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매각 물량 217억원 인수, 중앙그룹 파트너십 '흔들'저등급 채권 주관 전략, 동맹 전략보단 미래 투자로 선회SK온·엘앤에프 자금조달 딜 주관… 주관전략 변화 '예고'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신한투자증권 채권 주관 전략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신하투자증권은 채권 주관시장에서 고난도 채권 주관을 통해 역량을 키웠다. 하지만 리테일을 통한 미매각 채권 셀다운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자 난이도 조절에 들어갔다.
대표주관한 JTBC 회사채 또 미매각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JTBC 회사채 공모에서 미매각 물량 217억원을 인수했다. 앞서 지난 7월25일 진행된 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선 500억원 모집에 고작 190억원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JTBC의 회사채 미매각은 벌써 두 번째다. 지난 2월 발행에선 채권 발행시장 활황으로 5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증액했지만 지난해 7월 500억원 모집에서 일부 트랜치 물량이 미매각됐다. 이후 추가 청약을 거쳐 가까스로 완판했지만, 이번 발행에선 목표액의 절반 이상을 인수해야 했다.
JTBC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외면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영 성과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JTBC는 19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102억원 적자보다는 폭을 줄였지만 2019년부터 이어진 적자 행진을 막지는 못했다.
JTBC의 주요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상반기 국내 정치적 이슈에 의한 보도 방송 부문 광고 수익이 증가하긴 했지만, 주력 매출인 예능 방송이 2022년 이래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OTT와의 콘텐츠 경쟁력이 열위하다는 평가가 자금조달 행보에 발목을 잡았다.
김나연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JTBC는 최근 방송 원가 절감과 시청 점유율 확대가 이뤄져 적자 축소를 이뤘고 영업흑자 전환 가능성도 있다”라며 “하지만 장기간 누적된 손실로 재무안정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경쟁 업체의 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정도의 사업 경쟁력 확대는 난관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저등급 채권 시장에서 선별적 접근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JTBC의 회사채 발행을 대표주관했다. 미매각 물량 중 217억원을 인수한다. 인수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신한투자증권 채권 주관 업무 전략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부터 JTBC를 비롯한 중앙미디어그룹 계열사의 채권을 주관하며 파트너십을 맺었다. 작년엔 그룹 산하 SLL중앙(740억원, BBB0), 콘텐트리중앙(690억원, BBB0), JTBC(770억원, BBB0) 등의 회사채를 주관했고 올해 2월 JTBC의 회사채 역시 신한투자증권이 맡았다.
시장에서 난색을 표하는 고난도 채권 주관을 통해 시장서 존재감을 키운다는 의도였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SK그룹의 이차전지 기업 SK온 사모채 주관을 맡으면서 고난도 채권 주관 시장에 진입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상반기 참여한 SK온의 공모사모채는 총 300억원 규모다. 공모채와 달리 사모채는 50인 미만의 특정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비공개로 발행돼 고난도 주관으로 평가된다.
당초 신한투자증권은 저등급 채권 주관에서 미매각이 발생해도 리테일 시장을 통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 활황으로 개인투자자의 채권 투자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저등급 채권 인수는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이에 신한투자증권 저등급 채권 시장에서 선별적인 접근으로 전략을 바꿨다. A등급 이하 채권 발행 주관에서 기업의 미래 사업 가치를 평가해 참여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신한투자증권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이차전지 사업이다. SK온의 사모채 주관에 이어 이차전지 소재기업 엘앤에프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해당 발행에서 신한투자증권은 총 발행액 3000억원 중 1000억원 규모의 인수에 나설 예정이다.
BW 주관의 경우 발행 기업의 중장기적인 주가 상승이 뒷받침 돼야 한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510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다 신용등급은 NICE신용평가 기준 BB+급으로 일반적인 회사채 발행은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3분기 점진적인 실적 개선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미매각 인수 채권 처리 방안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일부 저등급 채권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충분하지 못해 미매각이 발생한 것 같다”라며 “인수액 규모가 크지 않아 부담이 크다고 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내부적으로 인수 채권 처리에 대해 고심 중”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