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적자 본사에 적자 자회사까지…무한 수혈의 늪
베리살리스 차환 위해 200억원 유증 참여
본사 3년간 적자 지속…보유 현금보다 2조원 많은 단기 부채
지금까지 출자한 자금 3959억원 달해
공개 2025-06-2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3일 18:2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이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자회사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이하 롯데베르살리스)’에 반복적인 자금 수혈을 이어가고 있다. 업황 부진에 따른 본사 수익성 저하 속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해당 합작사로 투입되면서, 롯데케미칼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 홈페이지 갈무리)
 
자회사에 200억원 출자 예정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오는 7월 롯데베르살리스에 2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이번 출자는 해당 자회사의 시설자금 차환을 위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이 같은 자회사를 위한 대규모 출자가 롯데케미칼의 자체 재무 여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데 있다. 회사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영업손실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 지난해 –8941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1266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금 유동성도 매우 떨어진다. 올해 1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3조944억원, 단기금융상품 4600억원, 기타금융자산 891억원, 기타유동자산 3299억원 등 총 3조9734억원이다. 반면 단기성부채는 차입금및사채가 4조613억원, 기타금융부채 1조4197억원, 기타유동부채 2464억원 등 총 5조7274억원에 이른다. 즉 현금성자산이 단기성부채보다 약 1조7540억원가량 부족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자회사의 적자 보전을 위해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판단이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베르살리스는 수년간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통상 기업이 적자를 3년 이상 지속해 은행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 ‘한계기업’으로 불리는데, 롯데베르살리스의 경우 이미 이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대대적인 사업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롯데베르살리스의 경우 유의미한 수익창출을 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업 지속을 위해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라며 “롯데베르살리스는 수익성 회복 과정에 있다. 이번 유증 참여 역시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베르살리스의 영업손실은 247억원으로 전년(-368억원) 대비 적자 폭이 100억원 이상 감소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 규모가 수백억에 달해 사업 정상화는 요원한 상태다. 지난해 매출 역시 2934억원으로 2017년 공장 완공 당시 목표했던 5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13년부터 투입된 출자금 7918억원 달해
 
이 같은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자금 투입은 자회사 경영 정상화가 아닌 ‘적자 뒷수습’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베르살리스가 설립된 2013년부터 올해까지 롯데케미칼이 출자한 자금은 3959억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과 동일하게 롯데베르살리스 지분 50%를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베르살리스가 동일 비율로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전체 출자금은 7918억원에 이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6년 동안 적지 않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자회사에 매년 수백억원씩 투입하는 것은 본사의 재무건전성을 위협하는 ‘퍼주기’”라며 “회사의 구조조정 기조와도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롯데케미칼의 사업 구조조정 작업은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일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수처리 분리막 생산공장을 시노펙스멤브레인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은 2019년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간 곳으로, 이번 매각은 수익성 제고 및 경영효율화를 위한 포트폴리오 개편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 외에도 올해에만 파키스탄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자회사 지분을 979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일본 레조낙 지분도 2750억원에 처분했다. 인도네시아 소재 자회사 역시 정리하는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롯데베르살리스는 롯데케미칼과 이탈리아 화학업체 베르살리스가 2013년 각각 50%+1주, 50%-1주씩 지분을 보유하며 설립한 합작사(JV)다. 여수산단에 위치한 해당 법인은 2017년부터 연 20만톤 규모의 합성고무(SSBR, EPDM)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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