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HDC(012630)가 주력 자회사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적 회복과 발전부문 성장에 힘입어 재무구조 정상화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 HDC는 광주 사고 이후 확대됐던 사업비 대여금과 재시공 비용, 발전소 건설비 부담이 누적되며 올 3분기 그룹 순차입금이 3.3조원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건설·복합개발·발전 부문에서의 현금창출력이 강화되면서 레버리지 부담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통영에코파워 LNG 복합발전소. (사진=통영에코파워)
20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사고 여파로 위축됐던 수주 활동이 회복되며 건설부문 실적 안정성을 되찾고 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10위를 유지하며 대형 건설사의 지위를 확고히 했고, 브랜드 ‘IPARK(아이파크)’를 기반으로 한 정비사업 중심의 신규 수주도 증가세다.
올 3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32.8조원으로 2024년말 대비 1.5조원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신규수주는 4.4조원이며, 이 중 정비사업 비중이 46.1%에 달한다. 진행 중인 주택사업의 평균 분양률은 97.3%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1~2년간 매출 가시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익성도 회복 흐름이 뚜렷하다. 앞서 2022년 광주화정 재시공 비용 반영 이후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저하됐지만, 광운대 역세권 개발(서울원 아이파크)과 청주가경 5·6단지 등 채산성이 높은 자체사업 비중 증가가 이어지며 지난 2023~2024년 영업이익률은 4% 중반 수준으로 개선됐다. 올해 들어서는 자체사업 비중이 더욱 확대되며 영업이익률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HDC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20년 7190억원에서 올 3분기 3.3조원까지 증가했다. 이는 △광주 사고 후 재시공 비용 △자회사 지원을 위한 사업비 대여 △통영에코파워 발전소 건설 투자 등이 동시에 진행된 결과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통영에코파워가 상업운전을 시작하며 대규모 투자가 종료됐고, 현대산업개발의 분양대금 유입이 확대되고 있어 내년 이후 순차입금 부담 완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연말 기준 약 7740세대 입주가 예정돼 있어 단기간 현금회수도 가능한 상황이다.
(표=한국기업평가)
HDC는 PF우발채무 관리에서도 개선세를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의 PF우발채무는 2021년말 4조원에서 지난해 말 2.2조원으로 축소됐고, 올 3분기에는 도급·정비사업 합산 1.9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착공 프로젝트의 분양 성과가 전반적으로 우수하고, 수도권 비중이 58.7%로 높은 편이어서 남은 우발채무의 질적 리스크도 제한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박찬보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신용평가보고서에서 “미착공 프로젝트 중 일부가 지방에 위치해 분양경기 영향에 취약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발전자회사 통영에코파워는 지난해 10월 상업운전을 개시하며 그룹 내 실적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6525억원, EBITDA는 2639억원으로 첫해부터 대규모 현금창출력이 확인됐다. 고효율 설비 도입과 장기 원료공급계약 기반의 가격경쟁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지난해 14.4배에서 올 3분기 2.2배로 급락하며 재무지표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발전부문이 향후 건설부문의 실적 변동성을 완화하는 안정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HDC 별도 재무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이다.?올 3분기 기준 별도 순현금은 1562억원이며 투자부동산 2268억원, 투자주식 1조4714억원 등 현금화 가능 자산이 풍부하다. 이중레버리지는 68.6%로 낮아 향후 계열 리스크 확산에 대한 완충 여력도 확보하고 있다.
한편 HDC는 건설·산업소재·IT·유통·발전 등으로 구성된 지주체제다. 이 중 현대산업개발은 연결 기준에서 매출 68.5%, EBITDA 56.5%, 자산 61.3%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지분율은 41.5% 수준이지만 시장 내 지분 분산과 실질적 경영 통제력, 계열 내 사업 연계성을 고려하면 HDC의 사업·재무 흐름을 좌우하는 실질적 중심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