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규리 기자]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000150)이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반도체 웨이퍼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에너지와 건설기계 중심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 더해 미래 성장축으로 설정한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확대하면서 전후방 사업 라인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인수 이후를 둘러싼 재무 부담과 사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두산으로서는 2조원에 가까운 차입금 상환 부담까지 떠안게 되는 동시에 SK실트론은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신용도 하락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000660)와의 거래 관계 변화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인수 결과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두산)
반도체 전후방 밸류체인 확보…인수 자금과 차입금 부담 '과제'
7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은 SK실트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최종 인수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경쟁자였던 한앤컴퍼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만큼 시장에서는 가격 측면에서 상당한 프리미엄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가 5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 규모가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은 최근 수년간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지난 2022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분야 국내 1위 기업인 테스나를 인수해 현재 두산테스나로 운영 중이다. 이번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두산테스나·전자BG 사업부·SK실트론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사업 전후방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입체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실트론은 국내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핵심 기업으로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SK그룹 편입 이후 적자를 기록하지 않으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이어왔다. 두산 역시 이러한 사업 안정성과 기술 경쟁력을 높게 평가해 인수전에 적극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이 때문에 두산은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두산로보틱스 지분 일부를 유동화하고 현금성자산을 확충하는 등 2조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 확보 작업을 지난해부터 적극 진행해 왔다.
다만 인수 이후 재무 부담이 발목을 잡는다. SK실트론은 이미 상당한 차입 구조를 안고 있다. 총차입금 규모는 2조 7021억원 수준이다. 이 중 약 1조7000억원에는 '특약'이 포함돼 있어 지배구조 변경 시 상환 부담 의무가 발생할 수 있는 제한 조항이 포함된 상황이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SK실트론의 향후 신용등급은 매각 거래 진행 경과와 최대주주 변경으로 인한 SK하이닉스와의 영업 관계 변화 여부 등 사업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지배구조 변경 제한 특약이 포함된 차입금 상환 부담 대응 방안과 최대주주의 인수자금 조달 구조가 재무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역시 재무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두산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조 6123억원으로 부채비율도 102.7%에 달한다. 인수 구조에 따라 단기적으로 재무 레버리지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인수대금이 보유 현금성자산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입 확대나 추가적인 자산 유동화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신사업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수 자금 조달이 병행될 경우 그룹 전반의 재무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원우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지분거래 종결로 최대주주가 두산으로 변경될 경우, 동사 자체신용도 대비 두산 신용도 간 격차가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계열지원가능성을 적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인수 과정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하이닉스 의존도 높아진 매출 구조는 향후 변수
이번 인수에서 가장 큰 변수로는 SK실트론의 매출 구조가 꼽힌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웨이퍼 사업에서 SK하이닉스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일 고객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최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거래 조건이나 물량 배정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SK실트론 3분기 누적 매출 가운데 주요 고객사인 A계열의 매출은 415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14%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B계열의 매출은 3297억원에서 3969억원으로 20% 넘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B계열 매출처를 SK하이닉스로 추정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웨이퍼 조달 물량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매출 기여도 역시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실트론이 그룹 계열사에서 벗어날 경우 SK하이닉스가 조달 구조를 재검토하거나 공급선을 다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SK실트론의 매출 기반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최대주주 변경 이후 영업 안정성은 핵심 점검 대상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특히 SK하이닉스와의 거래 관계가 유지되는지 여부와 인수 이후 차입 구조 변화가 향후 사업 전개 과정에서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측은 <IB토마토>에 "반도체와 AI 수소 로봇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현재 인수 자금에 대한 관리뿐 아니라 향후 재무 계획 역시 무리 없는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