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크로스보더(국경 간)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산업 자체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거래 기업이 속한 국가의 조세 제도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지목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복잡한 세제 혜택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비즈니스의 본질과 세무 리스크를 동시에 통찰하는 역량이 거래(Deal)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율촌의 김아이린 외국변호사는 M&A와 국제조세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전문가'다. 전미에서 연간 4000여명이 지원하는 미국 국세청(IRS) 법무실 'Chief Counsel Honors Program' 출신으로 조세 분야 전문성을 갖췄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법무실을 거치며 글로벌 첨단 산업의 심장부에서 현장 감각을 익히기도 했다. 현재는 율촌의 기업·M&A자문본부(C&F 그룹)에서 국내외 기업들의 크로스보더 투자와 테크 스타트업 자문을 주도하며 시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있다.
김아이린 법무법인 율촌 외국변호사.(사진=법무법인 율촌)
다음은 김아이린 외국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미국 국세청(IRS)과 삼성전자(005930)를 거쳐 현재 율촌에서 활동하고 있다. 본인의 이력과 차별화된 전문성을 소개해달라.
△22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로스쿨을 조기 졸업한 후, 미국 국세청(IRS) 법무실에서 변호사 커리어를 시작했다. 남들보다 빠르게 필드에 뛰어든 덕분에 지난 14년간 치열한 검증 과정을 거치며 전문성을 갖출 수 있었다. 커리어의 출발점인 IRS에서의 경험은 세무적 리스크와 딜 구조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원동력이 됐다. 수많은 규정과 숫자가 맞물려 돌아가는 조세 업무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테일에 강한 변호사로 훈련됐다.
다년간의 로펌 생활로 다져진 탄탄한 M&A 기본기와 거래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집요함, 삼성전자 사내변호사 시절 쌓은 현장 감각도 더해졌다. 거래구조 설계나 실사,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세무 리스크를 직관적으로 식별해내고, 클라이언트가 딜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실효성 있는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나의 핵심 경쟁력이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기업 입장에서 미국과 한국 조세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며,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최근 BEPS(소득이전 및 세원잠식) 규제가 안착되고 국가 간 조세조약이 고도화되면서 다국적 기업을 향한 과세 논리와 기본적인 국제조세 프레임워크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눈에 띄는 차이점은 첨단 산업을 지원하는 조세 정책의 '유연성'이다. 미국은 IRA를 통해 이익이 없는 초기 기업 또한 적격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받고,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투자 촉진과 현금흐름 개선을 이끌어냈다.
국내는 세수 결손 우려나 예산 사이클의 현실성, 인프라 부재 등으로 인해 이러한 제도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장벽이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변호사로서 해당 제도들의 틈새를 메우기 위해 국내 기업들에게 IRA 세제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문을 제공한다. 국내 공공기관에도 관련 제도 연구 업무를 지원하며 가교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법무실 시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최전선에서 굵직한 딜을 수행했다. 인하우스 경험은 현재 자문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삼성전자 DS 부문 법무실에서 주로 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 IC, 이미지 센서 등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며 자연스럽게 테크 분야의 실무를 접했다. 대중에 공개된 프로젝트 중에서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모바일 및 자동차용 반도체에 AMD Radeon 그래픽 기술을 통합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협상을 성공적으로 조율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소통하며 첨단 제품이 비즈니스화되는 과정을 최전선에서 생생하게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하우스 경험은 현재 율촌에서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테크 기업 특유의 비즈니스 언어와 복잡한 산업 생태계를 깊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이 기술적 배경을 처음부터 설명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라이선스나 공급 계약상의 문구 하나가 실제 사업에서 어떤 리스크를 초래하는지, 전체 타임라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해 곧바로 핵심 전략 논의로 직행할 수 있어 신뢰도가 높다.
-그동안 수행한 업무 가운데 변호사로서 역량을 가장 크게 시험받았던 순간은 언제였나.
△글로벌 브랜드의 본사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는 거래(Redomiciliation)를 성공적으로 자문했을 때다. 크로스보더 상속, 현물출자, 지분 양도 등 한미 양국의 법제가 매우 복잡하게 얽힌 절차들을 기업법과 세법 측면에서 유기적으로 통합해야 하는 과제였다. 한국의 상법·세법과 미국의 기업법·세법을 다각도로 조율하며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해야 했다. 조세와 M&A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저만의 하이브리드 전문성이 가장 빛을 발했던 순간이자, 변호사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던 도전적인 경험이었다.
김아이린 법무법인 율촌 외국변호사.(사진=법무법인 율촌)
-최근 담당한 딜 가운데 가장 보람이 컸던 사례는 무엇인가.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패션 브랜드 '안다르'의 모회사 에코마케팅을 글로벌 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탈에 매각한 거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올해 M&A 시장에서 특히 주목받은 딜 중 하나다. 과거에는 주로 해외 유명 브랜드의 국내 진출 자문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국내에서 탄탄하게 성장한 K-브랜드들이 글로벌 PE의 인수를 통해 다음 단계로 스케일업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애슬레저 브랜드가 세계화라는 큰 성장의 변곡점을 맞이하는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에서 보람이 컸다.
동시에 이 딜은 율촌에 합류한 후 얼마 안 된 시점에 진행되어 제 커리어의 청사진을 확인해 준 계기가 됐다. 딜 체결을 위해 며칠 밤을 새우며 치열하게 협상하는 과정에서 율촌의 선배 변호사님들이 보여준 노련한 의사결정 방식과 고도의 압박감을 이겨내는 협상 기술을 밀착 체득할 수 있었다. 저 역시 율촌의 DNA를 완벽히 체화해 동료와 고객에게 신뢰받는 핵심 전문가로 성장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다지게 만든 훌륭한 자양분이 된 딜이다.
-M&A와 국제조세라는 서로 다른 트랙의 전문성이 합쳐졌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내나.
△통상 미국이나 유럽의 대형 로펌 실무를 보면 딜을 주도하는 기업 변호사와 조세팀 변호사의 역할이 철저히 분리돼 있다. 기업 변호사가 계약서 초안을 짜면 조세 변호사가 사후적으로 세부 조항을 검토하는 식이다. 반면 조세를 깊이 이해하는 M&A 변호사가 직접 딜을 리드하면 실사 단계에서 발견된 세무 리스크를 계약서 조항에 즉각적이고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다. 이는 거래의 페이스를 신속하게 유지하는 데 엄청난 장점이 된다. 특히 조세 관련 특별손해배상이나 진술보장(R&W) 조항을 협상할 때, 전체적인 딜 메커니즘과 세무 리스크의 무게감을 동시에 파악하고 임하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고 완성도 높은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앞으로 율촌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과제는 무엇인가.
△최근 가장 애착을 가지고 집중하는 분야는 '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및 자문이다. 테크 스타트업 자문은 기업법, 조세, 규제 등 다방면의 법률적 빅픽처를 그리는 동시에 기술과 라이선싱 구조에 대한 고도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들은 현실적인 자문료 부담 때문에 법률 검토 기회를 놓치고, 훗날 독소조항이나 불리한 계약으로 큰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혁신을 이끄는 창업자들과 이들에게 과감히 투자하는 PE·VC 모두에게 실질적인 솔루션을 주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 삼성전자에서 쌓은 테크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크로스보더 M&A, 국제조세 역량을 총동원해, 한정된 예산 안에서도 최고 수준의 정밀한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최적화된 스태핑(Staffing) 구조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율촌의 탁월한 전문가들과 원팀 시너지를 내어 대한민국 혁신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안전하게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효율적이고 든든한 법률 동반자가 되겠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