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대청소)②동전주 탈출 러시…체질개선 없인 '숫자놀음'
병합·감자 후 흑자전환 기업도 등장
실적 개선에도 상장유지 리스크 여전
실질심사는 계획보다 이행 여부가 관건
공개 2026-06-19 07:00:00
이 기사는 2026년 06월 16일 20:2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7월부터 상장폐지·퇴출 요건 강화안이 본격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시가총액 기준 상향, 동전주 요건 신설, 반기 완전자본잠식의 실질심사 사유 추가, 공시위반 기준 강화, 실질심사 개선기간 단축 등이 담겼다. 그동안 일부 한계기업들이 액면병합이나 감자, 단기 자금조달로 상장폐지 리스크를 피해왔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IB토마토>는 한계 상장사들의 생존 전략과 투자자 피해 가능성을 점검하고, 부실기업의 시장 진입을 걸러내는 상장 전 심사와 상장 이후 지속 관리 책임까지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앞두고 한계 상장사들의 생존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 주식병합으로 동전주 꼬리표를 떼려는 움직임이 확산된 데 이어 감자,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실제 체질 개선으로 이어진 기업과 단순한 숫자 맞추기에 그친 기업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7월1일부터 동전주 요건이 신설되고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도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실질심사 사유에 포함되고, 공시위반 기준과 실질심사 개선기간도 강화된다. 과거처럼 감자로 결손금을 줄이고, CB로 단기 유동성을 보강하고, 주식병합으로 주가 단위를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상장폐지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병합·감자 뒤 흑자전환…일부는 체질 개선 신호
 
일부 기업에서는 자본구조 개편과 실적 개선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조이웍스앤코(309930)는 지난 3월 적정 유통주식 수 유지와 주가 안정화를 목적으로 5대 1 주식병합을 결의했다. 액면가는 기존 100원에서 500원으로 바뀌었고, 발행주식 수는 약 2449만주에서 490만주 수준으로 줄었다. 병합 신주는 지난 5월 말 상장돼 거래가 재개됐다.
 
실적도 개선됐다. 조이웍스앤코는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 2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6.3%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억원, 당기순이익은 28억원으로 각각 흑자전환했다. 연결 기준으로도 매출 212억원, 영업이익 33억원, 당기순이익 26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추진한 사업구조 재편과 운영 효율화, 가구 브랜드 라인업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주식 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본업 수익성 개선이 동반된 것이다.
 
KG모빌리티(003620)도 감자가 재무 정상화와 연결된 사례로 꼽힌다. 회사는 지난해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진행했다. 자본금은 9820억원에서 1964억원으로 줄었고, 감자차익은 결손금 보전에 활용됐다. 이후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 1조1365억원, 영업이익 217억원, 당기순이익 376억원을 기록하며 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감자를 통한 누적 결손 정리와 본업 회복이 함께 나타난 셈이다.
 
 
실적 개선에도 주가는 별개…미진 사례도 여전
 
문제는 자본구조 개편이 곧바로 상장유지 안정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주식병합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격을 높이는 조치이고, 감자는 결손금을 줄여 자본 항목을 정리하는 회계적 조치다. 반면 상장유지 여부는 시가총액, 주가 지속성, 감사의견, 공시 신뢰도, 내부통제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더라도 시총 기준을 밑돌거나 공시위반이 반복되면 리스크는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실적 없는 무늬만 바이오·기술 투자인 곳들은 오는 7월부터 퇴출 사정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2대 1 주식병합을 결정하며 7월 초 거래정지를 예고한 에이비프로바이오(195990)가 대표적이다. 에이비프로바이오는 사명에 바이오가 들어가고 이중항체 신약 개발을 추진한다고 홍보하지만, 실제 매출의 99%는 공작기계(MCT) 제조에서 나온다. 바이오 신약 부문에서 직접 발생하는 상업적 매출은 없고, 대부분 스마트폰 가공이나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 납품하는 순수 B2B 제조업 매출인 셈이다. 앞서 자본잠식률 50% 이상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되자 주식병합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강화된 시가총액 요건과 본업의 적자 지속으로 인해 향후 실적 증명이 절실한 상황이다.
 
과거 잦은 사명 변경과 자본 조정을 거쳤던 플루토스(019570)투자(구 리더스기술투자)나, 테라사이언스(073640) 등 사명에 '바이오, AI, 테마 투자, 2차전지' 같은 인기 키워드를 넣어 포장하는 상장사들이 적지 않다. 이들 대부분이 대규모 감자와 주식병합, CB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로 재무 구조 재편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 외에도 반도체 팹리스 기업 하이딥(365590)의 경우엔 무상감자를 단행하고도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지난해 5대 1 무상감자 효과로 자본금은 154억원에서 31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연간 매출은 17억7000만원에 그쳤고 당기손실은 148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1분기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으로부터 35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감자로 재무제표상 결손 부담을 낮췄지만, 본업에서는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기업인 셈이다.
 
실질심사 대응도 세분화…계획보다 이행 '핵심'
 
상장폐지 실질심사 국면에서는 이 차이가 더 뚜렷해진다. 거래소는 개선계획서에 적힌 자본확충 계획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납입 여부, 자금 사용처, 내부통제 개선, 경영 투명성, 감사의견 해소 가능성까지 함께 검증한다. 따라서 한계 상장사들은 회계·법무·재무자문을 동시에 동원해 대응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회계법인은 감사의견 대응과 계속기업 불확실성 해소 방안을 맡는다. 법무법인은 거래소 실질심사 절차, 개선계획서 작성, 공시위반 리스크, 최대주주 변경의 적정성을 점검한다. 증권사와 재무자문사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CB·BW 발행, 비핵심 자산 매각, M&A 유치 등 자본확충 구조를 설계한다. 그러나 이제는 투자자 확보 자체보다 납입 확약, 자금 출처, 채무상환 일정, 운영자금 사용계획까지 거래소가 납득할 수 있게 입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새 제도 아래에서는 '숫자 맞추기'보다 '이행 검증'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감자를 했다면 자본잠식률이 실제로 낮아졌는지, 유상증자를 했다면 자금이 납입됐는지, CB를 발행했다면 상환 부담이 줄었는지, 자산을 팔았다면 현금흐름이 개선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감자나 주식병합은 위기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재무전략이지만, 본업 회복 없이 반복되면 상장유지를 위한 기술적 대응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앞으로는 자본확충 계획보다 실제 납입과 채무상환, 감사의견 해소, 손익 개선까지 입증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무법인 관계자는 "이미 규제 강화가 코앞으로 닥친 상황이고, 대부분 표적이 되는 기업들은 동전주로 자문할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다"며 "곧바로 상장폐지가 결정되는 동전주가 아닐 경우, 실질심사가 이뤄지는데, 주식병합이나 감자 같은 형식적 조치만으로는 거래소를 설득하기 어렵고, 결국 영업 정상화 계획과 자본확충 이행 가능성, 감사의견 해소 여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