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회계로 형성된 후 계속 커져…법정준비금이라 배당에 '사용 불가'한화생명·현대해상·한화손보 등 대형사도 배당 못해…조정 없이 어려워금융당국 추가 조치 향방에 이목…"적립률 낮추거나, 신계약 유입 몫 조정"
2026년 보험업계에는 재무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제도 변화가 예고돼 있다. 자본비율을 비롯해 배당 여건, 자동차보험 손해배상 제도 등 다양한 이슈가 줄줄이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기업가치, 수익성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IB토마토>는 각 제도의 주요 내용과 재무적 영향, 도입 방향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미배당 보험사의 배당 재개 여부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추가 조정에 달렸다. 현재는 과도한 준비금 적립 문제로 일부 대형 보험사도 배당이 불가한 상태다. 금융당국의 손질 없이는 올해 회계연도는 물론 새해에도 불투명하다. 보험주는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만큼 해약환급금준비금 문제는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반드시 해결이 필요한 사안이다.
금융당국서 합리화 방안 추가 검토…현재 배당 여력 ‘무’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사 해약환급금준비금과 관련된 규제를 좀 더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보험사가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고, 당국이 합리화 방안에 대해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한화생명,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각 사)
해약환급금준비금은 2023년 보험업계 회계 기준이 IFRS17으로 바뀔 때 신설된 계정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인데, 전환 시점에서 기존 원가 부채(IFRS4) 대비 적게 산출된 경우 그 차액만큼 이 계정에 담는다.
당시에는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부채 듀레이션(금리민감도)이 긴 보험사들은 부채가 크게 줄었지만 그만큼 자본은 늘었다. 당국에서는 사외 유출 방지 차원에서 해당 금액을 자본의 이익잉여금 내 법정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했다. 법정준비금은 자본금의 결손 보전을 충당하는 경우에만 처분할 수 있다. 즉, 배당 재원이 아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배당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IFRS17 전환 시점에서 이미 크게 잡힌 가운데, 보험사가 보장성보험 신계약 영업을 확대하면서 불가피하게 준비금도 계속 불어났다.
미배당 보험사들은 해약환급금준비금이 과도한 탓에 배당가능이익 자체가 마이너스(-) 상태다. 준비금 규모를 살펴보면 상반기 기준 ▲한화생명 4조6721억원 ▲현대해상 4조3265억원 ▲한화손해보험 2조968억원이다. 반면 배당가능이익에 해당하는 미처분이익잉여금(임의적립금 포함)은 ▲한화생명 1조9299억원 ▲현대해상 2조21억원 ▲한화손해보험 4381억원에 불과하다.
재조정 없으면 내년에도 배당 불가…향방에 시선 집중
미배당 보험사들은 2023년 이후 배당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회계연도나 그 이후에 대한 배당 여부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조정에 달린 셈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는 일부를 제외한 다수 보험사의 배당가능이익을 소멸시켜 배당을 지급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라면서 “만약 현재의 적립 기준이 지속된다면 2026년에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평가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산출 기준 개선이 미배당 보험사의 배당 재개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서는 큰 폭의 조정이 이뤄질 경우 단시일 내 배당 재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에서는 적립비율 기준치를 한 차례 조정한 바 있는데, 직전 분기 말 지급여력(K-ICS) 비율이 170% 이상인 경우 해약환급금준비금을 80%만 적립하도록 했다. K-ICS 비율 기준은 매년 10%p씩 낮춰서 2026년 160%, 2027년 150%, 2028년 140%, 2029년 130%(최종) 순으로 조정된다.
금융당국이 추가 손질한다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적립비율 완화 수준을 현행 80%에서 더 낮추는 것이 있다. 그동안 K-ICS 비율이라는 완화 요건을 다뤘다면, 이는 적립액 자체를 줄이는 방안이다.
신계약 영업에 따라 늘어나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줄여주는 방향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하면 그에 비례해 준비금도 불어나는데, 이는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유입으로 인한 적립금 증가 속도가 순이익 확대보다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 요구한 바 중 하나는 IFRS17 도입 이후의 계약에 대해서는 향후 적립을 하지 말자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조정에 대한 <IB토마토> 질문에 “담당자가 부재한 상황”이라고만 답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해약환급금준비금에 대한 변화가 없다면 내년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배당이 불가할 것”이라고 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