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성적표)③유한양행, 제도 개선에도 사외이사 표심은 싸늘
조직 개편·투자 안건에 제동…거수기 이사회 탈피
집중투표제 도입·보상위 신설로 투명성 강화
사외이사 찬성률 74%…실질 견제력 입증 과제
공개 2026-07-23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20일 11:1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6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지배구조보고서가 일제히 공개됐다. 경제·사회 전반에서 ESG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코스피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3개사의 거버넌스 성적표를 점검하고 각 기업의 지배구조를 집중 분석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유한양행(000100)이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이사회의 견제 기능 강화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정관 개정과 보상위원회 신설 등 지배구조 투명성을 위한 장치를 구축하고, 이사회 차원의 실질적인 안건 제동 기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에 높은 반대 표심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이사회가 향후 전문경영인에 대해 실효성 있는 독립성과 견제력 발휘에 대한 물음표가 찍힌다. 해당 주총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의 반대 및 기권율이 25%를 웃돌아 새로 도입한 제도 보완책들이 실질적인 감시 기능 작동에 일조할 지 향후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사진=유한양행)
 
소유분산 체제…지배구조 준수율 87%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항목 중 13개 항목을 준수해 86.7%의 높은 준수율을 기록했다. 지배주주 일가가 존재하지 않는 전문경영인 체제와 최대주주인 공익법인 유한재단(지분율 16.03%) 중심의 소유 분산 구조 아래 달성된 성과다.
 
현행 소유분산 구조는 지배주주에 의한 사익 편취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지배적인 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특성상 전문경영인의 의사결정을 감시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주주의 권익보다 경영진의 사적 이익이나 임기 유지를 우선시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유한양행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3월 정관 개정을 통해 과거 미준수 상태였던 '주주에 대한 현금 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지표를 올해 준수 상태로 전환하는 등 주주 환원 및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치를 시행했다. 타법인 출자나 자산 취득 시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내부 승인 기준 금액도 기존 한도보다 하향 설정해 이사회의 사전 감독 범위를 넓혔다.
 
회사는 전체 이사 7명 가운데 과반수인 4명을 사외이사로 배치해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감시 기능 또한 구축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조욱제, 김열홍), 기타비상무이사 1명(이정희), 사외이사 4명(지성길, 박동진, 김준철, 신영재)으로 구성됐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감독업무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대표이사가 아닌 이정희 기타비상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는 해당 구조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안건의 심의 시 의사결정의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개최된 총 14차례의 이사회 활동 내역을 살펴보면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참석률은 매우 높다. 사외이사 4명 중 지성길, 김준철, 박동진 이사는 100%의 참석률을 기록했다. 신영재 이사 역시 92.9%(14회 중 1회 불참)의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안건 심의 과정도 경영진의 제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보완 요구가 수반된 정황이 확인된다. 지난해 2월12일 제2회 이사회에서는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해지' 및 '자기주식 관련' 안건, 7월30일 제10회 이사회에서는 '타법인 투자' 안건에 대해 각각 "내용 보완 및 추가 설명 요청"을 사유로 재논의 결정을 내렸다. 이사회가 주요 재무 및 외부 투자 결정 과정에서 최소한의 검증 장치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음을 나타낸다.
 
다만 재논의로 분류된 건들을 제외하고는 이사회에 상정된 모든 안건이 참석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공식적인 반대 의결권 행사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사회 내에서 수정·요구 권한이 일부 행사되고는 있지만, 전문경영인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독립적으로 감시·견제하는 실질적인 통제력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지속 확인해야 할 과제다.
 
 
매서워진 주주 안목…신임 사외이사 선임안 찬성률 불과 74%
 
유한양행 이사회는 올해 1분기 기준 사내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한 총 7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이사가 아닌 이정희 기타비상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사외이사 구성원 면면에는 큰 폭의 세대교체가 단행됐다. 지난 3월20일 개최된 제10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지성길, 박동진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그 자리에 법률전문가인 오인서 사외이사(전 수원고등검찰청 검사장)와 의료전문가인 신의철 사외이사(가톨릭대 의대 교수)가 신규 선임돼 기존 김준철(회계전문가), 신영재(법률전문가) 사외이사와 함께 새로운 감시 체제를 형성했다.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견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주주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전향적인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됐다. 유한양행은 제103기 정기주주총회 정관 개정을 통해 과거 정관에 존재했던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공식 삭제했다. 해당 조치는 오는 9월10일 이후 최초로 이사 선임을 위해 소집되는 주주총회부터 본격 적용한다.
 
경영진의 사적 이익 추구나 과도한 보수 책정을 통제하기 위한 내부 기구 역시 강화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4월 이사회 내에 전원 사외이사(오인서, 신영재, 신의철)로만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신설해 경영진 보수 결정의 객관·투명성을 높였다.
 
올해 들어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 역시 단순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고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중 총 3차례 개최된 이사회 활동을 살펴보면 지난 3월20일 열린 제3회 이사회에서 상정된 '조직 개편' 안건에 대해 이사회는 "의안 중 일부 사항에 대한 내용 보완 요청"을 이유로 최종 '일부 재논의(일부 가결)'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자기주식 관련 안건이나 타법인 투자 안건에 대해 추가 설명과 보완을 요구했던 것처럼 이사회가 단순 통과 기구를 넘어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브레이크를 거는 검증 장치 역할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한양행 측은 <IB토마토>에 "회사의 정체성과 창립이념 자체가 ESG에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 앞으로도 ESG 활동을 강화하면서 주주들과의 소통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안건들의 표결 결과를 들여다보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이사회 구성에 대한 주주들의 감시 시선 또한 한층 더 매서워졌음을 알 수 있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된 오인서 후보자의 선임 안건은 찬성 비율이 74.1%에 그쳤으며, 반대 및 기권율이 25.9%에 달했다. 다른 정관 변경 안건이나 이사 선임 안건들이 대체로 90% 안팎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된 것과 비교하면, 사외이사의 전직 이력이나 독립성에 대한 주주들의 엄격한 평가와 견제 심리가 실제 표심을 통해 뚜렷하게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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