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깨끗한나라(004540)가 2년째 적자 사슬을 끊어내지 못한 채 올해 들어서도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된 데다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저가 공세가 더해진 영향이다. 이 가운데 에너지 재활용 시설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면서 채무 부담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차입금에 따른 이자 부담이 지속되면서 이자보상배율은 3년 넘게 1배를 밑돌고 있어 좀비기업(한계기업)으로 분류되는 상황이다. 적자 기조가 이어지며 올해 1분기 누적 결손금도 115억원에 달한다.
(사진=깨끗한나라)
1분기 실적 하락…업계 내 경쟁 과열 지속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깨끗한나라의 올해 1분기 실적은 130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328억원) 대비 약 1.52% 감소한 수치다. 1분기 매출은 지난 2022년 1607억원에서 2023년 1306억원으로 18.75% 급감한 이후 2년 만에 다시 역성장했다.
앞서 깨끗한나라는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저가 공세 속에서 원·부재료와 에너지 가격 급등,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실적 악화를 겪은 바 있다. 이에 연간 매출액도 2022년 6065억원에서 2023년 5149억원으로 약 15.10%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5370억원을 기록하며 소폭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아시아 백판지 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는 등 업계 내 경쟁이 과열되면서 매출은 재차 역성장했다. 실제로 국내 산업용 포장지(백판지) 업체의 올해 1분기 기준 내수 출하량은 전년대비 5.0%, 수출 출하량은 전년대비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고환율 지속과 펄프 수입에 따른 비용 상승원가부담이 확대되면서 원가율은 올 1분기 전년동기 대비 2.93%포인트 늘어난 87.5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판관비율도 0.19%포인트 늘었다. 이에 올 1분기 3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3년 연속 당기순손실에 결손금 100억원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이자비용 41억원과 기타영업외비용 6억원 등이 발생하면서 1분기 당기순손실은 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31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앞서 이자비용은 지난 2020년 101억원, 2021년 72억원으로 감소해 왔으나, 2022년 89억원, 2023년 141억원, 2024년 175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 521억원, 2021년 130억원을 기록하며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2년 영업이익이 38억원으로 급감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으로 하락한 이후 2023년에는 18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9억원으로 적자폭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손실이 이어졌다.
이자부담이 확대되면서 2021년까지 84억원 흑자를 기록하던 당기순이익은 2022년 2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이어 2023년에는 308억원, 2024년에는 221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2023년까지 230억원에 이르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처음으로 31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결손금 전환된 이후, 올해 1분기에는 약 115억원이 누적됐다.
향후에도 백판지 시장 내 공급과잉으로 수급불균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설비투자 확대로 인한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깨끗한나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미래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한 투자를 이어왔다.
깨끗한나라는 지난 2023년 12월부터 올 연말까지 에너지재활용 시설을 신설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총투자액은 650억원으로 현재까지 186억원이 투입됐다. 기존에 운영 중인 폐합성 소각로의 폐기물 재활용 효율 개선과 대기오염물질 저감을 위해서다. 향후 464억원 가량의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분기 말 깨끗한나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 35억원을 포함해 121억원에 그쳤다.
이와 함께 수질·대기·유해화학물질에 대해서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추가 확대한 통합 관제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현행 법률에 따라 제지업계 등은 정기적으로 수질과 대기오염, 화학물질 배출을 자가측정 또는 모니터링해야 한다.
투자가 지속되면서 깨끗한나라의 총차입금 규모는 2021년 2440억원에서 2022년 309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어 2023년 3203억원, 2024년 3300억원으로 지속 확대됐다. 이에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26.7%, 차입금의존도는 53.1%에 달했다. 지난 2021년 부채비율 160.9%, 차입금의존도 40.8%대비 크게 늘었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재무개선을 위해 고정비 절감, 수익성 중심의 제품 믹스 조정, 유통 채널 효율화 등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이외에도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글로벌 시장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과 운영 전략을 강화하고 백판지 수출 확대와 고부가 제품 중심 제품 믹스 개선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수익성도 강화, 친환경·신소재 기반 제품 개발을 지속 추진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