 붉은사막은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을 빠르게 늘리며 펄어비스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실적 개선과 함께 보상도 대폭 확대됐다. 이 중 비등기 이사 기준 가장 많은 상여금을 받은 유병화 총괄책임리더는 17억 500만원을 받았으며, 이재준 연구 책임리더도 16억 8500만원의 상여금을 수령했다. 조경준·조용현 총괄책임리더에게도 각각 11억 5500만원이 지급됐다. 이어 등기이사인 이동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1억 5500만원, 김경만 최고사업책임자(CBO)는 6억 500만원의 현금 상여금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신작게임 성과'를 이유로 상여금이 책정됐으며 6명의 몫을 합치면 총 74억 6000만원에 이른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작 게임 출시 후 매출에 영향을 줄 경우 개발과 연구를 담당하는 실무진들에게 보상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펄어비스의 이번 성과급 지급 역시 신작 흥행의 성과를 폭넓게 공유하려는 성격으로 읽힌다.
 
다만 등기이사인 이동원 COO와 김경만 CBO의 경우 개발·연구 조직 책임자들과 동일하게 '신작게임 성과'라는 사유로 거액의 성과급을 받았다는 점은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이 맡고 있는 업무는 각각 인사(HR)와 사업 총괄로 게임 개발이나 연구를 직접 수행하는 직무와는 거리가 있다.
 
그런데도 실제 개발·연구를 담당한 유병화·이재준 등과 성과급 산정 사유가 문구까지 완전히 동일하다는 점에서 인사총괄과 사업총괄이 붉은사막의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리고 이것이 두 사람의 본래 업무 평가 기준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공시 내 '신작게임 성과' 한 줄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등기이사 반년 상여금이 지난해 연간 120배
 
등기이사들의 보상 규모를 과거와 비교하면 이번 성과급 지급은 더욱 두드러진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동원 COO와 김경만 CBO를 포함한 등기이사 4명의 올해 상반기 상여금 총액은 20억 33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지급된 상여금 총액 1700만원의 약 120배에 달한다. 2024년 연간 상여금 7800만원과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또한 펄어비스 상장 이후 등기이사 보수가 공개된 자료를 살펴보면 과거 대형 신작 흥행과 실적이 급증했던 시기에도 이번과 같은 규모의 상여금 증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검은사막 모바일'이 국내와 대만 시장에서 흥행한 2018년 펄어비스 게임사업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672.7% 증가한 404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676.2% 늘어난 1681억원에 달하는 등 이번 붉은사막과 유사한 신작 출시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당시 등기이사인 지희환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상여금은 7000만원 수준에 머물렀으며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진출 기대감으로 회사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랐던 2020년에도 5억원 이상의 상여금을 받은 등기이사는 없었다.
 
물론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신작 흥행 이후 임원 보상이 늘어난 사례는 있다. 네오위즈는 2023년 9월 'P의 거짓' 흥행 이후 등기이사 보수 규모가 3배 가량 증가한 사례가 있다. 다만 증가율만 놓고 보면 펄어비스의 이번 상여금 확대 폭이 훨씬 가파르다.
 
 
 
보수위원회 없고 RSU 수혜자도 표결 참여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이처럼 크게 늘어난 등기이사 보상을 결정하는 구조다. 펄어비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이사회 내 위원회로 ESG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등기이사의 보수나 성과급을 별도로 심의하는 보수위원회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이사 보수는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연간 보수 한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 펄어비스 역시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해 이사 보수 한도를 연간 100억원으로 정했다. 올해 상반기 등기이사 4명에게 지급된 상여금 총액 20억 3300만원은 이 한도를 넘지 않는다. 지급 금액 자체가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보수 한도를 초과한 것은 아닌 셈이다.
 
다만 주주총회가 승인하는 것은 이사 전체에 지급할 수 있는 보수 총액의 한도다. 개별 이사에게 얼마를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지는 회사 내부의 보수 결정 체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보수 규모가 커질수록 개별 보상의 산정 기준과 이를 심의하는 절차의 독립성이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펄어비스의 경우 보수위원회가 별도로 설치돼 있지 않아 등기이사 보상에 대한 별도의 전문적·독립적 심의 절차가 존재하는지 공시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아울러 성과조건부 주식보상인 RSU의 의결 과정에서는 이해상충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지난 6월25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이동원·김경만 이사를 비롯해 유병화, 이재준, 조경준, 조용현 등에게 RSU를 부여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공시된 의결 내역에 따르면 RSU 보상 대상자인 김경만·이동원 사내이사 역시 해당 안건 표결에 참여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상 수혜자가 직접 대상이 되는 주식보상 안건의 표결에 참여했다는 점은 이해상충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성과급을 얼마나 지급했느냐 뿐 아니라 거액의 등기이사 보상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고, 그 결정 과정에 충분한 독립성과 견제 장치를 갖추고 있느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IB토마토>는 등기이사의 성과급 산정 기준과 붉은사막 개발·사업 과정에서 맡은 구체적 역할, 그리고 이사회 표결 시 이해상충 관리 여부와 관련해 질의하기 위해 펄어비스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받을 수 없었다.
 
이용현 기자 hiyori08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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