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도시은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ETF 성장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11년째 배당 없이 내부에 쌓으며 이익잉여금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1분기 운용보수 수익이 급증한 데다 뉴욕법인과 런던법인 매각으로 1373억원의 추가 자금 유입도 예정돼 자본 여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내 ETF 시장 선두 지위를 굳힌 상황에서 쌓인 자본을 해외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투자에 활용할지, 재무 안정성을 위한 내부 유보를 이어갈지에 관심이 모인다.
(사진=삼성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ETF 시장 선두…운용보수 급증에 이익창출력 확대
13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올해 1분기 영업수익은 1402억원으로 전년 동기(876억원) 대비 6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2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이 52.8%에 달했다. 특히 집합투자기구운용보수 수수료수익이 586억원에서 1080억원으로 84.3% 급증하며 실적 개선을 크게 이끌었다.
삼성자산운용의 실적 성장에는 국내 ETF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점유율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월 12일 기준 국내 전체 자산운용사 ETF 총 순자산 규모는 446조60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은 172조6651억원을 차지해 전체의 약 38.7%를 점유하고 있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40조1781원으로 약 31.4%를 차지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두 회사가 국내 ETF 시장 전체 순자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양강 구도다. 이어 KB자산운용이 34조7123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32조8512억원을 기록했다.
상품 수에서도 삼성자산운용은 선두권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 상장된 전체 ETF 1164개 가운데 삼성자산운용 상품은 240개로, 운용사별 상품 수 기준 1위다. 시장 규모뿐만 아니라 상품 라인업에서도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운용보수 수익을 한층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이처럼 ETF 시장에서 운용자산과 상품 수를 동시에 늘려가는 전략이 운용보수 수익 급증과 실적 개선으로 직접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년 무배당에 이익잉여금 9667억…1조원 가시권
높아진 이익창출력은 고스란히 자본 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기보다 회사 내부에 유보하는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총 소유주식수 1868만 6000주 전체를
삼성생명(032830)이 보유한 100% 자회사로, 수년째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무배당 기조를 지속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발생하는 순이익이 배당 등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온전히 내부에 축적되는 구조다. 매 분기 창출되는 이익이 사내에 계속 유보되면서 회사의 재무 규모 역시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자본총계는 1조 4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이익잉여금이 9667억원으로 자본총계의 대부분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은 대규모 제조설비나 생산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산운용업의 특성상, 벌어들인 이익을 자본으로 유보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금 및 예치금 규모도 늘었다. 삼성자산운용의 올해 1분기 기준 현금 및 예치금은 583억원이며, 전년 동기 494억원 대비 18% 증가했다.
최근 해외법인 지분 재편도 삼성자산운용의 자본 활용 측면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삼성자산운용의 계열회사 및 타법인 출자 현황을 보면 장부가액 기준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미국 법인인 Samsung Asset Management U.S. Holdings, Inc.(약 1829억원)다. 이어 Samsung Asset Management(Hong Kong) Ltd. 약 100억원, Samsung Asset Management(New York), Inc. 약 197억원, Samsung Asset Management(London) Ltd. 약 268억원 규모의 출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7월 뉴욕법인과 런던법인 지분 전량을 모회사인 삼성생명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금액은 뉴욕법인 약 779억원, 런던법인 약 594억원 등 총 1373억원이다. 거래대금은 자회사 소유 신고가 수리된 이후인 오는 10월 지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 이익잉여금 축적에 더해 해외법인 매각에 따른 자금 유입까지 예정되면서 향후 자본 배분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이처럼 두텁게 축적된 자본을 향후 어디에 활용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이 확보된 이후에는 자본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느냐가 향후 회사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회사의 외형 규모가 커질수록 단순히 자본을 쌓아두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나 사업 확장으로 연결하는 자본 효율성 제고가 중요해진다.
일각에서는 국내 ETF 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지배력을 확보한 만큼, 향후에는 해외 운용사 인수(M&A)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운용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성장 영역을 본격 넓힐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결국 삼성자산운용은 ETF 시장에서 확보한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과 장기간 이어온 무배당 기조를 바탕으로 1조원에 가까운 이익잉여금을 축적했다. 여기에 해외법인 매각대금까지 추가로 유입될 예정인 만큼 향후 자본 활용 방향은 회사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가늠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자본잉여금을 통한 투자 활용 방안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도시은 기자 eqw58174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