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9조 베팅…현금흐름 관리가 승부처
PCTC·LNG선 신조 투자 집중
해운 경쟁력 강화로 비계열 물동량 확대
투자 집행기 현금유출 부담 불가피
공개 2025-12-1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8일 15:5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현대글로비스(086280)가 2030년까지 총 9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제시하면서 회사의 중장기 현금흐름 관리 전략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물류 인프라 확충과 해운 경쟁력 강화를 축으로 한 이번 투자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다. 다만 향후 수년간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이어질 예정인 만큼, 투자 성과가 실적으로 연결되기 전까지 현금흐름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중장기 재무구조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현대글로비스)
 
연평균 1.3조원 투자 집행 예정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2030년까지 연평균 약 1조3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투자는 물류 인프라 투자와 해운부문 선대 확충에 집중될 예정이다. 회사는 완성차 물류를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의 안정적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장기 성장성이 높은 해운·비계열 물동량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해운부문에서는 LNG·LPG 운반선과 자동차운반선(PCTC)에 대한 신조 투자가 핵심 축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28년까지 PCTC 22척을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선복 확대를 넘어, 완성차 해상운송 시장에서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치다.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 재편과 전기차 물동량 증가에 대응해 자체 선대를 확보함으로써 운송 안정성과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선대 확충은 비계열 물동량 확대와 직결된다. 그동안 현대글로비스의 해운부문은 그룹 내 물량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자체 선복을 확대할 경우 외부 화주 유치가 수월해지고, 중장기 운임 변동성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해운부문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가능성을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업현금흐름 기반 재무 관리 역량 '시험대'
 
다만 투자 집행이 집중되는 구간에서는 재무 부담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선박 신조 투자는 계약 체결 이후 건조 기간 동안 단계적으로 비용이 집행되며, 인도 이전까지는 실질적으로 수익 기여도가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투자 초기에는 현금유출이 먼저 발생하고 실제 실적 반영까지 일정 시차가 발생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상 내년부터 2028년까지는 차입 부담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분기 기준 이자발생부채는 단기차입금 9210억원, 장기차입금 3628억원, 회사채 4090억원으로 총 1조6928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이자비용만 지난 3개 분기 동안 1442억원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연 1.3조원 규모의 자본적지출(CAPEX)이 발생할 경우 적지 않은 재무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현대글로비스의 기초 체력은 경쟁사 대비 견조한 편이라는 평가다. 회사는 연간 1.7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데다 물류부문의 안정적인 계약 구조와 해운부문의 점진적 수익성 개선이 맞물리면서 내부 현금으로 상당 부분의 투자를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보유 현금성자산(3분기 기준 3.3조원) 역시 투자 집행 과정에서 완충 장치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대글로비스의 중장기 투자 확대는 외형 성장보다 해운부문 체질 개선과 비계열 물동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연간 2조원 이상 영업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대규모 선대 투자에도 실질적인 무차입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투자 부담이 재무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관건은 투자 성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까지 재무 부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글로벌 해운 시황 변동성과 완성차 수요 흐름,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부 변수 역시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운송 시장은 전기차 전환 속도와 지역별 수요 편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인만큼 선대 활용률과 운임 수준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수익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현대글로비스가 구체적인 현금흐름 관리 방안과 중장기 자금 조달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이번 대규모 투자의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가 성장 기반을 확실히 다지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재무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지는 결국 투자 집행 이후의 현금흐름 통제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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