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홀딩스, 사옥 매입으로 자금전략 전환…'유동성 방어전' 돌입
첫 회사채 1500억원 조달…연내 마무리 계획
LX인터내셔널 등 자회사 배당수익에 의존
올 상반기 726억원…전년비 124.7% 상승
공개 2025-11-0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30일 10:4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LX홀딩스(383800)가 처음으로 공모채 시장에 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계열사로부터의 고배당과 상표권 수익을 기반으로 무차입, 순현금 기조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5000억원을 투입해 사옥을 매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자금 운용 전략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이번 조치는 향후 자금 흐름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다만 향후 자회사 실적 둔화나 글로벌 경기 변동으로 배당금 유입이 줄어들 경우 순수 지주사인 LX홀딩스의 단기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LX홀딩스)
 
첫 회사채 발행 도전…자금흐름 유동성 끌어올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X홀딩스는 연말까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총 1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LX그룹 지주사 설립 이후 첫 공모 회사채 발행이다.
 
LX그룹이 대규모 자금 확보에 나선 이유는 사옥 매입과 함께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계열사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앞서 LX홀딩스는 지난 17일 LG(003550)로부터 광화문빌딩을 5120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올 상반기 LX홀딩스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121억원이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유동성리스부채 9억원이 전부다. 부채총계도 400억원 수준이다. LX홀딩스는 2021년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순차입 상태로 전환된 적이 없다. 순현금은 2021년 130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962억원으로 늘어났다.
 
문시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사옥 취득으로 단기적 차입 확대는 불가피하나 중장기 재무안정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LX홀딩스는 순수지주사로 차입금 의존도가 낮고 현금성자산 비중이 높아 유동성 방어력이 뛰어나다”며 “이번 사옥 매입은 그룹 정체성을 강화하면서도 재무 리스크를 최소화한 전략적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상표권 의존도 높은 LX홀딩스…자회사 실적악화에도 고배당 지적
 
사옥 매입과 동시에 LX홀딩스는 자회사 지분 확대를 통해 지주사로서의 지배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올 초부터 LX인터내셔널 보통주를 꾸준히 매입하며 지분율을 27.83%까지 높였다. 이를 통해 배당수익 증가와 경영참여 기반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LX홀딩스 측은 <IB토마토>에 “(공시를 통해) 지분 확대는 안정적 경영권 유지와 LX홀딩스 수익구조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기업평가)
 
다만 일각에서는 LX홀딩스가 자회사 투자와 지배력 강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원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LX홀딩스는 수익 구조는 자회사 배당금 의존도가 높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수익의 77.8%가 배당금, 16.7%가 상표권 수익이다. 종속 및 관계기업 투자자산이 총자산의 71.4%를 차지하며, 이 중 LX인터내셔널(001120)·LX하우시스(108670)·LX세미콘(108320) 등 3개 핵심 계열사가 59.2%를 담당한다. 결국 이들 자회사의 실적과 배당 성향이 LX홀딩스의 영업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 회사가 산업 침체로 실적이 둔화되는 가운데 지주사의 고배당 기조가 이어지면서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LX인터내셔널은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7조8785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1719억원으로 28.5% 감소했다. LX하우시스는 매출이 10.63%, 영업이익이 71.70% 줄었다. LX세미콘 역시 영업이익이 30% 이상 감소하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LX홀딩스는 상반기 배당수익으로 726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124.7% 늘었다.
 
시장에서는 자회사 실적 변동에 따른 배당수익의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LX세미콘이 방열기판과 MCU 등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LX인터내셔널 역시 자원개발 및 물류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단기적으로 배당 여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회사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지주사의 배당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LX홀딩스의 현금흐름 안정성을 위해선 자회사 실적이 동반돼야 하고, 결국에는 수익 다각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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