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원가의 덫)②원가제도 밖 협력사, 수익 보장도 협상력도 없다
체계업체보다 낮은 협력사 수익성
원가제도 밖 협력사, 협상력 한계
계약 범위 확대 등 제도 개선 필요
공개 2026-07-23 06:2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20일 18:2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방위산업이 수출 호황기를 맞으며 국가 전략산업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국내에서 축적한 개발·운용 경험이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진 결과다. 그러나 방산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산업의 뿌리인 내수 생태계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행 방산 원가 제도 아래서는 기업이 성장 동력을 확보할 만큼 수익성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출로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견·중소기업은 제한된 수익 구조에 갇혀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지속가능한 방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현행 원가 제도의 한계와 개선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K방산 수출 호황에도 중소 협력업체의 수익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내수 방산 계약은 국가와 체계업체를 중심으로 원가를 산정하는 구조여서, 실제 부품과 장비를 납품하는 협력업체는 제도 밖에서 개별 가격 협상에 기대야 한다. 체계업체조차 내수 시장에서 충분한 이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협력업체의 협상력은 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협력업체를 계약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과 함께 공동 생산·연구개발 기반을 마련해 공급망 전반의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방산혁신기업협회)
 
협력사 수익 확대 어려운 구조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내수 방위산업 원가제도 하에서 국가와 계약한 체계업체와 협력업체 모두 수익 확대가 제한적인 상황으로 파악된다. 이는 방산 원가제도 등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평가다. 현행 방산 원가제도는 군 수요가 절대적인 산업 구조상 시장가격을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료비와 노무비 등 적정 원가를 계산한 후 여기에 일정 이윤을 얹어 계약규모를 정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된다. 원가제도는 계약업체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납품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다만, 원가제도가 온전히 비용을 원가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내수 방산 시장의 수익이 제한되는 경우가 다수 전해진다. 계약 목적과 직접 관련성이나 원가 산정 기준 등을 충족하지 못한 비용은 일부만 반영되거나 제외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미래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스마트 팩토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트 팩토리는 방산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는 핵심으로 꼽히지만 현행 원가 산정 방식에서 인정되는 원가액이 줄어들 수 있다. 생산성 확대에 투자해도 내수 방산 시장에서는 비용만 높아지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업계 안팎에서는 체계업체도 내수 방산 시장에서 수익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협력업체 역시 내수 방산 시장에서 수익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협력업체는 체계업체와의 납품 계약을 통해 매출과 수익을 확보한다. 체계업체가 내수 시장에서 사실상 수익을 얻기 어려운 구조 하에서 협력업체가 높은 수익을 얻기 어렵다. 협력업체의 수익구조는 체계업체보다 제한적이다. 별도의 체계 개발이 어렵고, 기술 유출을 우려해 엄격한 제한도 따르는 까닭에 수출을 통한 돌파구를 확보하기도 매우 어렵다는 평가다.
 
내수 시장의 제한적인 수익을 보충하기 위해 체계업체들은 수출을 대거 확대 중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방위산업은 수출 특수를 맞았고, 중소 협력업체의 수익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연구개발 등 비용 구조를 고려하면 수익 수준은 비교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방위사업청이 올 2월 발간한 2024년 방위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체계업체 15곳의 방산 매출은 22조 3863억원, 1곳당 평균 매출은 1조 492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방산협력업체 69곳의 전체 매출은 4조 3885억원, 1곳 당 평균 매출은 629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주류인 체계업체와 비교적 규모가 작은 협력 업체 간 매출 차이가 큰 만큼, 협력 업체가 투자 재원 확보 기반이 비교적 제한적인 상황으로 풀이된다.
 
 
계약 당사자 범위 확대 등 대안 제시
 
현재 국내 방산 원가제도는 국가와 계약한 기업 당사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협력업체는 체계업체와의 가격 협상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가격 협상을 위한 환경도 녹록지 않다. 발주국가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다품종 소량생산 비중이 높아진 방위산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가격 협상에서 협력업체가 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원가제도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원가제도에 협력업체를 포섭하기 위한 공동계약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협력업체가 원가제도 내에 들어올 경우 협력업체가 계약 가격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협력업체의 비교적 낮은 수익 문제를 원가제도 문제 하나로 해결하기가 어려운 만큼, 공급망 전반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품종 소량생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협력업체 공동 생산 기반 확보, 공동 연구개발 인프라 등이 방법으로 꼽힌다.
 
한 방산 전문가는 <IB토마토>에 "현재 방산 협력업체 수익 문제는 원가제도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방산 생태계의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작용하고 있는 사안이라 다각도의 개선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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