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까지 태양광 발전사업에 1317억원 투자 계획지난해 '솔라파크 부여 북고 1호' 인수로 사업 본격 추진3년간 2645억원 투자…보유 현금 600억원 불과해 차입 불가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SK이터닉스의 태양광 발전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향후 3년간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는 것에 반해 회사가 보유한 유동성이 부족해 적극적인 차입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 등의 자금 지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K이터닉스의 ‘솔라파크 부여 북고 1호’ 태양광 발전소.(사진=SK이터닉스)
풍력발전·연료전지에 쏠린 매출…태양광 발전 확장 시도
14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SK이터닉스는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3년간 태양광 발전사업에 총 1317억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 288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2026년 459억원, 2027년 570억원 등으로 매년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SK이터닉스는 지난해 3월 SK디앤디로부터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기존 SK디앤디의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부문이 SK이터닉스로 이관됐고, 현재는 에너지 발전 사업 개발과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SK디스커버리가 SK이터닉스 지분 31.0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22.06%를 한앤코개발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SK이터닉스의 매출은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에 크게 쏠려 있다. 육상·해상풍력발전과 연료전지, 태양광 등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속한다. 지난해 회사의 연결 기준 매출(3321억원) 중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에서 3043억원(91.7%)이 발생했고, ESS 사업부문 매출은 276억원에 불과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태양광 발전 매출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SK이터닉스는 재무적투자자(FI) 함께 특수목적법인(SPC)인 ‘솔라닉스1호’를 설립했다. SK이터닉스의 지분은 19%다. 향후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투자는 SPC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SK이터닉스는 솔라닉스1호가 발주하는 개발용역을 수주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 지위를 맡으며 수익을 창출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솔라파크 부여 북고 1호’를 매입하며 102억원 규모 개발용역 매출을 실적에 반영한 바 있다.
SK이터닉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발전자원 구조화 과정에서의 개발용역, RE100 수요처와의 전력거래 등으로 오는 2026년부터 태양광 발전사업의 매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최소 2건의 추가 사업을 준비 중이며, 앞으로 매년 100MW 이상 규모 구조화·전력거래화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년간 2600억 투자 계획…재무여력 충분할까
SK이터닉스는 오는 2027년까지 태양광 발전사업 투자(1317억원)을 포함해 총 2645억원을 태양광과 풍력, 연료전지, ESS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개발·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전력거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다만 현재로선 회사가 계획한 투자금 대비 보유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 기준 SK이터닉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66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29억원이다. 또한 지난달에는 미국 ESS 기업인 그리드플렉스(GridFlex Inc.) 인수를 위한 잔금 174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하면서 현 시점 약 600억원 수준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SK이터닉스는 프로젝트별 SPC에 대한 지분출자 또는 자금대여 후 사업 초기단계 개발이익을 통해 투자비의 약 40~50%를 수취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5~10년 내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라며 “향후 수년간 태양광을 중심으로 참여 프로젝트 확대 과정에서 현금흐름상 부족자금이 발생해 차입 조달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부채총계는 4897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02.4%, 총차입금의존도는 39.9%로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차입금은 2842억원으로 올해부터 단기차입금과 회사채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할 예정이다.
실제 올해 금융기관 차입금 480억원과 SK디앤디가 연대보증을 제공한 회사채 570억원 등 총 1050억원 규모 차입금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후 2026년에도 729억원, 2027년에도 302억원을 각각 상환 또는 차환해야 한다. 회사채의 경우 SK디앤디로부터 인적분할 당시 이관받은 것으로, 상법에 따라 SK디앤디가 연대보증을 제공해야 한다.
SK이터닉스는 태양광 발전사업을 맡고 있는 솔라닉스1호에서 오는 2026년부터 30년간 최소 1945억원 규모 전력판매 수익 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의 투자계획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태양광 발전의 투자금 회수가 확실시되고 있기에 외부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불어 시장에서는 계열사의 자금 지원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SK디스커버리 계열의 주요 자회사와 우수한 영업실적, 재무안정성을 고려할 때 유사시 회사에 대한 그룹의 지원 여력은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SK이터닉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SK디앤디 등 계열사로부터의 자금 대여 또는 차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