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서 소매유통 매출 절반 발생…대형마트 13% 불과이마트·홈플러스 등 성장 둔화에 롯데마트는 매년 '역성장'가격 경쟁력과 오프라인 차별적인 편의성 제공 관건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은 지난 5년 동안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유통 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소비는 감소했다. 백화점과 편의점은 나름의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대형마트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가운데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의 최근 성장 추이를 살펴보고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 속에서 이들이 어떤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온라인 쇼핑을 중심으로 소비패턴이 변화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백화점은 명품과 골프용품 등 고가품을 중심으로, 편의점은 가맹점 유치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가는 한편 대형마트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제고를 위한 유통구조 재정비와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편의성과 즐거움 등 소비자 유입 요인을 확보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도 글로벌 확장을 통한 신규 시장 개척과 미디어리테일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한국신용평가)
소매유통 매출 절반이 이커머스서 발생
18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이커머스가 소매유통채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8년(38%) 대비 약 1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가 소매유통채널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22%에서 13%로 약 9%포인트 줄었다. 같은기간 백화점은 15~18% 비중을 오갔지만, 2023년 기준으로는 17%에 머물렀다. 편의점은 2021년과 2022년 소폭 줄었지만 약 6년간 17%를 유지했다. 이커머스 채널 성장 속에서 백화점과 편의점 보다 대형마트가 받은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백화점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 만인 2021년 보복소비로 인한 명품 수요 증가와 함께 야외 스포츠 트렌드로 인한 골용품 등 고가품 판매가 늘면서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편의점도 가맹점 유치 경쟁을 통한 점포 순증 등이 이어지면서 업체별 매출 격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따른 규제와 온라인 확대는 물론 소비행태의 변화 등으로 인해 지난 10년간 소매유통업태 중 유일하게 연평균 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근 소비행태가 온라인과 주거권역 내 편의점 등에서 필요한 물품만 소량 구매하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비식품 품목의 경우 타 채널 대비 차별화도 어려운 상황이다. 매출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식품 품목 역시 온라인과 편의점,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식품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마트(139480)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지난 2020년 직전년도 대비 8.05% 성장한 14조2138억원을 기록했으나, 2021년과 2022년에는 성장률이 5.91%, 2.88%로 둔화됐다. 지난 2023년에는 2.23% 역성장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동기 대비 10.67% 급성장했으나, 이는 지난해 6월 말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흡수합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023530)의 할인점 부문 매출액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3.01% 역성장하면서 2020년 6조1660억원에 달하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5조5765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성장률도 0.32%에 그쳤다.
최근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경우, 2020년과 2021년 직전년도 대비 4.58%, 6.97% 역성장하며 2021년 매출 6조4807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22년 1.85%, 2023년 5.01%, 2024년 0.87%로 연평균 2.58%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이 지속되면서 재무부담이 심화됐다.
소비심리 부진 속 가격경쟁력 제고 '절실'
올해에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마트가 취급하는 품목 다수가 온라인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데다 소비행태가 변화한 영향이다. 올해에는 백화점과 편의점도 업황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 소비 부진이 지속되면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픈서베이가 만 15~69세 전국 거주 남녀 2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쇼핑몰간 가격비교를 한 고객은 633명, 최저가 검색을 한 고객은 467명에 달했다. 할인 기간까지 기다렸다가 최저가 검색을 하거나, 이벤트 쿠폰을 활용하는 소비자도 다수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소비자는 148명에 그쳤다.
가격을 중요시하는 경향은 쿠팡·네이버쇼핑·카카오쇼핑·토스쇼핑 등 온라인 쇼핑몰을 구매 경험자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각 쇼핑몰 구매자 300명씩 총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카카오페이를 제외하고 플랫폼 이용 이유 상위권에 합리적인 가격이 포함됐다. 카카오쇼핑 불만족 이유 1위는 타사 대비 비합리적인 가격이 1위로 꼽혔다.
이 가운데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 '저성장 시대, 오프라인 유통의 생존 전략'을 통해 가격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통 구조를 재정비하고 저가 제품 판매에 특화된 포맷을 전개하는 등 본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마트가 론칭한 식료품 특화 매장 '푸드마켓' 등이 그로서리 경쟁력을 높인 특화 매장으로, 기존 이마트 대비 20~50% 저렴한 가격으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글로벌 확장을 통한 신규 시장 개척과 매장 인프라 자체를 수익 창출 채널로 전환하는 리테일 미디어 전략을 통해 비즈니스 다각화 도모를 유통업계 생존 전략으로 꼽았다. 리테일 미디어는 유통업체가 보유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브랜드 광고를 노출하는 전략으로,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의 광고 공간을 통합한 개념이다. 브랜드업체는 개인화된 광고 집행을 통해 소비자 연결을 강화하고 유통업계는 소비자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광고 비즈니스를 전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프라인 채널이 소비자를 유입할 수 있는 요인 확보도 필요하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IB토마토>에 "가격경쟁력 뿐만 아니라 온라인이 줄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가 중요하다"라며 "원스톱 쇼핑이나 온라인에서 얻을 수 없는 편의성이나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