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개편)①만성적자 고착화…구조개편 없인 해법 없다
지난해도 1.6조원 손실…3세대·4세대 상품서 손해율 높아
비급여 부문 도덕적 해이 문제…"과다 의료서비스 억제 관건"
공개 2025-11-0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4일 16:1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실손의료보험이 또 한 번 개편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5세대 실손보험’ 상품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실손보험은 비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지속되면서 매년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이번 개편이 치솟은 손해율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IB토마토>는 현행 실손보험의 구조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새로 추진되는 5세대 상품의 설계 방향과 해결해야 할 과제, 나아가 보험사 재무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높은 손해율 탓에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영역을 다루면서 제2의 건강보험 역할을 맡고 있지만 비급여 문제로 보험금 누실이 크다. 비교적 최근에 내놓은 3세대, 4세대 상품의 손해율도 매우 높은 상태다. 적정 손해율로 수렴할 수 있도록 상품구조 개편이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국민건강보험 보완 역할…대규모 적자 지속
 
실손보험은 손해보험사의 보험영업 포트폴리오 중 하나다. 장기보험, 일반보험, 자동차보험 가운데 장기보험에 속한다. 주로 사람의 신체 관련 위험을 보장하는 항목이다. 실손보험의 경우 피보험자가 질병이나 상해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한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급여’ 가운데 환자가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10%~30%), 공단부담금 없이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두 가지 부분을 다룬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영역을 커버하면서 공·사 혼합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보유계약은 지난해 말 기준 3596만건에 달한다.
 
다만 과도한 의료서비스 이용에 따른 보험금 증가로 손해율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위험보험료) 대비 빠져나가는 보험금(발생손해액)이 너무 크게 잡히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상품 세대별로 1세대 97.7%, 2세대 92.5%, 3세대 128.5%, 4세대 111.9%다. 업계 평균 경과손해율이 99.3%인데, 손익 분기 경과손해율은 통상 85% 수준으로 언급된다. 손해율 격차만큼 보험손익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1조6226억원이었으며, 앞서 2023년에는 1조9747억원이었다.
 
 
소수 가입자에 보험금 집중…주사제 등 비급여 ‘쏠림’
 
적자 배경에는 특히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해이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소수 가입자에게 지급보험금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연구소 리포트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65%는 보험금 수급 없이 보험료만 납부하고 있으며, 상위 9% 가입자가 전체 보험금의 80%를 받아 가고 있다.
 
피보험자의 자기부담금이 낮게 적용되는 가운데, 정액보험(치료비와 관계없이 약정한 금액만 보상)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 목적의 의료서비스가 남용된 결과다. 보장 범위도 넓은 만큼 일부 가입자의 ‘의료쇼핑’ 행태가 계속되는 실정이다.
 
도덕적 해이 문제는 실손보험 보장 중에서도 비급여 항목의 영향이 더 크다. 지난해 실손보험금 규모인 15조2234억원에서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41.6%(6조3306억원)이며, 비급여는 58.4%(8조8927억원)로 나타난다.
 
비급여 부문에서는 각종 주사제(영양제나 비타민제 등), 도수치료(근골격계 질환) 두 가지가 전체 지급보험금의 35.8%를 차지할 정도로 특정 치료에 쏠린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무릎줄기세포주사나 전립선결찰술과 같은 신의료기술 관련 분야에서도 보험금이 불어나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5세대 출시 초읽기…보장금·자기부담 등 '도마 위'
 
그동안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서는 실손보험 내 자기부담금 비율, 비급여 보장 두 가지 내용을 조정하면서 4세대까지 상품을 개편해 왔다.
 
앞서 2009년 9월 1세대 구실손에서 2세대 표준화실손으로 넘어갈 때 자기부담률 10%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공통으로 적용됐고, 2017년 4월 3세대 신실손이 나올 때는 특정한 비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따로 분리해 다뤘다.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는 보험료 할인과 할증 제도를 도입해 가입자마다 차등을 뒀다.
 
현재 3세대와 4세대 상품의 손해율이 1세대~2세대보다 훨씬 크게 잡히고 있는 것은 보험료 조정이 비교적 최근 시작됐기 때문이다. 3세대는 지난 2023년, 4세대는 올해 보험료 인상이 처음으로 시행됐다. 손해율 경험통계 등이 축적되기까지 시간이 걸려서다.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올해 안에 출시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상품 구조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비급여 부문에서 그리고 치료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비중증 항목에 대해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는 의료서비스 이용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상품구조 측면에서는 보장금액을 낮추고 자기부담금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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