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최근 국내 로봇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산업 생태계 성장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올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6에서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선보이면서 글로벌 자본과 국내 벤처캐피털(VC), 정책 자금이 로봇 기술 기업을 겨냥하는 분위기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K-로봇’이라는 키워드가 자본시장에서 각광을 받으며 주요 로보틱스 스타트업들이 후속 투자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2일 스타트업 성장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국내 주요 로보틱스 스타트업 가운데 투모로로보틱스, 위로보틱스, 에이로봇, 로브로스는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완료했고, 패러데이다이나믹스, 에이치오피, 세코어로보틱스, 나비프라, 고레로보틱스는 시드 단계와 프리A 투자를 마무리하고 시리즈A 단계를 앞두고 있다.
뉴로메카 에이르(EIR) (사진=뉴로메카)
대기업과의 파트너십, ‘K-로봇 생태계’ 강화 이끌어
대다수 로보틱스 스타트업들은 2020년 이후 본격적인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기조연설 인트로 영상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소개된 에이로봇의 경우, 2021년 시드 투자를 받고 2024년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쳤다. 휴머노이드 AI 전문 개발사 투모로로보틱스, 정밀 로봇 핸드 핵심 기술을 보유한 테솔로 등 국내 주요 스타트업 로보틱스 기업들도 최근 5년간 시드 단계와 시리즈A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협력을 통해 기업가치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2011년 설립, 2021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삼성전자(005930)가 2023년 868억원을 투자해 지분 14.7%를 확보한 뒤, 2024년 12월 콜옵션을 행사하여 지분 35%로 최대 주주가 됐고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직속으로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자사 제조와 물류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뉴로메카도 일찍이
POSCO홀딩스(005490)(포스코홀딩스)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고, ‘포스코홀딩스-뉴로메카 로봇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해 현장 자동화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엔 포스코와 최대 5년간 장기계약권과 성과공유제 협약을 체결하면서 로봇 자동화 기술력과 실행 역량을 입증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열린 CES에선 별도 사전 학습 없이도 대상 물체를 인식하고 조작하는 특허 기술을 선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로보티즈는
LG전자(066570)가 2017년 90억원을 투자해 지분 7.36%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올라있다. 지난해 6월 휴머노이드 로봇 공동 연구 및 사업화 협약을 체결했고, 로보티즈의 핵심 제품인 다이나믹셀 액추에이터를 글로벌 기업들에 공급 중이다. 로보티즈는 매출 7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이미 해외에서 주요 로보틱스 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최근 몇 년간 국내 주요 로보틱스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삼성은 이번 CES에서 ‘C랩’을 통해 15개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도왔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에이로봇 등 40여 기관이 참여한 ‘휴머노이드 MAX(맥스) 얼라이언스’는 한국 로봇 산업이 단일 기업이 아닌 생태계 단위로 경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국내 대기업과 협력 중인 로보틱스 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과거에는 개별 기술력만으로 투자자를 설득해야 했다면, 최근에는 대기업과의 공동 개발과 사업 연계 여부가 성장성과 신뢰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주도하는 생태계에 편입됐다는 점 자체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일종의 검증 마크인 셈”이라고 전했다.
로봇 시장, 향후 10년간 40배 성장…투자 유치 확장 기대
세계적으로 로봇 스타트업 자금 조달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기업정보 플랫폼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로봇 분야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규모는 60억달러(약 8조원)를 돌파했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과 글로벌 투자를 겨냥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 초기 단계 투자 이후 후속 라운드로의 자금 확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정KPMG는 이번 달 발간한 <CES 2026으로 본 미래 산업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로봇 분야에선 AI와 머신러닝, 센서 기술 등의 발전에 힘입어 AI와 로보틱스가 결합된 ‘피지컬 AI’ 분야의 높은 성장세를 전망했다. ‘피지컬 AI’의 부상으로 빅테크, 로봇 제조 기업 등 간의 파트너십이 확대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떠오른다는 설명이다.
삼정KPMG는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스태티스티아 자료를 기반으로 글로벌 AI 로봇 산업 규모는 2020년 49.8억달러에서 2031년 2220억달러로 4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전체 AI 로봇 시장 중 산업용 AI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기준 56.6%로 제조, 물류 등 다양한 산업 내 수요 증가로 서비스용 AI 로봇 대비 높은 시장 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개별 스타트업 투자 확대와 함께 정부 차원의 대규모 정책 자금도 생태계 자본 흐름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 ‘AI 100조’ 펀드를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차와 함께 로봇 산업을 첨단 전략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관련 업계에선 정책 자금이 단순 연구개발 지원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민간 자본의 참여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밴처캐피탈(VC)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국내 로봇 스타트업의 글로벌 벤처투자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고, 자금 대부분은 미국과 중국으로 집중되고 있다”라며 “AI 스타트업 비중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로봇 투자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선 정책적인 마중물과 민간 자본 연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