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중형 조선사 대한조선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지 하루 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속도전’을 택했다. 올해 들어 조선업 수주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조선은 실적 개선세와 수주잔량 증가에 힘입어 기업공개(IPO)를 무난히 마무리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올해 대어급 상장이 드문 상황에서 조 단위 규모가 예상되는 이번 IPO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대한조선)
수주 확대와 함께 실적 반등…영업이익 흑자 기조 유지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공모 예정 주식 수는 1000만주이며, 희망 공모가 범위는 4만2000∼5만원이다. 이에 따른 공모 예정 금액은 최대 5000억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조선은 벌크선과 PC선 등 상선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중형 조선사다. 중형 및 준대형 선박의 설계·건조에 특화된 기업으로, 원유운반선과 석유제품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형도 취급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노후 선박 교체 수요 확대에 따라 수주잔고와 실적 모두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753억원으로 전년 대비 31.71%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30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4% 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은 2022년 33억원에서 2023년 359억원, 지난해 1581억원으로 확대됐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0.5%에서 14.7%로 상승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22.7%에 달한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2021년 이후 지속된 신조선가 상승 효과가 실적 개선에 주요하게 작용했다”며 “글로벌 신조선가 지수가 2021년부터 연평균 7.1% 상승했고, 2020년 저가 수주 물량이 해소되며 수익성이 본격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 안정성 지표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대한조선의 부채비율은 2022년 524.5%, 2023년 374.0%로 업종 평균(163.0%) 대비 높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실적 증가와 함께 2022년 발행한 전환사채(1000억원)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올해 1분기 기준 163.5%까지 크게 낮아졌다.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전방 수요 둔화, 영업환경 변화에 따른 수주 감소, 수익성 악화 등의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 최근 신조선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확대, 환경 규제 강화, 노후 선박 교체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글로벌 신조선가 지수는 2021년 말 154pt에서 지난해 189pt까지 상승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87pt로 소폭 하락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설비투자와 유동성 보강 병행…IPO 자금 다각적 활용
대한조선은 이번 공모를 통해 설비 확충과 R&D 투자, 운영자금 확보, 차입금 상환 등 유동성 보강에 나선다. 선형 개발과 친환경 기술 고도화 등 연구개발 외에도 자동화 설비 구축, 노후 설비 교체 등에 공모자금이 투입된다. 전체 공모자금 중 405억원은 생산설비 교체 및 자동화 투자에, 나머지는 운영자금과 재무 안정화 목적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표주관사 측은 대한조선 가치 산정에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PBR은 일반적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BPS(주당순자산)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자산건전성을 중요시하는 금융기관의 평가나 고정자산의 비중이 큰 장치산업의 경우 주로 사용된다.
대한조선은 오는 다음달 11일부터 17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21일 공모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일반 청약은 22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맡았으며 신영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