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캡의 명암)②빚으로 회수한 원금, 기업 재무부담으로 남았다
베인캐피탈, SPC 리캡·블록딜로 회수 가속
MBK 모던하우스, 3000억 차입 만기 차환 변수
공개 2026-07-27 06:1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22일 18:1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시장에 투자 대기자금은 쌓이고 있지만, 기존 투자금을 회수할 출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 침체로 포트폴리오 기업의 매각이 지연되자 운용사(GP)들은 기업의 차입 여력을 활용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리캡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을 매각하지 않고도 출자자(LP)에게 현금을 돌려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그 대가로 포트폴리오 기업에는 늘어난 부채와 이자 부담이 남는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특히 차기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앞둔 GP들 사이에서는 장부상 수익률보다 실제 분배 실적을 보여주는 DPI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회수 시장의 돌파구로 떠오른 리캡의 확산 배경과 그 이면의 위험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투자 원금을 조기에 회수하고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활용하는 '자본구조 재조정(Recapitalization, 이하 리캡)'이 차입 주체와 기업의 현금창출력에 따라 엇갈린 결과를 낳고 있다.
 
사모펀드에 리캡은 포트폴리오 기업을 팔지 않고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기업의 실적과 담보가치가 높아진 만큼 대출을 추가로 일으켜 출자자(LP)에게 배당하면, 운용사(GP)는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캡으로 인해 늘어난 차입금과 이자비용은 인수목적회사(SPC)나 포트폴리오 기업의 재무제표에 남는다. 리캡 이후에도 영업현금흐름이 이자를 충분히 감당하면 효율적인 자본재조정이 되지만, 차입금이 이익보다 빠르게 늘면 매각을 미룬 대가가 기업의 재무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인 것이다.
 
(사진=구글 생성 이미지)
 
베인캐피탈, 클래시스 리캡의 성공…SPC가 빌리고 지분으로 갚는다
 
리캡은 기존 인수금융을 더 큰 규모의 대출로 갈아타고, 증액분을 GP와 LP에 배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차주가 인수 SPC라면 포트폴리오 기업의 차입금과 부채비율에는 직접적인 변화가 없다. 대신 SPC는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잡히고, 향후 배당이나 지분 매각 대금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반대로 포트폴리오 기업이 직접 차입해 주주에게 배당하면 기업의 부채총계와 순차입금이 곧바로 늘어난다.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잠식하고 설비투자와 운전자금에 사용할 현금까지 줄어들 수 있다.
 
베인캐피탈의 클래시스(214150) 리캡은 운영회사에 미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사례다. 베인캐피탈은 2022년 클래시스 지분 60.84%를 약 6700억원에 인수하면서 4050억원의 인수금융을 활용했다. 이후 2024년 약 700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을 진행했고, 2025년 말에는 약 3000억원의 리캡 자금을 포함한 93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을 성사시켰다.
 
다만 해당 차입은 베인캐피탈의 투자목적회사인 BCPE 센추르가 클래시스 주식을 담보로 조달한 인수금융이다. 9300억원의 차입금이 클래시스 운영회사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된 것은 아니다. 베인캐피탈은 차입 규모를 늘려 원금을 회수했지만, 클래시스는 영업으로 창출한 현금과 자체 차입 구조를 별도로 유지한 셈이다.
 
실제로 클래시스의 부채비율은 2023년 32.45%에서 2024년 33.61%로 소폭 높아졌다가 2025년 26.77%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도 17.49%에서 14.60%, 11.93%로 하락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약 483억원에서 2024년 1050억원, 2025년 1263억원으로 증가했다. 리캡 규모는 커졌지만 운영회사의 재무구조는 오히려 개선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방식으로 인수 주체의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SPC의 원리금 상환 재원은 결국 클래시스 지분 매각대금이나 배당에서 나오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거나 매각이 장기간 지연되면 추가 지분 매각과 배당 확대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래시스의 경우 2025년 5월, 2026년 2월 각각 지분 5.93%(2276억원), 8.25%(3243억원)을 블록딜 형식으로 엑시트하면서 두 차례 블록딜로만 총 5519억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처럼 블록딜, 리캡, 배당을 합쳐 베인캐피탈이 챙긴 돈은 8500억원으로 추정된다. 경영권을 넘기기도 전에 최초 인수가격이었던 6700억원을 초과 달성한 셈이다.
 
MBK, 모던하우스 리캡 부담 여전…매각 실패에도 영향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모던하우스는 리캡 이후 부채 부담이 운영회사에 남은 대표적인 사례다. 모던하우스 운영사 엠에이치앤코의 최상위 지배기업은 MBK파트너스 4호 사모투자합자회사다. 엠에이치앤코는 모던하우스와 생활용품 브랜드 버터를 운영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7년 모던하우스를 인수한 뒤 2021년 모던하우스를 대상으로 3400억원 규모의 리캡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인수 당시 발생한 인수금융 약 2400억원을 차환하고, 추가로 조달한 약 1000억원을 LP에게 분배하는 구조였다. 실적 개선으로 늘어난 차입 여력을 투자금 중간 회수에 활용한 것이다.
 
리캡을 뒷받침한 것은 당시 실적 개선이었다. 2020년 3474억원이던 매출은 2021년 3815억원으로 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8억원에서 296억원으로 66.1% 늘었고,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29억원에서 392억원으로 확대됐다. 당기순손익 역시 소폭 적자에서 6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차입금을 늘리더라도 영업현금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했던 것이다.
 
 
 
문제는 리캡 이후 실적과 차입금 감축 속도다. 엠에이치앤코의 은행 차입금은 2021년 말 3400억원에서 2025년 말 3020억원으로 380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21억원 순손실로 돌아섰고,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810억원에서 361억원으로 449억원 감소했다.
 
현금흐름에서도 차입 부담이 나타난다. 엠에이치앤코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1년 392억원에서 2025년 243억원으로 38.0% 감소했다. 이자 지급 전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도 531억원에서 438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실제 지급한 이자는 2021년 140억원에서 2025년 201억원으로 43.7% 증가했다. 이자 지급 전 영업현금 가운데 이자로 빠져나간 비중은 2021년 26.4%에서 2025년 46.0%로 높아졌다. 과거에는 영업으로 번 현금의 4분의 1가량이 이자에 사용됐지만, 현재는 절반에 가까운 자금이 금융비용으로 소진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특히 올해는 만기 부담도 본격화한다. 2024년 말 장기차입금으로 분류됐던 2920억원을 포함해 2025년 말 차입금 3020억원 전액이 유동성장기차입금으로 전환됐다. 최장 만기가 2026년 11월로 1년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유동비율은 2024년 227.6%에서 2025년 42.7%로 급락했다. 현금성자산이 361억원에 그치는 만큼 자체 상환보다는 대규모 리파이낸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모던하우스는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리캡으로 투자금 일부를 먼저 회수하며 시간을 벌었지만, 기업에는 3000억원대 차입금과 차환 부담이 남아있고, 실적은 둔화하는 상황이다. 차입금을 충분히 줄이지 못한 상태에서 실적이 둔화한 것이 매각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 대형 사모펀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리캡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누가 차입하고, 이후 EBITDA와 현금흐름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가 핵심:이라며 “SPC가 주식을 담보로 빌리면 운영회사 재무제표에는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결국 배당이나 지분 매각으로 갚아야 하고, 운영회사가 직접 차입하면 이자와 차환 부담이 바로 기업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 개선 없이 DPI만 높이기 위해 리캡을 단행하면 GP의 회수 리스크를 포트폴리오 기업의 신용 리스크로 옮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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