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 1년 만에 '잭팟'…솔믹스 6000억에 매각 추진
SK하이닉스 호황에 몸값 6000억원으로 '훌쩍'
반도체 편중된 포트폴리오 리스크 조정 전략 주목
공개 2025-05-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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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반도체 부품사 솔믹스를 인수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매각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솔믹스의 수익성 개선과 반도체 시장 호황, 한앤컴퍼니의 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 리스크 분산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솔믹스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이후 1년여 만에 두 배로 뛰었다. 비상장 기업인 솔믹스의 재무제표는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2023년 200억원대였던 EBITDA는 지난해 400억원대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앤컴퍼니는 솔믹스 매각을 위해 삼일PwC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하면서 원매자를 물색 중이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2월 솔믹스를 약 3600억원에 인수했으며, 매각 희망가는 약 6000억원으로 알려졌다. 1년여 만에 수익률이 66%에 달하는 셈이다. 2011년 결성한 1호 펀드와 2014년 2호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이 각각 20%, 25%라는 점을 고려하면 역대급 수익률이라는 평가다. 통상 사모펀드의 투자회수(엑시트) 기간은 5년 내외다. 
 
한앤컴퍼니(사진=한앤컴퍼니)
 
'반도체 편중' 포트폴리오…리스크 분산 전략
 
관련 업계에선 이번 재매각 결정이 한앤컴퍼니가 반도체에 치중된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본다. 
 
솔믹스는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파인세라믹스 소재인 알루미나, 실리콘, 실리콘카바이드, 쿼츠 등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한앤컴퍼니가 4조7000억원 규모의 ‘한앤컴퍼니 제4호 사모투자전문회사’ 펀드를 통해 인수했다.
 
솔믹스 인수 이후 같은 해 12월 한앤컴퍼니는 SK엔펄스의 CMP패드 사업부를 약 3346억원에 사들였고, 올 3월엔 SK(003600)로부터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약 2조6000억원에 매입했다. SK엔펄스의 CMP패드 사업부는 반도체 전공정 단계서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연마하며, SK스페셜티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과정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한다.
 
한앤컴퍼니는 4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의료기기 업체 루트로닉(085370)을 1888억원에, 사이노슈어를 3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의료기기 비중도 늘려왔지만, 금액으로 보면 3조원 이상이 반도체에 집중되어 있다. 4호 블라인드 펀드는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첨단 제조 업체에 중점 투자하자는 목적으로 결성됐지만, SK스페셜티 인수로 인해 반도체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재매각 결정은 분산투자 원칙에 따른 펀드 포트폴리오 조정 성격"이라며 "반도체 산업 특성상 지정학적 리스크와 수요 변동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 호황에 몸값 '훌쩍'…저가 매물로 '주목'
 
솔믹스의 몸값이 1년 만에 3600억원에서 6000억원까지 오른 것은 최근 반도체 업황이 반등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스마트폰·PC 중심의 교체 수요가 빠르게 살아났고, 인공지능(AI)과 고성능컴퓨팅(HPC) 분야로 반도체 시장이 확장되면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이에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5년 메모리 시장을 지난해 대비 24% 오른 302조6200억원(2103억달러) 규모로 전망했고, 특히 D램 시장은 전년 대비 30.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솔믹스가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 사업부였던 만큼,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SK엔펄스의 CMP패드 사업부, SK스페셜티와의 시너지도 기대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솔믹스는 소재 연구로 관련 업계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특히 공정 과정에서 실리콘보다 내구성이 높은 실리콘카바이드(SiC) 소재 개발로 수율 향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공정 단계의 운영 주체를 단일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였고, SK그룹과 한앤컴퍼니가 지속해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반도체 밸류체인을 통한 시너지 확대가 영업이익과 몸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시장에선 솔믹스의 몸값이 저렴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주요 매출처인 SK하이닉스(000660)는 올해 D램 시장 1위에 올랐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기존 D램보다 영업이익률이 5~6배 높은 HBM의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어날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솔믹스의 주요 매출처인 SK하이닉스의 강세가 지속됨에 따라 올해 솔믹스의 영업이익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매각가를 좌우하는 EBITDA를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10배 이상이지만, 올해는 그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매물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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