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신한은행이 개인퇴직연금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수수료수익 확대에도 성공했다. 가계부채 축소 압박 등에 비이자수익을 확대해야 하는 데다, 시니어 고객을 확보해 미래 안정성을 확보해 두려는 요량이다.
(사진=신한은행)
수수료 확대 성공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수수료 수익은 1조198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475억원에 비해 1000억원 이상 확대됐다. 신한은행은 신탁보수 수수료를 비롯 투자금융수수료, 외환수입수수료 등을 늘리면서 수익 증대에 성공했다. 특히 투자금융 수수료와 신탁보수 수수료가 증가했다. 투자금융수수료는 1년 새 1206억원에서 2113억원으로, 신탁보수수수료는 1320억원으로 커졌다.
신탁보수란 신탁형 상품에 투자할 때 금융회사에 매년 지급해야 하는 상품관리 수수료다. 신탁 상품에는 퇴직연금신탁, 대산신탁, 특정금전신탁 등이 있다. 신탁 상품은 평균 잔액에 보수율을 곱한 금액을 매년 공제하는데, 개인형퇴직연금(IRP)도 항목 중 하나다. 운용관리수수료율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수취하는 형식이다.
신한은행이 3분기 신탁보수 수수료를 확대할 수 있었던 데는 IRP도 한몫했다. 3분기 말 신한은행 IRP 적립금은 18조2763억원으로, 업권 내 1위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잔액은 지난해 말 8300억원에서 올해 8월 2조원을 넘기면서 244%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IRP뿐만 아니라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등 성과로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적립금 5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퇴직연금 성장 속도가 빠른 이유는 퇴직연금 ETF 라인업을 확대하고 접근성을 강화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신한은행의 ETF 라인업은 총 216종으로 은행 중 가장 많다. 지난 2016년부터 퇴직연금 고객을 위한 전문 센터 설립 등 선제 대응으로 체계를 갖췄다. 고객관리센터 고도화를 지속하면서 업권 최초 퇴직연금 고객 관리 조직을 만드는 등 꾸준한 지원이 통했다는 평가다.
은행은 통상적으로 퇴직연금 등에 신탁보수 수수료를 부과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개인부담금과 퇴직금의 운용수수료, 자산 수수료를 따로 책정하고 있다. 개인부담금의 경우 5000만원 미만은 운용수수료 0.05%, 자산 수수료 0.2%로, 합계 0.25%를 적용한다. 5000만원 이상이면 합계 수수료율은 0.21%다.
신한은행은 퇴직금에 대한 수수료 면제 등 고객 지원은 이어갈 예정이다. 가입 후 5년이 지났거나, 만 55세가 된 연도부터 10년 이상 수령 가능한데, 만 34세 이하 가입자 대상 운용관리수수료 20%를 할인해 주는 등 운용·자산수수료 등을 면제받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단기 수익성 보다는 장기 고객 유치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 >에 “퇴직금에 대한 수수료 면제 등으로 수수료 수익은 이전 대비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나, 자기부담금 적립금 유치, 시니어 기반 고객 확보 차원의 장기전략 상품 등이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IRP 시장, 시니어 고객 유치 '핵심'
은행권은 방송 광고, 수수료 면제 등의 방법으로 IRP 고객 유치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은행권이 IRP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시니어 고객을 유치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IRP는 연금 수급 고객을 유치해 주거래 은행 역할까지 나아갈 수 있는 기반 상품으로 꼽힌다.
고령 고객의 경우 주거래 은행에서 연금 수령 등이 이뤄지면 다른 은행으로 이동하기보다는 한 은행에 정착하는 경향이 크다. 특히 다른 연령층 대비 자산 규모가 크고, 비교적 안전한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도 안정적으로 고객 확보가 가능하고 비이자이익 확대에도 긍정적이다.
가계 대출 규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은행권의 적극적인 IRP 유치 이유 중 하나다. 지난 6월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 강화방안을 확정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주심의 여신 성장이 어려워진 탓이다. 특히 이자이익 성장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3분기 신한은행의 이자수익은 15조5649억원이다. 1년 전 16조2921억원 대비 감소했다. 특히 대부분의 이자수익이 발생하는 대출채권이자에서 격차가 벌어졌다. 예수부채 이자를 전년 동기 대비 줄이면서 이자이익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성장률은 꺾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연말 세액공제에 따른 추가 불입과 퇴직금 입금 등 증가 추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