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국내 정유 시장의 대표주자인 에쓰오일(
S-Oil(010950))이 수익성 악화와 기후 대응 압박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정유 부문에서 2년 연속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단일 사업 중심 구조’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윤활유 부문은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어 정유 부문 적자를 상쇄할 핵심 버팀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에쓰오일)
정유 부문 부진 심화…2년 연속 적자에 수익구조 다변화 시급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정유 부문은 올 상반기 매출 17조39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3655억원에 달했다. 정유 부문에서만 4979억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석유화학 부문 역시 1092억원의 손실을 냈다.
정제마진 약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국내 정유 업계 전반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올 상반기 기준 정유 부문 매출 비중이 78%에 달하는 에쓰오일은 타격이 특히 컸다. 석유화학이 14%, 윤활유가 8% 수준에 머무는 현재 포트폴리오 구조에서는 정유 부문 부진이 곧 전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가운데 에쓰오일의 윤활유 부문은 경기 둔화 속에서도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률은 18% 수준을 유지했다.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과 글로벌 수요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올 상반기에는 원재료비 부담 확대로 수익성이 일부 떨어졌지만 여전히 14%대로 견조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윤활유는 일반 정유 제품보다 마진이 높아 경기 침체기에도 실적 방어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쓰오일은 이를 바탕으로 정유 부문 부진을 상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윤활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 윤활유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아시아 및 중동 지역으로 수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3년 연속 온실가스 ‘최대 배출’…불명예 벗을까
정유 부문 부진에 더해 기후위기 대응 압박도 커지고 있다.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3년 연속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기업으로 꼽혔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에쓰오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003만6000톤으로,
GS(078930)칼텍스(845만톤),
HD현대(267250)오일뱅크(751만톤),
SK이노베이션(096770)(670만톤)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2022년에도 971만톤, 2023년에도 969만8000톤으로 3년 연속 최다 배출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문제는 단순한 배출량 뿐 아니라 감축 계획의 실효성이다.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멈춰선 탄소중립’ 보고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국내 주요 석유화학 및 정유 5개사 중 온실가스 감축 계획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총점 13점으로, 1위인 SK이노베이션(24점)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구체적인 감축 로드맵 부재가 뚜렷한 한계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에쓰오일이 2030년까지 BAU(배출전망치) 대비 35% 감축 목표를 세웠지만, 연도별 감축 계획과 세부 실행 방안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샤힌 프로젝트와 관련한 온실가스 감축 및 관리 계획이 없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대규모 에너지를 소모하는 크래커 공정의 특성상 배출 증가가 불가피한데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에쓰오일은 기후위기 대응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탄소 감축 목표의 70%를 공정 효율 개선으로, 30%를 수소 및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 투입으로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가스터빈 열병합발전 설비와 PPA(재생에너지 전력 구매계약)를 통해 전력 사용의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바이오 연료·바이오디젤과 같은 신사업 진출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정유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고, 중장기적으로 탄소중립 압박에 대응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친환경 부문의 경우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실적에 기여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정유 부문 의존도를 줄이면서 친환경과 윤활유 부문을 점진적으로 키워가는 ‘장기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윤활유 사업이 향후 에쓰오일의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활유는 정유와 달리 수요 변동성이 적고 고부가 제품으로 수익률이 높다”며 “친환경 부문이 본격적인 수익 창출 단계에 오르기 전까지는 윤활유 사업이 중요한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