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메리츠캐피탈이 자산건전성 부문에서 신용등급 평가가 가장 낮은 단계로 매겨졌다. 지난해 홈플러스 관련 대규모 채권이 부실 등급으로 떨어진 이후 회수가 더디게 진행된 탓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담보(매장·점포) 매각에 따른 상환도 지난해 한 건뿐이었다. 그동안 충당금을 적게 쌓았기 때문에 부실이 장기화될 경우 재무적 타격도 커질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메리츠금융)
자산건전성 신용등급 'B'급…홈플러스 부실 잔액 2689억원
29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메리츠캐피탈의 '자산건전성' 개별 부문에 대한 신용등급으로 ‘B’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신용등급 구성인 AAA, AA, A, BBB, BB, B 가운데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다른 항목인 사업안정성, 자본적정성, 조달구조의 안정성과 유동성 모두 A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용평가 종합 기준인 무보증사채 등급은 'A+(안정적)'이다. 건전성 부문만 유독 저조한 모습이다. 홈플러스 대출 건의 부실 장기화가 원인이다. 메리츠캐피탈은 지난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착수함에 따라 관련 채권 2808억원을 '고정'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이는 대출채권에 대한 건전성 분류 기준인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가운데 부실 단계(고정 이하)에 있음을 뜻한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은 2024년 2251억원에서 지난해 6909억원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3%에서 8.1%로 치솟았다. 2024년에는 비교기업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나타냈지만 지난해는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뛰었다. 비교기업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4년 3.8%, 2025년 4.2%였다.
홈플러스 채권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689억원이다. 그동안 약 119억원만 회수된 셈이다. 지난해 7월 신내점 점포 매각을 통해 대출금 상환이 이뤄진 것이 유일하다. 해당 매각 건은 회생 절차 개시 전부터 진행돼 왔던 것으로 금융채권 상환 첫 사례였다.
상환 장기화에도 홈플러스 채권의 충당금 적립액은 52억원뿐이다. 사실상 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은 수준이다. 여기에는 채권 담보 처분으로 대출금을 회수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메리츠캐피탈은 홈플러스 62개 매장 담보신탁에 대한 1순위 수익권을 보유하고 있다. 매장 매각 시 상환에 우선순위가 있다는 뜻이다.
홈플러스 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은 25% 내외다. 이는 담보로 확보한 점포의 감정가 합계액 대비 대출자금 비중을 뜻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최종적인 회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낮은 LTV 역시 메리츠캐피탈이 충당금을 덜 쌓는 명분 중 하나다.
(사진=홈플러스)
점포 매각은 소수 전망…부실채권 인식 장기화 불가피
홈플러스는 경영 정상화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예상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정도다. 다만 매각 대금이 메리츠캐피탈 등 채권자에 대한 상환 목적으로 쓰이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업계의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메리츠캐피탈이 담보로 잡고 있는 매장은 홈플러스에 대한 것이고, 점포뿐만 아니라 토지 등도 포함돼 있다"라면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의 매각은 직접적으로는 크게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메리츠캐피탈이 홈플러스 채권을 단기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앞선 신내점 사례처럼 보유하고 있는 점포가 매각되는 것밖에 없다. 다만 홈플러스가 이처럼 점포를 매각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관련된 점포 중에 매각이 확정된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메리츠캐피탈의 홈플러스 대출 만기는 2027년이다. 홈플러스 자체가 매각되지 않는다면 최소한 이때까지는 해당 채권을 부실채권으로 계속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회생 과정에서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가 지연되면 정상적인 상환과 회수가 더 어려워지고, 재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커질 수 있다.
특히 부실 장기화 시에는 낮은 충당금 적립률이 문제로 본격화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메리츠캐피탈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4%지만 대손준비금 전입액(1064억원)을 고려한 조정 ROA는 0.3%에 불과하다.
대손준비금은 자체적으로 설정한 대손충당금이 금융당국 요구치보다 적을 경우 추가로 쌓아야 하는 금액을 말한다. 손익에서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는 대손충당금과 달리 자본 항목 내 계정(이익잉여금)에 반영된다.
메리츠캐피탈이 홈플러스 부실채권에 대해 일반적인 방식으로 충당금을 쌓았다면 ROA가 그만큼 떨어졌을 것이란 뜻이다.
신용평가사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회수는 점포 매각이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지만, 홈플러스 회생이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면서 "충당금 적립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부실 문제가 장기화되고 점포 가치가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해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