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PF, 등 떠밀린 현대ENG…보증·매입확약까지
책임준공 넘어 매입확약…침체된 시장에 PF 요구 강화
SPC 차환의존·보강요건 확대로 시공사 위험 부담 집중
"엑시트 분양률 도달로 우발부채 현실화 가능성 낮아"
공개 2025-12-0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7일 15:2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수원시 내 지식산업센터 분양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차갑게 식자, 금융권의 요구도 한층 무거워졌다. 이번 수원 원천동 '현대 테라타워 영통 패스트웍스'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금융권은 프로젝트 전용 법인(SPC)이 400억원을 조달하는 기본 구조 위에,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현대ENG)에게 책임준공·채무인수 의무까지 부여했다. 여기에 최근 600억원 규모의 매입확약까지 추가로 요구하면서 신용보강 강도가 크게 높아진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분양가의 85%를 인수하겠다는 매입확약서를 제출하며 사실상 이번 PF의 실질적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다만 회사는 현시점에서 분양률과 공정률이 안정 구간에 진입한 만큼, 이번 우발부채가 실제 재무 부담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 테라타워 영통 패스트웍스 투시도(사진=현대엔지니어링)
 
수원 원천동 매입확약…지산 침체로 금융권 PF 요구 무거워져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원 원천동 지식산업센터 신축사업(현대 테라타워 영통 패스트웍스)과 관련해, 대출 약정 만기 시 미상환되는 원리금에 대해 분양가의 85%를 한도로 매입하겠다는 내용의 매입확약서를 제출했다. 이번 확약이 적용되는 PF 대출 약정액은 600억원으로, 책임준공에 더해 실물 자산을 떠안을 수 있는 조항까지 포함된 구조다. 이 확약은 최대주주인 현대건설(000720)(지분율 38.62%)의 최근 3분기 보고서에 우발부채로도 반영됐으며, 매입확약이 책임준공보다 한 단계 무거운 신용보강이라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보증 부담이 함께 인식된 것으로 해석된다.
 
수원 '현대 테라타워 영통 패스트웍스'는 이미 해당 지역 '마지막 지산'으로 불릴 만큼 공급 포화가 심한 곳이다. 수원시는 공실 위험을 이유로 향후 5년간 지식산업센터 신규 건립을 제한할 정도로 시장이 식어 있으며, 수요 둔화와 공실 리스크가 겹치면서 PF 구조에도 부담이 커졌다. 이러한 환경에서 금융권은 책임준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전보다 강화된 보증·확약을 요구하고 있고, 이번 매입확약은 그 변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수원 '현대 테라타워 영통 패스트웍스' PF는 시행사 디오개발이 총 600억원을 빌리는 구조로 짜여 있다. 앞서 지난 8월 말에는 프로젝트 전용 법인 '더블에이치영통제일차(SPC)'가 이 중 400억원을 맡아 신한캐피탈 자산유동화대출(ABL) 100억원과 3~6개월 만기의 단기 유동화증권(ABSTB) 300억원으로 자금을 끌어왔다.
 
문제는 이 300억원어치 단기 증권이 만기 때마다 재발행(차환) 되는 것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지식산업센터 분양시장이 식은 상황에서는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 새 증권이 판매되지 않아 차환이 막히고, PF 운용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차환 의존도와 시장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금융권·한국신용평가는 이번 PF의 핵심 위험으로 '상환능력 저하(분양률·공정률 둔화 시 대출 회수력 약화)'와 '차환 불확실성(신규 증권 미매각 가능성)'을 동시에 지목했다.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책임준공과 미이행 시 채무인수 의무까지 부담하고 있는 데다, 증권사의 자금보충 약정까지 더해져 잠재 부담은 이미 상당 부분 높아진 상태다. 최근 금융권이 600억원 규모의 매입확약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구조적 리스크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대 테라타워 영통 패스트웍스는 초기 SPC가 400억원을 조달한 뒤, 전체 PF 600억원에 대한 신용보강 요구가 단계적으로 강화된 구조다. 여기에 600억원 매입확약까지 추가되면서 시공사가 감당해야 할 위험의 무게는 초기보다 한층 커진 셈이다.
 
이 같은 구조적 위험은 올해 상반기 고양 장항 지식산업센터 개발에서도 이미 노출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엔지니어링은 시행사 엔에이치디홀딩스에 841억원 한도의 연대보증을 제공했는데, 지식산업센터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이 사업의 브릿지론(765억원)이 본PF로 전환되지 못한 채 만기를 앞둔 상황에 놓였다. 결국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4월 이사회에서 해당 브릿지론의 대위변제 안건을 가결했고, 내부적으로도 사업성이 낮아 본PF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PF부담 줄였고, 관리 가능 수준…원천동PF 리스크도 낮아
 
이번 원천동의 현대 테라타워 영통 패스트웍스 사업처럼 금융권이 매입확약까지 요구하는 구조가 늘면, 시공사는 공정률이나 분양률과 상관없이 미분양 물량을 직접 떠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매입확약이 현대건설의 우발부채로도 반영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매입확약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실제로 얼마나 PF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올려놓는 장치가 된다는 뜻이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 내부에서는 이번 매입확약이 감당 가능한 리스크라는 평가가 우세한 분위기다. 이미 현대 테라타워 영통 패스트웍스는 이미 '엑시트(자금회수 단계) 분양률'을 넘어섰고, 공정률도 90% 이상 진행돼 사실상 완료 구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말하는 엑시트 분양률은 시행사가 더 이상 추가 분양에 의존하지 않아도 PF 상환(대출금 회수)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최소 분양률로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통상 70% 안팎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지식산업센터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마트 오피스형' 설계(각 호실 개별화장실, 업무 특화 평면)도 분양율 지표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현대엔지니어링의 전체 PF 부담을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흐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위험 PF나 브릿지론 중심으로 부담을 정리해온 데다, 올해 상반기 고양의 지식산업센터 사업처럼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반영하는 전략을 채택하면서 전체적인 PF 위험을 자체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이는 장부상 우발채무는 남아 있어도 실제 현실화 가능성은 작아지는 구조로 넘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더군다나 현대엔지니어링의 PF 위험 노출도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전체 PF 보증금액은 지난해 말 1조원대에서 올해 3분기 기준 8063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20% 가량 감소했다. 이 중 단독사업 PF 보증금액은 7826억원에서 5869억원으로 2천억원 가까이 줄었고, 컨소시엄 참여분도 2221억원에서 2193억원으로 소폭 축소됐다. 
 
특히 책임준공 미이행 시 부담해야 하는 조건부 채무인수 약정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정비사업은 약정금액이 1조3327억원에서 1조2945억원으로 낮아졌고, 기타사업 역시 1조609억원에서 9234억원으로 줄었다. 전체 기준으로는 책임준공 관련 잠재 부담이 약 1조1942억원에서 1조528억원으로 줄며, 회사가 고위험 PF를 정리하고 보증 부담을 체계적으로 축소해 온 흐름이 반영됐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대 테라타워 영통 패스트웍스는 이미 분양률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이며, 실준공 이후 대출 만기까지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라며 "입지 역시 삼성디지털시티 인접 등 확실한 메리트가 있어 만기 전 PF 대출원리금 전액 상환이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매입확약은 불확실성 대비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권과 협의해 진행한 것이지, 실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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