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중엔시에스(107640)가 실적 개선을 위해 사업 재편에 나섰다. 내연기관 부품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 부품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빠르게 방향을 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전기차 관련 관세 정책 변화가 반사이익으로 작용하면서, 신사업 확대에 탄력이 붙고 있다. 한중엔시에스가 구조조정을 통해 기존 적자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 기반을 미래차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한중엔시에스)
매출 80% 차지하던 내연기관 부품 사업 '철수'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중엔시에스가 한때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던 내연기관 부품 사업에서 철수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전기차 부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2022~2023년 각각 139억원, 127억원에 달했던 연간 적자가 계기가 됐다. 내연기관 부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지속적인 손실이 불가피했던 탓이다. 회사는 이미 2022년 내연기관 부품 사업 중단을 결정했으며, 지난해까지 자산 이전과 정리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내연기관 부품 사업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해왔기 때문에 사업 구조조정은 상당한 수익성 타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ESS 사업이 양산 체제에 돌입하며 수익 구조가 빠르게 개선됐다. 2023년 한중엔시에스는 연결기준 매출 1773억원, 영업이익 9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6% 성장했고, 수랭식 냉각 모듈의 양산이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이 됐다.
한중엔시에스는 ESS 인클로저에 들어가는 수랭식 냉각 시스템(쿨링 플레이트, 칠러, HVAC 등)을
삼성SDI(006400)에 납품하고 있다. 특히 삼성SDI의 ESS 브랜드 ‘SBB(Samsung Battery Box)’에 납품되는 부품은 배터리 열을 효율적으로 낮춰주는 핵심 요소로, 한중엔시에스의 기술력이 집중된 영역이다.
ESS는 기존 공랭식 대비 냉각 효율성과 안정성이 높은 수랭식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한중엔시에스는 수랭식 시스템 생산 역량을 강화해왔다. 회사 측은 기존 삼원계 배터리에서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로 시장이 확대되면서 향후 수랭식 냉각 시스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 역시 내년부터 LFP 기반 ESS 양산을 예고한 바 있어 한중엔시에스의 성장세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ESS용 쿨링 플레이트 기술은 전기차 부품으로 확장도 가능하다. 한중엔시에스는 현재 전기차용 쿨링 플레이트를 개발 중이며, ESS 부품 생산에서 확보한 기술을 활용해 제품군을 다변화하고 있다. 기존에 전기차 버스바 등 전장부품을 일부 생산하던 경험에 더해 배터리 팩 냉각 관련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이처럼 제품군을 다양화해 매출처 리스크를 줄이고, 고부가가치 부품 비중을 높이는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랭식 냉각 기술을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최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고성능 배터리 냉각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보유 현금성자산으로 투자 감당 여력 '충분'
글로벌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다. 특히 미국은 현재 ESS 최대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1067억달러(약 155조원)에서 2032년 2635억달러(약 383조원)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에 반사이익이 돌아올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한중엔시에스의 주력 고객사인 삼성SDI는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SBB를 비롯한 ESS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ESS에 들어가는 수랭식 냉각 시스템을 양산하는 글로벌 기업은 사실상 중국 CATL과 삼성SDI 뿐이며, 국내 부품 공급업체로는 한중엔시에스가 유일한 수준이다. 미국이 중국산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한국 부품사에 수주가 몰릴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한중엔시에스는 북미 ESS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유럽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 고객 수요 대응에 집중하고 있으나, 고객사와의 전략적 논의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거점 설립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생산설비 투자(CAPEX) 부담도 크지 않다. ESS 사업은 신제품이 출시되더라도 기존 설비로 커버가 가능해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은 약 400억원으로 외부 자금 조달 없이도 투자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 역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8년까지 21.5GW 규모의 ESS 확보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외 시장 성장과 더불어 한중엔시에스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IB토마토>는 한중엔시에스측에 향후 예상되는 투자금 규모와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으로 인한 전기차 부품사업 수익 가시화 시점 지연 가능성 등에 대해 질의하려고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