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상록 기자] 보안·클라우드 전문 기업
티사이언티픽(057680)의 재무구조가 본업보다 빗썸코리아 지분가치에 크게 기대고 있다. 3월 말 기준 전체 자산의 70%가 평가성 금융자산이고, 빗썸코리아 지분만 총자산의 44%를 차지했다. 지분가치 상승으로 장부상 자본은 두터워졌지만 이 평가이익은 영업손익이나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티사이언티픽은 본업 적자로 쌓인 결손을 무상감자로 메운 뒤 최대주주 측 유상증자로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장부상 자본 규모와 실제 사업 체력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티사이언티픽)
자산 70% FVOCI 금융자산···본업은 적자 지속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보안·클라우드 기업 티사이언티픽의 FVOCI(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은 1385억원으로, 자산총계(1960억원)의 70.7%다. 유형자산 등 본업 관련 자산 대비 평가성 금융자산의 비중이 높은 셈이다.
FVOCI 금융자산에는 ▲빗썸코리아(빗썸 운영 기업) ▲빗썸에셋(옛 빗썸에이·가상자산 신사업 전문) ▲티엠디랩(바이오·의료) ▲오지큐(소셜 크리에이터 플랫폼) 등 기업 지분이 담겼다. 이와 별개로 3월 말 기준 티사이언티픽의 관계기업투자주식은 144억원, 투자부동산 78억원 등 투자성 자산도 보유 중이다. 반면 유형자산은 6억원 안팎에 그쳤다.
FVOCI 금융자산으로 분류된 지분은 회계 기준상 평가차익이 당기손익이 아닌 자본(기타포괄손익누계액)으로 인식된다. 티사이언티픽도 빗썸코리아 지분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을 자본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이 평가이익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에는 잡히지 않아, 빗썸코리아 지분 가치가 올라도 본업 손익은 그대로이고 지분을 팔기 전까진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게 특징이다.
빗썸코리아 지분 가치는 가상자산 시황과 빗썸 실적에 연동돼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로 알려진 빗썸의 기업가치가 시장 상황에 민감할 수 있는 만큼, 자본을 떠받치는 평가차익도 변동할 가능성이 있다. 3월 말 자본총계 1679억원 가운데 평가차익이 담긴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1073억원에 달해, 자본의 실질이 평가성 자산에 적지 않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티사이언티픽은 본업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4% 감소한 62억원, 영업손실은 17.7% 늘어난 11억원이다. 순손실도 11억원을 냈다. 현금성자산은 9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2.1% 줄었고, 3월 말 결손금은 74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4% 늘었다.
현대회계법인은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티사이언티픽의 연결재무상태표상 FVOCI 금융자산은 1385억3000만원으로 이 중 빗썸 보통주에 대한 FVOCI 금융자산이 868억500만원으로 총자산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다"며 "당시 빗썸에 대한 FVOCI 금융자산에 대해 342억2400만원의 평가이익을 인식한 바 있다"고 밝혔다.

감자로 결손금 보전···대주주 유증으로 자본 확충
티사이언티픽은 지난 4월 5대 1 무상감자를 단행해 발행주식이 7125만주에서 1425만주로, 자본금이 357억원에서 72억원으로 감소한 바 있다. 회사가 밝힌 감자 목적은 결손 보전 및 재무구조 개선이다. 주목할 부분은 1073억원에 이르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자본에 있어도 결손 보전에 곧바로 쓰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이익잉여금과 달리 결손을 직접 메울 수 없어, 자본금을 줄이는 감자가 동원된 것으로 풀이된다. 평가차익이 장부상 자본을 키워도 실제 결손 해소에는 손이 닿지 않는 셈이다.
회사는 감자 이후 두 달여 만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난 4일 티사이언티픽 최대주주의 최대주주인 '제이에스아이홀딩스'를 배정 대상자로 3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가는 1944원으로 기준주가(2160원) 대비 10% 할인됐고, 신주 154만여주는 1년간 보호예수된다. 제이에스아이홀딩스는 김상우 티사이언티픽 대표가 지분 92.6%를 보유한 법인으로, 지난 12일 30억원을 납입했다.
티사이언티픽은 FVOCI 평가차익 등으로 3월 말 기준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1073억원에 달하지만, 본업 결손은 감자로 메우고 운영자금은 최대주주 유증으로 조달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티사이언티픽의 과제는 장부상 자본 규모보다 본업 회복 여부다. 빗썸 지분 등 평가성 금융자산은 자본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영업손익과 현금흐름을 직접 개선하지는 않는다. 결손은 감자로 보전하고 운영자금은 최대주주 측 유증으로 조달한 만큼, 향후 시장의 관심은 신사업 확장이 실제 매출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IB토마토>는 티사이언티픽 측에 빗썸코리아 지분 보유 배경, 유상증자 대금 30억원의 구체적 활용 계획 등에 대한 질의서를 전달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