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반도체, 매출 4배 뛰고 현금은 반토막…양산 매출 절실
상반기 매출 143억·흑자 전환에도 영업현금 -69억
용역 매출 99%…제품 양산 확대가 현금창출 관건
공개 2026-08-19 06:3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13일 18:2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반도체 팹리스 기업 사피엔반도체(452430)가 올해 외형 성장에 성공했지만 현금흐름은 크게 악화됐다. 외주 생산비 지급과 계약부채 감소, 매출채권 증가가 맞물리며 회계상 이익이 실제 현금 유입으로 이어지지 못한 영향이다. 여기에 기존 선수금에 해당하는 계약부채가 매출로 전환되면서 회계상 매출 증가가 당기 현금 유입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않았다. 전체 매출의 99%가량이 개발용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제품 양산 매출 확대가 이익과 현금흐름의 괴리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사피엔 홈페이지)
 
외형 성장·흑자전환에도 영업현금 69억원 유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피엔반도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올해 상반기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뤘다. 상반기 매출은 143억원으로 전년(37억원)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상보형금속산화반도체(CMOS) 백플레인(Backplane) 용역 매출이 32억원에서 141억원으로 크게 뛰어오르며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영업이익은 5년 연속 이어지던 적자 고리를 끊고 4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사피엔반도체는 디스플레이 구동 시스템 반도체(DDIC) 설계기술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 반도체 칩셋과 AR·MR 기기에 적합한 초소형 디스플레이 엔진용 '마이크로 엘이디(Micro-LED)' 구동 상보형금속산화반도체 백플레인을 주요 제품으로 확보하고 있다.
 
다만 재무 개선과 달리 현금흐름은 역방향으로 흘렀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9억원으로 전년 동기(-10억원)보다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 현금흐름표 주석을 살펴보면, 먼저 매입채무가 42억원 감소하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외상 매입을 의미하는 매입채무가 줄어들면 외상 대금을 상환했다는 의미로 통용되기 때문에 현금이 유출된다.
 
사피엔반도체는 현재 자체적인 생산설비가 없이 파운드리·패키지·테스트 전량 생산 분야별 외주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과 외주가공비만 총 71억원에 달한다. 외주 생산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에서 기존 매입채무 상환이 집중되면서 영업현금흐름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계약부채 감소 자체를 현금 유출로 볼 수는 없다. 계약부채는 고객으로부터 대금을 먼저 받았지만 아직 수행의무를 완료하지 않아 매출로 인식하지 않은 금액이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기존 계약부채가 매출로 전환되면 매출과 이익은 증가하지만 해당 시점에 같은 금액의 현금이 새로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선수금 매출 인식이 늘어난 것도 상반기 매출 증가에 비해 영업현금흐름이 따라오지 못한 이유다. 
 
매출채권·재고자산 증가도 유동성 악화 영향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증가도 현금을 묶어두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매출채권 회수와 재고자산 처분도 유동성 회복의 변수다. 매출채권은 34억원으로 지난해 말(19억원) 대비 78.9% 증가했다. 매출채권이 늘었다는 건 아직 현금으로 받지 못한 돈이 늘었다는 의미다. 재고자산도 마찬가지다. 유동 재고자산은 동기간 8억원에서 15억원으로 약 2배 늘어났다. 오는 3분기 제품 판매를 위해 선제적으로 재고를 확보했다는 게 기업 측 설명이다.
 
전반적인 현금 유입이 줄며 현금 곳간도 비어 갔다. 올해 6월 말 기준 사피엔반도체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2억원으로 전년 말(110억원) 대비 61.8% 급감했다.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 104억원을 한참 밑돈다. 사채를 포함한 유동차입금만 72억원에 이른다. 전체 차입금은 전년 말 대비 줄었지만 차입금 감소 속도 대비 현금자산이 빠르게 줄며 차입금 의존도는 29.4%에서 34.1%로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진행률이 적용되어 단계적으로 매출이 인식되는 용역 개발 수주 계약은 총 세 건이다. 모두 올해 9~11월 중으로 공사가 마무리된다. 공사 진행률은 각각 87.5%, 88.7%, 93%다. 총 공사미수금은 24억원에 달한다. 총 수주액의 9.2% 수준이다.
 
다만 사피엔반도체 측은 <IB토마토>에 "NRE 개발 매출은 고객으로부터 먼저 돈을 받고 진행하기 때문에 현금 운영에 크게 문제되지 않아 당장의 현금 조달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라면서 "현재(8월) 시점으론 6월 말 대비 현금이 일부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개발용역 매출 99%…양산 전환이 현금창출력 가른다
 
사피엔반도체의 전체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용역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98.9%다. 제품 판매 비중은 2024년 상반기만 해도 32.4%였지만 지난해 12.1%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1.1%까지 하락했다. 특히 올해는 칩셋(Chip set) 매출이 아예 빠지며 CMOS 백플레인에만 실적을 기대는 실정이다. 용역 매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만큼 현금 회수 시기에 따라 유동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피엔반도체가 외형 성장과 현금흐름 개선을 동시에 가져가려면 매출 구조 개편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개발 용역 중심 매출에서 벗어나 실제 제품 양산 매출이 얼마나 빠르게 발생하느냐가 향후 재무안정성과 실적 지속성을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피엔반도체는 자체 개발한 범용(Off-The-Shelf) DDIC 신규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하여 사업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Micro-LED 산업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시기에 안정적으로 시장에 사업영역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또, Micro/Mini-LED를 차량용 헤드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등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 및 제품 개발이 진행 중이며, 고성능 컴퓨터 시스템 분야에서 고속 인터페이스 관련 모듈에도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중소벤처기업부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연구과제는 총 4건이다. 하이브리드 픽셀 구조 적용 CMOS 백플레인, 6000 PPI급 초고해상도 OLEDoS용 CMOS 백플레인 구동 기술, CMOS 능동회로 기반 500 PPI급 초고해상도 마이크로LED 지능형 픽셀 라이팅 등이다. 관건은 현재 개발 중인 제품 및 기술의 양산과 매출 인식 시점이다.
 
사피엔반도체 측은 <IB토마토>에 "개발이 완료되면 고객에 ES(Engineering Sample)가 전달되고 고객이 그 검증을 마치고 나면 통상 9개월~1년 후 양산 PO를 발행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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