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콜마그룹이 자회사 이사회 구성을 둘러싸고 오너가 남매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번 충돌은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의 주주권 행사 시기와 맞물리며 단순한 가족 간 경영 다툼을 넘어 외부 자본과의 복합적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오는 18일 대전지방법원이 심문할
콜마홀딩스(024720)의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 결과는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진=콜마홀딩스)
달튼의 이사회 진입과 남매 갈등…임시주총 결과 촉각
16일 재계에 따르면 콜마홀딩스가 대전지법에 제출한 임시주총 소집허가 심문이 오는 18일로 다가오면서 오너 2세 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콜마홀딩스는 지난 4월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에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을 제안했으나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200130) 사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윤여원 사장은 경영 독립성을 주장하며 지배회사 개입에 강하게 반발했다.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윤동한 회장이 중재에 나섰지만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윤동한 회장은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같은 해 윤상현 부회장에게 콜마홀딩스 지분 14%를 증여했고, 이듬해에는 윤여원 사장 부부에게 10%가량의 지분을 넘겼다. 윤 회장은 “화장품·제약 부문은 윤상현 부회장이,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윤여원 대표가 맡기로 한 것은 충분한 합의의 결과”라며 여전히 양측의 역할 분담에 확고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그동안 콜마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윤상현 부회장은 지주사 체제를 활용해 그룹 전체 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윤여원 사장은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로 실적 방어에 주력해왔다.
5년간 별다른 마찰 없이 유지돼 온 남매간 경영 관계가 최근 들어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과 행동주의 펀드의 이사회 진입 시기가 겹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회사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그룹 내 성과 차이가 경영 주도권 싸움으로 번졌고 여기에 행동주의 펀드 달튼의 개입이 더해지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달튼인베스트먼트는 지난 3월 콜마홀딩스 지분율을 5.01%에서 5.69%로 늘리며 단순투자 목적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이후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성윤 달튼코리아 공동대표가 콜마홀딩스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달튼은 콜마홀딩스의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들어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했다고 알려진다. 동시에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을 지적했을 것으로 보인다.
달튼의 이사회 진입 직후 콜마홀딩스가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교체를 추진한 점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만약 법원이 콜마홀딩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자회사 이사 선임권에 대한 지주사의 개입 범위가 넓어지는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신청이 기각될 경우 자회사 이사회의 독립성과 자율성 강화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콜마홀딩스 내부에서는 신청 기각으로 분쟁이 길어진다고 해도 이번 분쟁이 길어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승계 작업이 마무리돼 윤상현 부회장이 지분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갖고 있다. 윤여원 사장은 7.45%, 남편인 이현수씨 지분(3.17%)을 합쳐도 10.62%에 불과하다.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지분을 44.63%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윤여원 사장이 7.72%를 보유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이 끝난 이후에는 윤여원 사장이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상현 부회장 1인 체제로 콜마그룹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콜마홀딩스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법원의 심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성과 격차가 만든 균열…주가와 실적 모두 엇갈려
윤상현 부회장이 이끄는
한국콜마(161890)는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 다변화와 ODM 호황에 힘입어 최근 5개년 매출을 매년 성장세다. 지난해 2조4521억원으로 전년대비 13.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39% 오른 193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콜마비앤에이치는 실적 하락세가 뚜렷하다. 2020년 영업이익 1092억원을 정점으로 ▲2021년 916억원 ▲2022년 611억원 ▲2023년 303억원 ▲2024년 24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1분기 실적 역시 매출 1367억원, 영업이익 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7%, 62.5% 감소했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자산가치 저하 우려가 지주사의 이사회 개편 시도로 이어진 셈이다.
주가도 실적과 함께 엇갈렸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해 6월 고점(1만9970원)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콜마는 주가가 30% 상승했다.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지주사의 개입 명분으로 언급된 이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여원 사장이 장기 재임하는 동안 수익성 악화에도 별다른 변화 없이 기존 체제를 고수해 왔다”며 “윤동한 회장이 승계 구조는 완성했지만 자녀들의 성과에 기반한 경영책임 체계를 확립하지 못한 점이 이번 갈등의 내용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